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여행 늦은 오후 첨성대와 대릉원, 황리단길 걷기
오랜만에 찾은 경주.
황리단길 쪽에 차를 세우면 왠지 오고 갈 때 지옥(?)을 체험할 것 같아서
첨성대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주변을 걷기로 했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진입도 진입인데 밤에 차 뺄 때 고생할 뻔 했다.)
노릿한 오후의 해가 반겨주던 첨성대 인근 공터.
철 지난 핑크뮬리들은 누릿누릿해져서 갈대처럼 보였다.
첨성대
공터를 지나 첨성대에 왔다.
첨성대를 보면 항상 저 몸통 부분의 곡선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돌을 층층이 쌓아서 어떻게 저런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낸 것인지!
해가 하늘 위에 덩그러니 떠 있어서
첨성대에는 길게 그림자가 져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에는
하얀 달이 떠 있어서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첨성대에서 대릉원 쪽으로 걸어갔다.
멀리 산줄기가 보이고 그 아래 벌거벗은 나무들과
자그만한 언덕 같은 능들이 보였다.
저 무덤 안에는 과연 누가 잠들어 있을까나?
먼 풍경이 아주 고요하게 느껴졌다.
대릉원
경주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가장 첫번째 풍경은 무엇일까?
첨성대도 있고 불국사도 있고 석굴암도 있지만,
땅위로 봉긋 솟아 오른 능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같다.
대릉원에 들어서니 솔 숲이 우릴 반겨 주었다.
지는 햇살 때문에 나무마다 긴 그림자가 아른거렸다.
와글거리는 사람들의 소리와
그윽하게 풍기는 소나무 향기
그리고 따뜻하게 와닿는 햇살을 느끼면서 걸었다.
대릉원은 참 산책하기 좋은 곳인 것 같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날이 좀 더 풀리면,
우리도 예전처럼 다시 대릉원에 한복을 입고 와봐야겠다.
대릉원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을 꼽으라면,
황리단길 넘어가는 대릉원 입구 쪽에 있는
황남대총과 작은 못과 나무가 어우러진 모습 아닐까나?
해가 저물어갈 무렵이라서
황금빛으로 물든 황남대총이 무척 아름다웠다.
황리단길
대릉원을 나와서 황리단길을 걸었다.
황리단길은 나름 자주 걸었던터라 익숙했는데,
익숙하면서도 항상 새로운 곳이다.
가게들이 하도 많이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고 그래서
매번 올 때마다 익숙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나보다.
경주에 체리가 유명한지
체리를 활용한 술을 파는 상점도 생겼고,
스티커사진을 찍는 공간은 정말 많이 새로 생겼더라.
그 중에 하나 들러서 사진도 찍어주고, 가게마다 들어가서 구경하고..
그러다가 찾게 된 곳이 하나 있는데
여기 정말 재미났다.
우리가 와펜들을 골라서
직접 소품을 꾸미는 체험 공간이었는데,
우리는 등산 배낭에 매달 수 있는 소품을 만들었다.
와펜을 고르고 2층에 올라가서
직접 다리미질을 하면서 손수 붙였다.
고르는 것도 재미나고 어떻게 디자인할지 고심하는 것도 재미났고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만들어서 그런지
더 의미있고 재미난 추억이 된 것 같다.
차를 세워둔 곳으로 돌아가는 길
이제는 컴컴해진 경주,
컴컴해지면 첨섬대는 밝게 반짝이고 있을테니
경주는 밤이 되어도 즐거운 곳이다.
형형색색으로 반짝이는 첨성대를 돌아보고,
첨성대 근처 공터도 산책하며 걷다가 여행을 마무리했다.
곧 벚꽃이 피는 완연한 봄이 되면,
경주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많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