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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싱가포르 여행, 싱가포르 동물원에서 보낸 하루
    아시아 여행기/싱가포르 (Singapore) 2022. 8. 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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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하루. 우리의 첫 일정은 싱가포르 동물원이었다. 사실 싱가포르 여행을 준비하면서 동물원은 여행 코스로 생각 해두지 않았던 곳이었다. 왠지 동물원은 어린 아이들이나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함꼐하는 여행인데 동물원은 좀 그렇지 생각하며 말았다.

    그런데 어느날 엄마가 '뭉쳐야 뜬다'라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싱가포르 동물원을 찾아간 영상을 보게 된 것이다. 영상을 보니 동물원이 좋아 보인다며 가보고 싶다고 말을 해서 부랴부랴 코스에 넣었다. 그런데 안갔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다. 동물원에서의 기억은 너무 재밌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다.


    엄마는 쿨쿨 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웠다. 어딘가 여행을 가면 엄마는 항상 일찍부터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한다. 평소에는 엄마도 나처럼 늦잠을 자는데 여행지만 오면 이렇다. 여행의 설렘 때문에 그런 것일까? 나도 여행지에서는 일찍 눈이 떠지는 편인데, 엄마는 나보다 훨씬 더 빨랐다.

    우리는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호텔 1층으로 내려갔다. 호텔에서는 바로 옆 카페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주었다. 'Killiney'라는 카페였는데 싱가포르의 체인 카페인 것 같았다.


    카페에 쿠폰을 제출하고 메뉴를 하나씩 선택했다. 샌드위치와 더불어 쥬스와 커피를 한 잔씩 마실 수 있었다. 나는 배가 고파서 먹었지 그리 맛있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엄마는 맛있다면서 그릇을 싹싹 다 비웠다. 내가 남긴 계란까지 후루룩 먹었다.


    이 날은 처음으로 우버 택시를 이용해본 날이었다. 핸드폰에 내 신용카드를 연동시키고 목적지를 'ZOO'로 설정해 놓고 우버 택시를 불렀다. 핸드폰에 차 번호가 떠서 어떤 차가 우버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우버 택시 편한걸? 편하게 동물원에 도착해서 매표소에 들어갔다. 주(Zoo)와 리버사이드(River Side) 두 군데를 볼 수 있는 입장권을 끊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먼저 화장실에 들렀다. 와, 화장실인데 뭐 이리 아름다운가? 정글 속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국적인 식물들과 자연 채광이 화사했다. 천장에는 커다란 펜이 돌아가고 있어서 야외임에도 시원했다. 이렇게 개방형으로 만들어두면 벌레들이 들끓지 않으려나? 화장실은 아주 깨끗했다.


    우리는 먼저 동물원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면서 열심히 걸어 다녔더니 결국에는 동물원 한바퀴를 다 돌았다. 처음 동물원에 들어서면 코 끝에 레몬그라스 향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어릴 때 동물원을 꽤나 많이 다녀 보았지만 이런 동물원은 처음이었다. 우리가 걸어다니는 길 위로 원숭이들이 뛰어 다녔다. 복슬거리는 줄무늬 꼬리가 달린 원숭이였다. 원숭이들은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다. 신기했지만 원숭이들이 달려들까봐 무서워서 멀찍이 바라 보기만 했다.


    우리가 걸어다니는 길 아래에는 넓고 커다란 물 웅덩이가 있었다. 호수인지 강인지 모를 이 깊고 넓은 물 웅덩이 안에는 악어가 살고 있었다. 악어는 수면위로 커다란 등딱지를 드러냈다가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갔다가를 반복했다.


    동물원 곳곳에 표지판들이 잘 세워져 있었다. 입구에서 받은 지도를 참고하며 안내판을 따라 돌아 다니니 길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단지 이 동물원이 너무 넓어서 약간 버겁게 느껴졌을 뿐이다. 한없이 덥다가도 중간중간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간이 나오기도 하고 그늘이 펼쳐져서 더위를 피할 수 있었다.


    공룡 모형이 있는 정글 숲을 지나왔다. 어린 아이들이 오면 진짜 공룡인 줄 알고 놀랄법한 아주 그럴싸한 모형들이었다. 멀리서 보면 모형들이 진짜 같기도 해서 쥬라기 공원에 온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말 덥고 더운 동남아시아의 작은 나라 싱가포르 동물원에는 쌩뚱맞게 북극곰 한 마리가 있었다. 먼 극지방에서 온 곰일까? 새하얀 모습일 줄 알았는데 곰은 때가 낀 것 마냥 누리끼리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축 늘어진 모습이 짠해 보였다. 북극곰이 이리도 더운 아시아 대륙에 있는 것이 맞는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이 흐르는 수로 건너편에 모여있는 홍학들을 보았다. 그리고 이리저리 나무 위를 쉼 없이 바쁘게 건너다니는 오랑우탄들도 보았다. 어릴적 내가 찾았던 동물원을 떠올려 보았다. 동물들은 유리창 너머 작은 공간에 갇혀 있었다. 싱가포르 동물원은 내가 보아왔던 동물원들과는 달랐다. 어딘가에 갇혀있는 동물들이 아니라, 그저 그들이 사는 공간을 멀리서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저 수로를 건너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지.


    아프리카의 사바나 초원을 거닐고 있을법한 동물들이 눈 앞에 있었다. 코뿔소와 얼룩말, 기린과 사자까지. 동물원은 지형의 높낮이, 물, 울타리 등 자연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사람들과 동물들의 공간을 분리시켰다. 동물들은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우리와 분리되어 있는 것 아닌가, 이 동물원에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갇혀있다는 사실은 매한가지겠지만.



    동물원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동물은 바로 표범이다. 매끈한 몸통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는 표범은 몸을 쭉 늘어트리며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높은 나무 가지 위에 앉아 먼 곳을 응시했다. 왠지 눈빛이 슬퍼 보였다.


    파충류가 모여있는 곳에 들어 왔다. 실내에 들어오니 시원했다. 땀을 좀 식히면서 다양한 도마뱀들을 만났다. 이녀석들이 바로 공룡의 후예들인가? 실내에는 자그만하고 색깔이 화려한 도마뱀들과 뱀들이 있었다. 바깥에는 커다란 거북이와 보기만 해도 무시무시한 코모도 도마뱀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엄마와 나 모두 다 큰 어른이지만 왜 이리도 동물원 곳곳을 구경 다니는 일이 재미나던지. 멀리서 동물들을 그저 바라보는 것 뿐만 아니라 밀림 깊숙히 들어 갔다가 탐험을 하고 나온 것 같았다. 습하고 더운 공기와 처음 보는 식물들, 낯선 동물들까지 이국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꼈던 하루였다. 우리는 동물원에 있는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리버 사이드를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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