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방방곡곡/강원도

가을 설악산 백담사코스 백담계곡 단풍 트레킹 (백담사주차장~설악산국립공원백담분소~백담사)

WOONA 2024. 11. 2. 20:40
728x90
반응형

 



설악산이 고운 단풍옷으로 갈아 입었다고 해서 백담계곡을 찾았다. 백담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백담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 걸었다. 안내판을 보니 백담사까지는 5.7km 거리였고 왕복하기에는 시간이 빠듯해서 백담사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조금 쌀쌀해진 가을날이었다. 바람이 슁슁 불어대서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테이크아웃했다. 호로록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트레킹을 했다.


가는 길 초입에 설악산 국립공원 백담분소가 있어서 국립공원 스템프투어 여권에 도장도 찍었다.


계곡을 따라서 도로 옆으로 데크길이 나있었다. 셔틀버스가 쉴틈없이 도로 위를 오갔다. 단풍철이라 그런지 버스 안은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버스를 타고가면 20분이면 백담사에 다다를텐데, 걸어서는 2시간여가 걸리니 허허.


데크 옆으로 세차게 흐르는 물줄기 소리가 듣기 참 좋았다. 쌀쌀해진 공기는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와 잘 어울렸다. 거기에 울긋불긋 계곡 위를 수놓은 아름다운 단풍들까지 더해져서, 눈앞에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들이 가을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우리가 다소 늦은 시간에 출발한 탓에 해가 저물기 전에 백담사에 닿으려면 발걸음을 조금 서둘러야했다. 그래도 아름다운 가을산을 마주하며 가다보면, 입이 떡 벌어지는 풍광을 만나게 되어서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지난 가을에 설악산 비선대 코스를 걸었었는데, 백담사 코스는 비선대 코스와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비선대까지 가는 길 초입은 활엽수로 우거진 숲 속을 걷는 느낌이었는데, 백담사 코스는 바로 옆에 계곡을 두고 계속 걷는 길이었다. 백담사 코스로 가는 길이 뭔가 더 날것의 느낌이 났다.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면 에메랄드 빛깔의 계곡물이 흐르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단풍이 곱게 물든 산과 졸졸졸 흐르는 작은 폭포들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


도로 왼편으로 나있는 데크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도로 오른편으로 데크길이 바뀌게 된다. 왜 그런고 하니 계곡을 옆에 두고 걷게 해주려고 데크길 방향을 바꾼거였다. 덕분에 계속해서 계곡을 옆에 두고 걸을 수 있었다.


중간에 화장실도 있어서 급한 용무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5.7km정도니 화장실 하나 있으려나 했는데 있어서 다행이었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말이지, 화장실이 필요했다 😅


날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계곡 위로 난 출렁다리 위를 건너가기도 했다. 데크길을 참 잘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가을 말고도 눈 쌓인 겨울에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은 곧 변하고 말았다. 데크길이 쭉 이어지지 않았다. 중간에 뚝 끊기고 말았는데 아마도 완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았다. (근데 공사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서, 이대로 끝인건가 싶기도 했다)


데크길이 끊긴 이후부터는 버스가 지나다니는 도로 위를 걸어가야 했다. 단풍철이라 그런지 셔틀버스가 많이 다녔는데, 버스 하나 지나가기도 약간 벅찬 좁은 도로라서 걷기에는 다소 위험해보였다. 얼른 데크길이 다 만들어져서 안전하게 다닐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럼 겨울에 와도 참 좋을 것 같다.


길은 위험해도 풍경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모른다. 고도가 높아져서 계곡은 이제 저 멀리 절벽 아래에 있는 것처럼 멀어졌다. 알록달록 물든 단풍들과 어우러진 계곡의 풍경을 넋 놓고 바라 보았다.


백담사에 가까워져갈 때 다시 길이 나타났다. 이제 안심하고 걸어갈 수 있었다. 국화꽃 향기가 그윽한 백담사 일주문을 지나고, 드디어 백담사에 도착했다.


아주 먼 옛날 사람들이 어찌 이곳까지 올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 깊은 곳에 어떻게 절을 지었는지 모두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는 편하게 차를 타고 주차장까지 와서 잘 깔린 데크길을 따라서 걸어왔는데 말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계곡의 풍경! 잔잔한 강자갈들이 넓게 깔려 있었고 단풍으로 물든 산이 병풍처럼 세상을 휘감고 있었다.


경내 안으로 들어가서 절을 둘러보고 나왔다. 해가 저물어가는 산사는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 스님은 빗자루로 낙엽을 쓸고 있었다.


강자갈들이 가득 깔려 있는 계곡 위에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들이 가득했다. 돌탑들이 어찌나 많은지 그 풍경이 기이해보일 정도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간 것인지, 저 돌 탑 하나하나에 많은 이들의 소망이 담겨있겠구나!


우리도 그 틈바구니에 돌탑 하나를 쌓았다. 돌탑을 정성스레 쌓고 소망을 빌고 백담사를 떠났다. 백담사 주차장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왔을 즈음에는 날이 어둑해져버렸다.


막차가 오후 7시였는데 우리가 버스 매표를 한 시간은 5시 50분 즈음이었나 싶다. 버스 위에 올라타고 있었는데, 버스는 30분간 머무르다가  6시 20분 즈음에 출발했다.


백담사까지 올라오는데 2시간여가 걸렸는데 버스를 타고 다시 돌아가는 시간은 20분도 채 안걸렸던 것 같다. 이렇게 순식간이라니, 버스가 내려가며 보이는 길들이 그새 눈에 익어서 정겨웠다. 다음에 오게 되면 새록새록 오늘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