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여행 봄맞이 국립 김천 치유의 숲 산책하기
언제였던가? 아마도 지난 가을 즈음에 국립 김천 치유의 숲에 들렀던 기억이 있다. 나무 위에 매달려 있던 겨우살이들과 가지만 남은 자작나무 숲, 붉게 물든 이파리들, 새소리 들으며 평상에 누워있던 기억이 떠오른다.
좋았던 기억 때문에 다시 찾고 싶었던 숲이었다.
봄이 되어 다시 찾아온 국립 김천 치유의 숲. 아직 산벚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산 군데군데 마다 붓으로 점 찍어 놓은 듯이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재미난 풍경이다.
수도리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서 국립 김천 치유의 숲 안내판을 따라서 걸어 들어갔다.
공휴일이라서 치유의 숲 힐링센터는 문을 닫았다. 안내판을 보고 어디를 가볼까 잠시 고민해보았다. 저번에 돌았던 코스 그대로 왠지 또 돌 것 같았지만 말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어서 그런지 숲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 넓은 숲에 우리 둘밖에 없다니, 숲 전체를 통으로 빌린 것 같았다. 우리 발걸음 소리와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왠지 우리 둘 탐험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돌에는 이끼가 가득 끼어 있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는 촉촉히 숲을 적시고 있었다. 유심히 주변을 살펴보며 걷다보면 가득 깔린 낙엽들 틈에서 방긋 피어난 꽃들을 볼 수 있었다.
봄이긴 봄인가 보다. 긴 겨울을 이겨내고 싹을 틔우고 잎을 뿜어내고 꽃을 피워냈다. 조그만 녀석들이 대단하다. 숲을 쏘다니며 여기저기 피어난 야생화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돌 길이 이어졌는데 비가 내려서 그런지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었다. 어디선가 날라온 산벚꽃의 꽃잎들이 돌 무더기 주위에 널려 있었다.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얀 꽃잎들. 돌길이 이어지다가 곧이어 잘 닦인 길이 나와서 편하게 걸었다.
쭉쭉 하늘로 뻗은 전나무들 사이로 펼쳐진 길들을 따라 걸어갔다. 곧게 하늘 위로 뻗은 나무들 가지 끝에는 유록색 이파리들이 가득 돋아나 있었다. 싱그러운 봄 기운이 물씬 느껴졌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서 자작나무 숲으로 가는 길,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가다 보면 작은 정자가 하나 나온다.
마음을 씻어낸다는 세심정. 세심정 앞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고 그 너머로는 곧게 뻗은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서있었다. 작은 새들이 가지마다 앉아서 소리를 내고, 숲 전체에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심정이라는 말처럼 정말로 마음이 씻겨져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세심정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자작나무 숲을 향해 걸어갔다. 멀리 하얀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에 왔었던 곳이라 그런지 몸이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곧게 뻗은 하얀 나무들이 우릴 반겨 주었다. 가지 끝마다 피어난 연두빛깔의 이파리들, 봄이다! 자작나무 숲에 싱그러운 봄이 찾아왔다.
자작나무 숲길을 따라서 걸었다. 곧게 뻗은 하얀 나무들과 막 솟아난 이파리들이 참 아름다웠다. 늦가을에 왔을 때는 노란 이파리들이 땅바닥에 다 떨어져 있었는데, 매년 이렇게 잎을 떨구고 다시 만들고 하는 나무들이 대단하다.
싱그러운 자작나무들을 사진에 담고 다시 돌아서 세심정을 지나 전나무 숲길을 따라서 걸었다. 자작나무들도 멋있지만 이번에는 전나무들에게 더 반했던 것 같다. 가지 끝마다 돋아난 이파리들이 너무 귀여웠다.
길쭉한 가지 위에 이끼들이 낀 것처럼 새 이파리들이 돋아나있었다. 귀엽다.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저 이파리들이 어마무시하게 커지겠지?
천천히 여유롭게 걷고 사진을 찍으며 돌아 다니다 보니 숲에서 2시간 정도 보낸 것 같다. 오르막 길들이 없진 않지만 대체로 평탄하고 길도 잘 닦여 있어서 무리 없이 걷기 좋았던 치유의 숲. 치유의 숲이라는 말처럼, 우린 올 때마다 몸과 마음이 치유되어서 숲을 나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