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날 수원 여행, 수원 장안문 야경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 떠났던 수원 여행.
수원 여행의 밤은 장안문으로 마무리했다. 수원 화성의 북쪽 문이자 정문인 장안문. 한국전쟁 당시 파괴된 것을 복원한 모습이 현재이다. 장안이라는 이름은 중국 옛 왕조의 수도였던 장안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라 한다. 수원 여행 중 하룻밤 묵으려고 예약한 호텔이 이 근처여서, 하루였지만 오며가며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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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걷는 길과 차가 다니는 길 모두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땅에는 물이 고여서 도시의 불빛들이 땅 위에도 아른아른 비쳤다. 비 오는 날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끔은 이렇게 비오는 날이 좋기도 하다. 밤이 되면 자동차 불빛이나 가로등 불빛들이 땅 위로 퍼져나가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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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화성 성곽길에도 불이 켜졌다. 낮에 잠깐 걸어 봤었는데 밤에 걸어도 운치있고 좋겠어. 비가 좀 덜 내렸으면 성곽길을 걸었을 법도 한데, 비가 좀 많이 내려서 성곽길은 포기하고 장안문이나 구경하고 오자 싶어서 문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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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장안문을 비추는 쨍한 불빛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도 보이게 만들었다. 분명 밤인데 하늘은 까맣지 않고 잿빛이었다. 하늘에서 하얀 빗줄기가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생생히 보였다. 그 모습이 기이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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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쓰고 저벅저벅 장안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드디어 장안문에 다다른 순간, 이야 멋있더라!
켜켜히 쌓아 올린 돌 벽돌들과 높다란 누각, 뾰족하게 솟아 오른 아름다운 처마와 커다란 현판, 둥그런 아치문과 반들거리던 돌바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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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돌 바닥에 비친 장안문의 모습이었다. 비가 많이도 내려서 바닥에 물이 고여 있었는데, 그 고인 물에 장안문이 비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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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칼코마니 한 것처럼 땅에도 위에도 장안문이 담겨 있었다. 비가 온 덕분에 이런 풍경을 다 보게 되었다. 비가 와서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또 이렇게 밤이 되어 색다른 풍경을 보게 되니 여행은 그냥 그 순간으로 즐겨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더라. 무슨 날씨든 어떤 일이 벌어지든, 지나고 나면 다 추억이 될테니 너무 아쉬워 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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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문을 돌아보고 앞에서 기념 사진도 찍고 호텔로 돌아갔다. 호텔은 장안문 근처여서 금방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미리 치킨을 배달 주문 시켜놨다. 수원에 오면 통닭은 먹어야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모두 너무 지쳐서 통닭거리까지 갈 힘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배달 주문해서 호텔 안에서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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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축히 젖은 거리를 걷고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 캔도 넉넉하게 샀다. 그리고 와서 치킨을 열심히 먹었다.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들어갈 곳이 없었던 나(Na)와 엄마는 그저 앉아 있었고 우(Woo)와 아빠는 열심히 치킨을 뜯어 먹었다. 그리고 짧은 듯 길었던 수원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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