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코쿠 여행 니요도 강 근처 온천호텔 QRAUD Tosawashi Kougeimura Hotel(큐라우드 토사와시 코우게이무라 호텔) 숙박후기
일본 시코쿠 섬을 여행할 때 들렀던 호텔 큐라우드 토사와시 코우게이무라(QRAUD Tosawashi Kougeimura Hotel).
마쓰야마 인-아웃으로 비행편을 예약하고 차를 렌트해서 시코쿠 섬을 돌아보려고 할 때, 니요도 강 쪽에서 하루 머무르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숙소를 찾아봤는데 마땅한 곳이 딱히 없었다. 호텔을 너무 늦게 알아본 탓에 이미 좋은 곳들은 예약이 차서 없는 것 같기도 했고, 이 주변에 딱히 좋은 곳이 없는 것 같기도 했고...
무튼, 그러다가 니요도 강변에 있는 호텔을 하나 알게 되어 예약하게 되었는데 한국인 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숙박 어플 후기도 그렇게 많지는 않아서 아리까리(?)한 상태에서 일단 예약하고 찾아간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아서 이렇게 후기를 남겨 본다.
넓은 주차장을 가지고 있어서 렌트카 여행 중이었는데 걱정 없이 차를 세우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이 호텔을 밖에서 보면 뭔가 호텔이라기 보다 미술관? 박물관 같은 느낌도 났다.
건축물 자체도 그렇고 내부 인테리어도 그렇고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잘 꾸며져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좋았다. 호텔 로비 천장에는 천연 염색을 한 것 같은 커다란 종이가 걸려 있었고, 각종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이색적인 것들이 많아 구경하며 시간 보내기 좋았다.
이 호텔의 유일한 단점 하나를 꼽자면 엘레베이터가 없다는 것이었다. 건물이 진짜 크고 각 방이 곳곳에 배치된 느낌이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데 4층 방에 배정 받아서 난감했다. 그런데 처음 체크인 할 때는 직원 분이 짐을 다 옮겨 주셔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체크아웃 할 때 짐을 우리가 다 챙겨 와야 했는데 조금 힘들었다)
우리는 4층의 일본식 객실에 묵었다. 다다미가 깔려 있었고 요와 이불이 장에 구비되어 있었다. 웰컴 티와 커피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는데 패키징이 고급스럽고 맛도 좋아서 호텔 측에서 엄청 신경 쓴 느낌이 들었다. 텔레비전도 있고 냉장고도 있고 커피포트도 있고, 왠만한 비품은 다 구비되어 있었다.
우리가 예약한 방 안에는 작은 발코니가 밖에 딸려 있기도 해서 밖에 나가서 먼 산을 바라보거나 시원한 공기를 쐬기에 좋았다. 밤에 발코니에 나가서 대화를 나누고, 이른 아침에는 나가서 상쾌한 공기를 쐬며 새소리를 듣고... 방 안에서도 커다란 통 창 너머로 푸른 산이 보이기도 해서 좋았다.
푸른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편안하게 휴식하기에 참 좋았던 호텔이다. 숙박객들도 그리 많지 않아서 조용했고, 그리고 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온천을 즐길 수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 2층에 온천장이 있었는데 숙박객이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조용히 찍어 본 온천장의 모습. 실내에는 냉탕, 허브탕, 온탕이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온천 하는 내내 사람을 거의 마주치지 못했다. 숙박객들 사이에서도 이용하는 시간이 갈리니까 그랬던 것일까? 조용히 온천할 수 있어서 좋았다.
바깥에는 노천탕이 마련되어 있었다. 크기가 크지는 않았지만 온도가 딱 좋았고 시원한 공기를 쐬면서 온천을 하니 좋았다. 가림막이 있어서 시야가 확 트이지는 않았지만, 낮에는 제법 푸른 산도 보였다. 무엇보다 고요한 와중에 들리는 자연의 소리들이 좋았다. 새 소리도 들리고 물 떨어지는 소리, 편안하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근데 다음 날 아침에는 노천탕을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물을 다 빼고 다시 채워 넣느라 그런가 보다)
온천이 끝나고 나서 호텔 로비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이 근방에서 아이스크림이 꽤나 유명한 것 같았다. 계란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천연 소금을 넣은 아이스크림, 유자를 넣은 샤베트, 맛난 모나카 아이스크림까지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2층에는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안마 의자가 놓여 있었고(물론 유료지만) 테이블과 소파들이 많았는데 커다란 창 너머로 보이는 푸릇푸릇한 풍경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한켠에는 책들이 놓여져 있기도 했다. 모두 일본어 책이라서 읽기는 힘들었지만 잠깐 앉아서 그림책 보듯이 후루룩 책을 보기도 했다.
여기 호텔이 니요도 강 옆에 되게 한적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서, 따로 어디 나가서 저녁 먹기가 애매해서 미리 호텔측에 저녁을 예약해놓은 상태였다. 정통 프랜치 코스요리라는데, 1층 프론트 데스크 왼편에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다. 거기서 미리 예약한 사람들은 저녁도 먹고 다음날 조식도 먹고 그러는 것 같았다.
저녁을 먹기 전에 1층 호텔 로비에 가서 기념품들을 구경했다. 아기자기하고 재미난 소품이나 먹을 것들, 공예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대망의 저녁 시간. 아름다운 정원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고, 재즈 음악이 흘러 나오고 테이블 위에는 작은 초와 꽃들이 놓여 있었다. 분위기가 참 좋았다.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에 좋은 호텔인 것 같았다. 우린 아무 날도 아니었지만, 이 분위기 덕분에 괜히 특별해진 기분이 들었다.
일본에서 만들었다는 화이트 와인 한 병을 주문하고, 차례차례 나오는 음식들과 곁들였다. 레스토랑에 4~5팀인가 밖에 손님이 없었는데 모두 숙박객이었다. 보통 이렇게 숙박객들이 저녁을 여기서 먹는구나 싶었다. 대접받는 느낌이 들었던 요리들을 맛나게 먹고 온천을 또 한 번 즐기고서 우리 방으로 돌아왔다.
발코니가 있으니 밤에도 잠깐 나가서 밤하늘 구경도 하고 시원한 공기도 쐴 수 있어 좋았다. 아차, 이 호텔의 특이한 점은 통금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오후 9시가 지나면 호텔에서 외부로 출입이 불가능했는데, 뭔가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진짜 산골 오지 깡촌에 쌩뚱맞게 호텔 하나 있는 그런 느낌이라서, 된다고 해도 들짐승들이 나올까봐 밖에 나가기 무서울 것 같았다.
호텔의 조식도 아주 준수했다. 아름다운 정원을 보면서 정갈한 아침을 즐겼다. 전날 저녁에 서양식 음식들도 좋았는데, 아침에 일본식으로 먹으니 속이 편안하고 역시 밥이다 싶더라.
그리고 이 호텔에서 만든 추억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종이 만들기 체험이다! 이 근방이 전통 종이로 유명한 것 같았다. 근처에 종이 공방도 있고 종이 박물관도 있는 것 같았다. 호텔 내부에 종이 공방이 있어서 잠깐 구경하러 들렀다가 얼떨결에 체험도 하게 되었는데, 너무너무 재미났다.
물에 젖어 있는 닥나무 조각(?)들을 틀에 떠서 퍼내고, 그 위에 갖가지 꽃과 풀들을 얹어서 만드는 작은 엽서 체험. 이렇게 종이가 만들어지는 구나, 머리로는 알고 있었는데 직접 해보니 느낌이 달랐다. 촉촉히 젖은 종이 위에 꽃이랑 풀들이랑 얹어서 꾸미는 작업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다.
그리고 뒤이어 종이 염색 체험도 했다. 원하는 무늬를 골라서 종이를 염색하고 잘 말리고 펴서 부채살에 종이를 붙이고 자르고 조각내고 부채를 만드는 체험! 요 체험도 너무 재밌었다. 호텔에서 연계해주는 체험 중에 이렇게 종이 만들기 체험도 있었고(우린 우리가 찾아가서 한 것이었지만, 방 안에 연계 체험 소개가 잘 되어 있었다) 카누타기 체험, 직물을 천연 염색하는 체험, 니요도 강 크루즈 체험도 있었다.
다음에 니요도 강 근처에 머물 일이 있으면 다시 이곳을 찾아서 다른 체험들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여름날에 오면 강에서 하는 여러 엑티비티들도 재미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