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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자유여행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스카이웨이와 슈퍼트리 쇼
    아시아 여행기/싱가포르 (Singapore) 2022. 8. 1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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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즈막한 오후 우리는 오차드 로드 쪽에서 택시를 타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에서 내렸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싱가포르 여행을 하며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밤이 되면 펼쳐지는 황홀한 슈퍼트리 쇼를 꼭 보고 싶었다. 슈퍼트리 쇼가 시작되는 시간은 오후 7시 45분과 8시 45분, 아직 어두워지기 전이었지만 이곳은 이미 관광객들로 왁자지껄 붐볐다.


    슈퍼트리 쇼가 시작되기까지 시간이 꽤 남았으니 시원한 기념품 샵 안에 들어가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슈퍼트리를 작게 만들어 놓은 미니어처 마그넷을 기념으로 구입했다. 시원한 물을 사 마시고 근처 매점에서 라벤다 아이스크림도 사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거대한 슈퍼 트리들이 있는 쪽으로 걷는데 길가에 솟아난 나무들이 다 키가 크고 하늘로 쭉쭉 뻗어 있었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들이 지평선 위에서 뭉게뭉게 솟아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웅장하고 신비로운 슈퍼 트리가 보였다. 트리의 기둥 부분은 초록빛깔 식물들이 뒤덮고 있었다. 꼭대기 부분은 마치 커다란 나무처럼 가지를 멀리 뻗어낸 모양이였다. 슈퍼 트리를 보니 왠지 모르게 영화 아바타가 떠올랐다.


    우리가 이곳을 찾은 시간은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때였다. 멀리 해가 지는 방향의 하늘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하얀 구름은 노을빛에 물들어 붉그스름했다. 슈퍼트리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가까이 다가섰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입이 떡 벌어졌다. 우리가 어느 외계 행성에 온 것은 아닐까, 눈앞의 풍경들이 낯설고 신기했다.


    커다란 슈퍼트리 사이에 기다란 길이 하나 나있었는데 그 길 위로 사람들이 바삐 지나다니고 있었다. 슈퍼트리 '스카이 웨이(Sky way)라 불리는 길이었다. 10달러 정도 되는 입장료를 내고 올라가면 하늘에 매달린 것 같은 기다란 길 위를 걸어볼 수 있었다.


    나는 위에 올라가 기다란 길을 걸어보고 싶었으나 엄마는 다리가 아프니 밑에서 구경하면 안되겠냐며 나에게 말했다. 위를 스윽 보니 설렁설렁 평탄한 길이고 길이도 길어 보이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는데 천천히 조금만 걷다 오자고 엄마를 설득했다.

    나중에 엄마는 이 때를 회상하며 그때는 오래 걸어서 그런지 발이 부르켜서 힘들었다고, 오죽하면 위에 안가겠다고 그랬겠냐며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는데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엄마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어서 온 여행이었는데 힘든 기억을 안겨 주었으니. 다음 여행에서는 더 쉬엄쉬엄 다니고 너무 아쉬워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스카이 웨이를 걷지 않았어도 우리 여행은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힘들었던 엄마도 막상 올라오니 싱글벙글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위에서 보는 슈퍼트리와 멀리 보이는 도시의 전경은 아래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멋있었다. 때마침 해가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기 직전이라 아름다운 노을도 볼 수 있었다.


    스카이 웨이를 걷다가 아래로 내려온 엄마와 나는 슈퍼트리 쇼를 관람하기 위해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드러 누웠다. 날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슈퍼트리에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워서 슈퍼트리들을 바라보니 기괴한 나무들로 가득한 동화 속 세계에 온 것 같았다. 현실인지 꿈인지 아리송한 그런 몽환적인 공간에 누워 슈퍼트리 쇼를 기다렸다.


    이윽고 날은 저물고 밤하늘에는 달이 떴다. 슈퍼트리 위에 두둥실 뜬 달이 어찌나 훤히 반짝이던지 모른다. 슈퍼트리 쇼 내내 달은 다른 불빛들과 발 맞추어 반짝였다. 이 쇼를 보러온 사람들을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편안하게 누워있는 우리 주위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는 사람들로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없이 복잡해졌을 무렵에 슈퍼트리 쇼가 시작되었다. 음악에 맞춰서 반짝이는 빛들의 향연! 싱가포르에 또 다시 온다면 이 슈퍼트리 쇼만 보고 간다 하더라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아름답고 황홀했던 경험이었다.


    낮에는 슈퍼트리가 이런 모습일 줄 상상도 못했었다. 형형색색의 빛깔들이 슈퍼트리를 가득 수 놓았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하늘을 꽉 채운 빛들, 반짝이는 별빛같은 녀석들을 눈에 가득 담았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던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슈퍼트리 쇼는 15분 정도 진행되었다. 트리가 반짝이는 동안 훤한 달이 늘 시선에 잡혔다. 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달과 트리들을 사진 속에 담았다. 왠지 사진만 담기는 아쉬워 동영상도 여럿 찍어 두었다. 반짝이는 빛들과 거대한 트리, 귀를 울리는 음악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이 참 경이롭게 느껴졌다.


    이 순간 이국의 공원에 누워서 사랑하는 엄마와 함께 이리도 아름다운 공연을 볼 수 있어 참 행복했다. 행복한 삶을 나에게 준 엄마에게 고마웠다. 엄마가 아니었다면 난 세상에 없었겠지? 엄마에게 큰 행복을 안겨다 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같이 오지 못한 아빠와 동생이 떠올랐다. 이 아름다운 쇼를 같이 보았다면 참 좋았을텐데 다음번에는 꼭 다 같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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