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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하얀 숲 속에서 보낸 하루 & 로바니에미 시내 마트에서 장보기
    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2. 6. 14.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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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찾아온 로바니에미 산타마을, 새하얀 눈으로 가득한 세상 속을 걸으니 몸은 추워도 마음 속은 포근했다. 핀란드에서의 마지막 날, 우리는 숙소 안에서 음식들을 해먹으려고 장을 보기 위해 로바니에미 시내로 향하는 길이었다.

    산타마을에 있는 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운좋게 막 도착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로바니에미 산타마을과 시내를 오가며 탔었던 버스는 항상 '산타 익스프레스'라고 적혀 있던 커다란 빨간 버스였다. 이번에는 산타 익스프레스가 아닌 일반 마을 버스를 타고 로마니에미 시내로 향했다.

    하얀 눈이 쌓인 기다란 숲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길 위로는 온통 하얀 눈이었다. 차들은 엉금엉금 거북이처럼 도로 위를 달려갔다. 보통 한국에서 주로 보던 도로 위의 풍경은 빌딩이 가득했거나 혹은 겹겹이 쌓인 산능선이 보이던 그런 모습이었다.

    로바니에미 도로 양 옆으로는 침엽수가 빽빽히 가득 들어차 있었고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이던 산이나 빌딩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깊은 숲 속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모든 풍경들이 낯설었다. 버스가 지나가며 출근길인 것 같은 사람들을 하나둘씩 태웠다. 누군가에게는 이곳이 바로 일상이겠구나.

    버스를 타고 로바니에미 시내에서 하차한 우리는 마트를 찾아서 걷기 시작했다. 커다란 빨간 차가 돌아다니며 제설 작업을 하고 있었다. 덩어리진 눈들이 여기저기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눈들을 덜어 내었건만 도시는 여전히 눈 속에 덮혀 있는 것 같았다.

    마트에 들어온 우리는 카드를 끌고 신나게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없는 것이 없어 보이는 커다란 마트였다. 눈이 휙휙 돌아간 우리는 여러 제품들을 카트 안에 담기 시작했다.

    우선 저녁에 해먹을 요리 재료들을 차근차근 담았다. 그리고 남편이 스모어를 해준다며 마시멜로우와 초콜릿, 과자를 찾아 담았다. 스모어의 핵심인 마시멜로우를 꽂아 넣을 나무 꼬챙이가 필요해서 마트 곳곳을 쏘다니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집에서 먹을 각종 과일쨈들과 다양한 티를 카트 안에 담았다. 그리고 뱅쇼와 비슷한 와인을 끓여 만든 핀란드 전통 음료인 글로기(Glogi)도 숙소 안에서 먹을 요량으로 몇 병 담았다. 벽난로 안에 넣어 구워먹을 생각으로 생감자도 몇 알 담아 넣었다.

    토마토가 진열된 곳에는 싱싱한 바질 화분들이 널려 있었다. 한국에서는 플라스틱 통에 든 바질 잎도 보기 힘들었데 로바니에미 마트에서 이렇게 생바질을 화분째로 파는 것을 보니 신기했다. 이 나라에서 바질은 대중적인 허브인가 보다. 바질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정말 부러운 일이다.

     

    하나둘씩 주워 담다보니 카트 안에 물건들이 점점 쌓여갔다. 장을 다 보고 계산할 때 계산대 위로 물건들이 가득찼다. 누가보면 여기서 며칠 더 머무르는 줄 알겠다. 오늘이 아쉬운 마지막 밤인데 말이다.

     

    바리바리 짐들을 잔뜩 들고서 이제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 있는 숙소로 가야했다. 버스를 어디서 타야할지 몰라서 한참을 헤맸었다. 구글 지도 앱이 표시된대로 갔지만 버스 정류장이라는 어떤 표식도 없어서 불안했다. 그렇게 거리를 배회하다가 택시를 타야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정말 신기하게도 빨간 산타클로스 익스프레스 버스를 마주치게 되었다.

    버스를 보니 오아시스라도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우리는 호다닥 빨간 버스로 뛰어갔다. 무사히 버스 위에 올라 산타마을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벽난로 안에 나무 조각들을 잔뜩 넣고 불을 지폈다. 화르륵 솟아오르는 밝은 불길이 아름다웠다. 불이 타오르는 모습은 왜 이리도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것일까? 그저 아무생각 없이 불길을 바라보게 되고, 그러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핀란드에 와서 짧은 시간을 보내다 갈 뿐이니 라면이 그리워질 줄은 몰랐는데, 파를 송송 썰어넣은 매콤한 신라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한국의 맛이 그리워 마트를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그나마 비슷한 흔적은 태국표 마마 라면 뿐이었다.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점심으로 마트에서 사온 태국 라면 마마를 끓여 먹었다. 신라면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꿀맛이었다.

    맛나게 라면을 먹고 나서 후식으로 핫초코를 마시기로 했다. 눈으로 가득한 추운 겨울 세상 속 김이 폴폴나는 뜨끈한 핫초코를 마신다고 상상하니 어찌나 기쁘던지. 로바니에미를 여행하며 산 오로라가 그려진 컵과 무민 법랑컵에다가 핫초코를 쉭쉭 타서 밖으로 나왔다. 설경을 바라보며 눈 밭위에서 마시는 핫초코, 잊을 수 없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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