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오대산 선재길 트레킹 (월정사 주차장~택시타고 상원사~선재길 따라 월정사)
가을을 맞아 오대산에 단풍을 구경하러 왔다. 단풍 구경을 하며 숲길을 걷고 싶은 마음에 오대산 둘레길들을 알아보다가, 월정사와 상원사 구간을 잇는 '선재길'이 좋아 보여서 걸어보기로 했다.
상원사가 좀 더 고지대고 월정사가 아래에 있어서 상원사에서 시작해 월정사로 내려오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다만 월정사~상원사 구간은 길이가 8.6km정도 되어서 편도로만 걸을 예정이라, 차를 월정사에 세워두고 버스 타고 상원사로 가서 내려 걸어올 작정이었다.
그러나 두 구간을 오가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길어서 바로 버스를 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택시를 타고 갔다. 가을 단풍철이라 상원사~월정사 구간 택시요금은 2만원으로 고정되어있었는데, 우리는 택시 기사님이 5천원 깎아주셔서 15,000원 주고 다녀왔다.
상원사에 도착했더니 선재길 입구 옆에 오대산 깃대종인 긴점박이 올빼미의 귀여운 동상이 있었다. 귀여운 녀석들과 함께 기념 사진들을 남겼다.
선재길 입구 옆에 오대산 국립공원 상원사 탐방지원센터가 있어서 국립공원 여권에 오대산 스템프도 쾅 찍었다. 사실 이 스템프가 월정사에 있었다면 아마도 월정사 주변만 걷다 왔을지도 모른다 😅😅
상원사~월정사 총 8.6km 구간의 선재길 트레킹 시작! 선재길은 대부분 평지로 되어 있고 계곡 따라서 붉게 물든 단풍이 아름다워 가을철에 특히 인기가 많은 트레킹 코스라고 한다. 예전에는 스님과 불교 신자들이 걸어다니던 길이라고 한다.
오대산은 신라시대에 중국 오대산을 참배하고 문수보살을 친견한 지장스님에 의해 개창된 문수보살의 성지로서 문수보살은 지혜와 깨달음을 상징하는 불교의 대표적인 보살입니다. 이러한 문수의 지혜를 시작하는 깨달음이라는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분이 '화엄경'의 '선재(동자)'입니다. 이 길을 걸으면서 '참된 나'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오대산국립공원사무소
길 초입에 있던 안내문을 읽으며 왜 이 길이 '선재길'이란 이름이 붙었는가를 알게 되었다. 단풍잎 바스라지는 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온전히 나에 집중하며 걸어보자!
단풍의 절정을 맞은 오대산 선재길. 알록달록 물든 계곡가의 나무들이 진한 가을을 느끼게 해주었다. 세차게 흐르는 계곡 물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자연의 소리를 벗삼아 걸어가는 길.
길을 걷다가 다람쥐들도 많이 보았다. 다람쥐들도 소풍다니기 딱 좋은 시기인가 보다.
어느정도 걷다 보니 '왕의 길'이라는 안내판이 나타났다. 우리는 상원사에서 거꾸로 걷고 있었기 때문에, 길을 다 걷고 나서야 안내판을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상원사에서부터 걸었던 1.8km 정도의 길이 '왕의 길'이었구나! 왕의 길을 지나서 2.4km 구간의 화전민길이 이어졌다.
상원사에서 시작해 왕의 길을 지나서 화전민길을 가는 도중에 화장실이 하나 있어 급한 용무를 볼 수 있었다. 화장실 근처에서 다람쥐 친구도 만났다.
화장실 근처 도로를 지나 건너편으로 다시 선재길 시작되었다. 선재길을 걷는 동안 숨을 헐떡일 필요가 없이 조용히 사색하며 걸을 수 있어 좋았다. 급경사 구간이 없어서 편하게 공원 걷듯이 걸을 수 있었다.
화전민길이 끝나고 나서는 0.8km 구간의 거제수나무길이 시작되었다. 선재길을 걸어가면서 이 '거제수나무길'이 가장 아름다웠었다.
알록달록 단풍이 아주 곱게 물들어있었어서 걸을 때 기분이 무척 좋았던 거제수나무길. 계곡 따라서 낙엽 가득 깔린 흙길을 따라 걷고 다리를 건너기도 하고 즐겁게 걸었다.
거제수나무길이 끝나면 0.9km 구간인 조선사고길이 이어졌다. 길 끝에 닿으면 오대산 사고로 가는 길이 이어져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 같았다. 거제수나무길과 더불어 단풍이 무척 아름답던 구간이었다.
사고길이 끝나면 제일 긴 2.7km 구간의 산림철길이 나온다. 이제 마지막 구간이다! 우리가 출발이 좀 늦었던터라, 가는 도중에 해가 질까봐 여기부터는 살짝 서둘러서 걸었다.
산림철길이 가장 걷기가 좋은 길이었다. 계곡 위로 나무 데크길이 잘 깔려 있었고, 넓은 평지를 걷는 구간도 나오고 걷기에 무척 편했다. 게다가 멋드러진 가을로 물든 계곡을 마주보며 가는 구간이 많아서 편하기도 하면서 눈도 즐거웠다!
월정사에 거의 다 닿았을 즈음에는 날이 컴컴해져 있었다. 오후 2시 즈음에 시작했던 트레킹이 6시 정도에 끝났다. 앞에서는 설렁설렁 걷다가 막판에 해가 질까봐 걱정되어서 조금 빨리 걸었는데 4시간 정도가 걸렸다.
고요한 산사를 돌아보면서 선재길 트레킹을 마무리했다. 월정사 전나무 숲길을 걷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겠다. 긴 구간이었지만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서 가을 산책 같았던 오대산 선재길 트레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