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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에투알 개선문과 마리아쥬 프레르, 몽마르뜨 언덕 테르트르 광장에서
    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2. 5. 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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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티팔레 미술관을 나와서 향한 곳은 에투알 개선문이었다. 걸어가도 되는 거리였지만 나는 하루 무제한 교통 패스 '티켓 젠느(Ticket Jeunes)'가 있었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한정거장이더라도 부담 없이 마구 지하철을 탈 수 있으니 참 편리했다.

    거대한 아치 형태의 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저 문이 바로 개선문이구나! 사진으로만 보았던 거대한 문을 실제로 보게 되니 감격스러웠다. 시야를 가리는 다른 건물들이 없어서 개선문 뒤로 보이는 푸른 하늘과 구름이 얼마나 드높아 보이던지 모른다.

    사실 샤를 드골 공항에서 파리 시내로 오는 버스를 탔을 때 개선문을 차장 너머로 잠깐 스치듯이 보았었다. 하지만 언뜻 보는 개선문과 이렇게 가만히 서서 고요히 올려다 보는 개선문은 느낌이 완전 달랐다.

     

    고대 로마 제국의 개선문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는 에투알 개선문. 개선문은 프랑스 의회에서 나폴레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축물을 만들자고 결의한데서 시작되었다. 비록 나폴레옹은 죽고 나서야 완성된 개선문 아래를 지나가게 되었지만 말이다. 개선문은 밤에 샹젤리제 거리를 걸으며 또 보게 될테니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돌아섰다.

     

    파리에 오게 되면 꼭 들리고 싶었던 샵이 하나 있었다. 바로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ères).

    차 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는 여행지에 가면 꼭 차를 사오곤 했다. 마리아쥬 프레르는 '마르코 폴로'라는 가향 홍차를 통해서 알게 된 프랑스 티 브랜드였다. 어느 날 한 번 맛보고는 너무 좋아서 기억해두고 있었는데, 파리에 마리아쥬 프레르 매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기대만발이었다. 구글 지도를 보니 개선문 근처에 매장이 있어서 찾아갔다.

    마리아쥬 프레르에 들어섰는데 생각보다 넓고 사람도 많은데다가 차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입이 딱 벌어졌다. 마르크 폴로만 알고 있었는데 정말 많은 종류의 차들이 곳곳에 즐비해있었다. 학생 신분이었던 나는 차들을 마음 내키는대로 이것저것 골라 사올 수는 없었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골랐다.

    심사숙고 끝에 고른 차는 루이보스를 베이스로 만든 마르크 폴로, 그리고 녹차를 베이스로 한 더 오페라. 마리아쥬 프레르의 시그니쳐 같은 검은 틴 케이스에 담긴 차를 사려니, 갑자기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른 내 캐리어가 떠올랐다. 어짜피 내가 마실건데 굳이 무거운 틴케이스를 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찰나! 내 옆에 있던 여자 둘이 차를 주문했는데 직원이 찬장에서 엄청 큰 항아리를 꺼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직원은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삽 같은 도구로 항아리 안의 차를 퍽퍽 퍼 담아다가 저울에 쟀다. 그러고는 검은 포장지에 차를 담아 주었다.

    나도 얇은 포장지에 담아 가져가는게 낫겠다 싶어서 직원에게 고른 티 중 하나인 '더 오페라'를 그람단위로 포장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마르코 폴로 루이보스는 기념삼아 틴케이스에 담긴 것으로 구입했다.

     

    마리아쥬 프레르에서 티를 구입하고서는 숙소로 향했다. 같은 숙소에 머무르던 동행 언니와 함께 몽마르트 언덕에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겸사겸사 짐들도 좀 숙소에 두고 오기로 했다. 나에게 몽마르뜨 언덕과 사크레 쾨르 대성당은 구면이었다. 프랑스 남부를 돌아보기 전 파리에 들러 이미 보았던 곳이었다. 그런데 파리에 오래 머무르다 보니 일정도 여유로웠고 다시 몽마르뜨 언덕에 가서 시간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마침 오늘 언덕 위에 간다던 언니와 동행하게 된 것이었다.

    숙소에서 동행 언니를 만나 몽마르뜨 언덕으로 향했다. 저번에 내가 올라갔던 길과는 다른 길을 통해서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올라가는 길에 말로만 듣던 실 팔찌를 매주는 흑인들들을 만나게 되었다. 유럽 여행 카페에서 많이 보았던 실 팔찌 강매하는 흑인들을 정말 보게 되다니, 엄청 겁먹은 상태로 계단 위를 올라갔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실 팔찌를 매어 주지 않았다. 하하. 내가 너무 과민반응을 했나?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이던 몽마르뜨 언덕. 하얀 사크레 쾨르 대성당은 여전히 멋있었다. 저번에 찾아왔을 때와는 다르게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깔려 있어서 풍경이 더 운치있었다. 동행 언니가 성당과 함께 사진을 열심히 찍어 주어서 이곳에서 기념 사진들을 많이 남겼다.

    하얀 성당을 둘러보고 나서 테르트르 광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자신들의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예술의 도시 다운 모습이었다. 그림을 한 점 사오고 싶었는데, 학생이었던 내게는 생각보다 너무 비싼 금액이라서 그러진 못했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화가들이 즐비한 돌길 위를 걷다가 어느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거리가 훤히 보이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뵈프 부르기뇽과 홍합 요리를 주문했다. 그리고 시원한 블랑 생맥주도 한잔씩 주문했다.

     

    처음 몽마르뜨 언덕에 왔을 때는 경치를 보고 성당 안을 구경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렇게 돌아섰는데 이번에는 몽마르뜨 언덕을 지나 테르트르 광장에 들어서 어느 식당에 앉아 이렇게 음식과 술을 먹고 복작거리는 거리를 바라보고 있다. 몽마르뜨 언덕, 두 번 찾아오니 내 자신은 한결 더 여유로와지고 익숙해져서 이곳에 더 정이 갔다.

     

     
     
     
     

    돌아가는 길에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비르하켐역으로 가서 숙소에 돌아왔다. 아경을 보러 가고 싶었으나 몸이 방전되어버렸는지 꿈적도 안했다. 에라 모르겠다. 병이 나기 전에 모든 일정을 접고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내일은 무얼하며 또 어디를 가보아야하나 고민에 잠기며 잠에 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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