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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문경 봉천사 연보랏빛 개미취 꽃밭에서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1. 10. 19. 13:34728x90반응형
일찍 퇴근하고 문경 봉천사로 향했다. 개미취가 가득 피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품고 가는 길이었다. 대구에서 문경까지는 2시간여가 걸렸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서 쭉 올라가니 봉천사가 나왔다. 이 날은 비가 곧 쏟아질 것만 같던 흐린 날씨에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봉천사 입구 옆 커다란 향나무 하나가 우릴 반겨 주었다. 아주 오랫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 같은 수형이 아름다운 향나무였다. 그 모양이 마치 뭉게뭉게 피어난 초록색 구름 같았다.
향나무를 지나 봉천사 안으로 들어갔다. 절 안은 아주 고요했다. 비에 젖은 흙냄새가 진하게 코 끝으로 풍겨왔다. 커다랗고 넓적한 바위 너머로는 아름다운 소나무 두 그루가 서 있었다. 그 아래로 연보랏빛 개미취 꽃밭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름 모를 산들이 발 아래에 있었다.
연보랏빛 고운 비단이 땅 위에 깔려 있는 것 같았다. 비가 와서 뿌연 하늘이 더해지니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더 몽환적으로 보였다. 신선이나 선녀들이 와서 놀다 갈 것만 같은 신비로운 풍경이었다. 카메라를 들고 아름다운 개미취 꽃밭을 사진으로 담았다.
개미취 꽃들은 비를 맞아 촉촉히 젖어 들었다. 작은 물방울들이 꽃잎마다 대롱대롱 맺혔다. 비가 온 덕택인지 한적해서 거닐기 좋았다. 상쾌한 비냄새를 맡으며 흙길을 걸어갔다. 개미취 꽃밭 안쪽에도 길이 나있어서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남겼다. 꽃밭에 들어가니 내가 꽃이 되어 덩달아 아름다워지는 기분이었다.
개미취 꽃밭을 한바퀴 둘러보고 소나무 숲을 지나 주차장으로 걸어 왔다. 방금 전 꽃밭을 거닐던 때가 마치 꿈처럼 느껴졌다. 뿌연 안개가 낀 딴 세상을 걷다 온 기분이었다. 비는 점점 더 거세지고 이제 정말 떠나야할 때처럼 느껴졌다. 기약 없는 안녕을 하고 돌아섰다.반응형'우리나라 방방곡곡 > 경상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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