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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이안 올드타운 자전거 타고 누비기, 로스터리 카페 & 커피와 칵테일
    아시아 여행기/베트남 2022. 5. 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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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이안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아침이 찾아왔다.

    꼬꼬댁 닭우는 소리가 창문 너머 어디에선가 들려왔다.

     



     


    이국적인 분홍빛 꽃은 방문 앞에 활짝 피어 있었다.

    아침 공기를 한껏 느끼며 조식을 먹기 위해 아랫층으로 내려갔다.

     

     


    간단한 베트남식 아침 식사였다.

    입맛에 맞는게 별로 없어서 과일 위주로 먹었다.

    외국 향신료가 듬뿍 든 음식에 나름 자신있다고 생각했건만 이번 여행에서 번번히 깨졌다.

    입맛에 안맞는 음식이 이렇게도 많을 줄 몰랐다.


     

     


    어제 숙소를 통해서 이 날 오후 투본강 선셋투어를 예약해 둔 상황이었다.

    그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바구니가 달린 귀여운 자전거를 타고 호이안 올드타운을 누벼보기로 했다.

    숙소에서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주니 가능한 일이었다.

     



     


    내리쬐는 태양이 너무나도 뜨겁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자전거를 타고 나갔는데 나는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다.(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랬는지 원!)

    하지만 뒤늦게 깨달은 사실은 자전거를 탈 때 긴팔, 긴바지 그리고 챙넓은 모자가 필수적이라는 것!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다니는 베트남인들의 옷차림을 보니 모두가 꽁꽁 싸맨 형상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니 왜 그런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온 살갗이 금새 타버려 나중에는 발진까지 올라와 고생을 좀 했다.

     

     


    자전거를 타고 쌩쌩 돌아다닐 때는 그래도 바람이 느껴지니 괜찮았다.

    하지만 어디 잠깐이라도 멈춰서 무언가를 볼려고 하면 땀이 죽죽 미친듯이 흘러내렸다.

    더워도 너무 더워서 후다닥 들어간 호이안 로스터리 카페.

    뭔가 그럴싸한 느낌이 나서 들어갔는데 베트남의 프랜차이즈 커피점 같았다.

    이 곳 말고도 같은 이름을 가진 카페가 여러군데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에 들어오니 종업원분이 시원한 물수건을 가져다 주셨다.

    물수건에서는 시큼하고도 달콤한 허브향이 풍겨졌다.

    물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 목 뒤에 얹어 놓으니 좀 살만했다.

    처음에는 물수건을 주는 것이 이곳만의 배려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무더운 한낮 다른 카페나 식당에 들어가보니 모두 시원한 물수건을 먼저 건네주었다.

    아마도 후덥한 날씨 때문에 생긴 이 지역만의 특별한 서비스인가?

     

     


    카페 앞에 세워놓은 두 자전거는 태양빛에 익어가고 있었다.

    시원한 음료를 다 마시고 더위가 한 풀 꺾였을 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그러고는 자전거 위에 올라 앉는데 안장이 어찌나 뜨겁던지!

    하필이면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허벅지가 뜨거워서 혼났다.

    이 때 호되게 당해서 다음부터는 자전거를 그늘 밑에 세우려고 노력했다.

     



     


    투본강변을 따라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달리는 오른편으로는 줄지어 열대 나무들이 가득했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나무 위에 둥둥 떠있고 강위에도 둥둥 떠있었다.

    이국적인 풍경에 여행 온 기분이 확 느껴졌다.

     

     


    저 농이라는 모자는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닐테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무더운 베트남의 여름, 모자를 쓰고 다니지 않았다가 얼굴에 발진이 두두두 돋았다.

    뜨거운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깊은 그늘을 만드는 저런 모자를 만들어 낸 것이겠지.

    여행 초장부터 '농'을 사서 쓰고 다녔으면 좋았을텐데, 괜한 오기가 생겨 선크림으로 버텼다.

    모자를 쓰면 머리카락이 눌려 축축해지는 느낌이 너무 싫었으니까!

    하지만 여행 이후 피부가 고생한 걸 생각하면 다음 여행 때는 무조건 모자를 쓰리라 다짐했다.

     

     


    뱃사공은 배를 태워주겠다며 흥정을 시도했지만 이렇게 더운 날씨에 배를 타면 쪄 죽을 듯 싶었다.

    투본강을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그러려고 자전거를 세웠는데, 땀이 또 다시 줄줄 흘렀다.

    자전거를 세우면 미친듯이 땀이나고, 덥지 않으려면 계속해서 페달을 밟아 바람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했다.

     

     


    카페에서 나온지 1시간도 채 안되었던 것 같다.

    얼마 못가서 또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오게 되다니, 더위가 참 무섭다.

     

     


    자리에 앉으니 종업원이 물수건을 가져다 주었다.

    허브향이 감도는 차가운 물수건으로 슥슥 열기를 머금은 살들을 닦아냈다.

    아, 이제 좀 살 것 같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역시 더운 날에는 시원한 걸 마시며 가만히 있는 것이 최고다.

     

     


    처마에는 노란생 등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밑으로는 나무 이파리들의 그림자가 짙에 어려 있었다.

    가만히 바라보니 마음이 절로 따뜻해진다.

    무척 평화롭고 고즈넉한 시간이다.

     

     


    시원한 칵테일 한 잔으로 차갑게 속을 식혀본다.

    우리가 앉은 옆 테이블에서는 종업원들 여럿이 모여 열심히 식재료를 다듬고 있었다.

    이 곳 식당 메뉴를 보아하니 멕시칸 음식점인 것 같았는데 허브류들을 다듬는 것 같았다.

    무심히 손질하고 있는 장면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맘이 괜시리 울컥해졌다.

    내가 떠난 뒤에도 이곳에서 계속 반복될 그들의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이곳을 잠깐 스쳐가는 나에게 이 장면은 단편적인 기억로만 남겠지.

    평범했던 그래서 지루했던 내 일상이 잠깐동안 몹시 그리워지더라.

    왜 이런 마음이 들었을까?

     

     


    대롱대롱 매달린 등들을 구경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열심히 또 달렸다.

    '팔마로사'라는 마사지샵을 예약해 둔 지라 시간에 맞춰가야 했다.

    날이 더우니 한시라도 빨리 그냥 마사지를 받고 싶었다.

    시원한 곳에 누워 피로를 풀 수 있을 것만 같아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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