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여행 망상 해수욕장에서 바다 수영 물놀이 그리고 밤 산책
작년 여름 즈음이었나 동해 망상 해수욕장에서 하루를 보냈던 적이 있었다. 그 때의 기억이 아련하게 남아서 다시 찾아온 이곳 망상 해수욕장. 저번에는 도로 앞 펜션에서 묵었었는데 이번에는 도로 뒤편에 있는 펜션에서 머물렀다. 민박집 같은 분위기에 분홍빛 요와 장판이 인상적이던 펜션,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놀이 도구들을 챙겨서 망상 해수욕장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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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해수욕장 근처에는 망상역이 있고 기찻길이 쭉 이어져 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며 보았던 풍경이 기억에 남는다. 노란 신호등과 차단기가 보이고 울창한 소나무 숲, 그리고 시선의 끝에는 붉은 등대와 수평선이 보인다. 실제로 기차가 지나다니는 길이라서 차단기가 내려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펜션에 묵을 때 창밖으로 기차 지나가는 소리가 종종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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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해수욕장의 빨간 등대 앞에 섰다. 그리고 등대 앞에 서서 찰칵찰칵 기념 사진을 남겼다. 망상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 해수욕장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왠지 이곳에서라면 일상을 던져버리고 엉뚱한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해수욕장은 개장 전이었지만 날이 더운 만큼 사람들이 꽤 많았다. 7월이면 해수욕장이 개장되니 안전요원들도 배치되고 파라솔도 곳곳에 서 있을테니 더 북적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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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에서 개운하게 깨끗히 몸을 씻어내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을 해결해야하는데 무얼 먹으면 좋을까나? 펜션에서 바베큐를 해먹어도 되겠지만 고기랑 야채 등등 다 사서 가야해서 간편하게 식당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망상 해수욕장 근처에 식당들이 꽤 있었으나 평은 제각각인 것 같았다.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해서 해수욕장을 걷다가 끌리는 곳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노을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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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못봤던 것 같던 조형물들이 해변 위에 놓여 있었다.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하얗고 빨간 조형물이었다. 두 조형물 꼭대기에 망상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미음과 시옷 옆에 'ㅏ' 모양은 마치 파도처럼 굴곡진 모양이었고 그 아래 이응은 둥그런 해 같아 보였다. 망상 해수욕장의 매력을 잘 살려 만든 것 같아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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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저녁식사는 삼겹살로 정해졌다. 해수욕을 열심히 해서 단백질 보충이 절실했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해변 앞 어느 삼겹살을 파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삼겹살 2인분과 된장찌개를 시켜 놓고서 맛나게 먹었다. 별다를 것 없는 삼겹살이었지만 해수욕 뒤에 먹어서 그런지 꿀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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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해변 산책을 하러 다시 밖으로 나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로 북적이던 밤의 해변. 철썩이는 파도는 소리만 들려오고 너무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폭죽을 쥐어 들고 밤하늘을 밝혔다. 우리는 어두운 밤을 비추는 불꽃들을 보며 잠시 해변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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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를 구경하다가 하얀 모래 위를 걸었다. 검은 바다를 응시하면 왜 이렇게 무섭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고 바다가 이리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참 밤 바다를 보다가 결국에는 눈을 휙 돌리게 되고 만다. 밤하늘에는 별들이 무수히 떠 있었다.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별들을 세어 보며 해변을 산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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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해수욕장 입구 쪽에 밤이 되면 밝게 빛나는 네온 사인이 하나 있다. 니체의 '짜라투르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글귀인가 보다. '사랑에는 언제나 약간의 망상이 담겨있다' 글귀를 되새겨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랑에 망상이 있기에 기대하게 되고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고 새롭지 않을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