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변산반도에 여행을 왔으면 곰소항에는 꼭 들러보아야지 생각했다. 젓갈을 사기 위해서였다.
예로부터 질 좋은 소금이 많이 나는 것으로 유명했던 이곳은 좋은 소금만큼 젓갈도 유명하다 들었다. 곰소젓갈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두룩 빽빽 젓갈들이 나왔다. 인터넷 쇼핑도 재미지만 직접 맛보고 사는 것은 더 큰 재미이니 곰소항에 들러 젓갈을 사가기로 했다.
늘 보던 동해 그리고 남쪽 바다와 달리 바다 빛깔이 왠지 흙탕물 같았다. 우리가 서 있던 곳 바로 밑 바다는 갯벌이었다. 갯벌에 숨구멍 같이 구멍이 퐁퐁 나있었는데 작은 게들이나 검은 형체의 무언가가 계속 걸어다녔다. 아마도 짱뚱어일 것 같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서 젓갈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길들을 걸었다. 어딜가나 다 비슷비슷 할 것 같아서 좀 깔끔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사실 나는 별로 젓갈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얀 쌀밥 위에 젓갈 한 점 올려 먹으면 밥도둑이라고 하는데, 난 젓갈이 너무 짜서 흰 쌀밥을 아무리 넣어 먹어도 그리 맛난 줄 모르겠더라. 그런데 남편은 환장하고 젓갈을 좋아하니 이곳에서 젓갈을 사갈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 이곳에 와서 사고 싶어하던 것은 바지락 젓갈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들어간 젓갈 가게에서는 바지락 젓갈이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고심 끝에 남편이 고른 젓갈은 가리비 젓갈이었다. 남편은 오징어 젓갈이나 낙지 젓갈, 어리굴젓 등등 많이 먹어본 젓갈들 말고 좀 특이한 젓갈을 먹어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고른 가리비 젓갈! 500g에 만원이었다.
나중에 숙소에 가서 흰 쌀밥 위에 젓갈 한 점 올리고 막걸리랑 먹자고 하니 남편은 신이나서 히히덕 거렸다.
그냥 돌아가려다가 근처 구경이나 좀 하다가 가보자 싶어 무작정 걸었다. 그러다가 우르르르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걸어갔는데 갑자기 수산 시장이 나왔다. 지도를 아무리 뒤져 봐도 수산 시장은 보이지 않았는데 이 구석탱이에 시장이 있다니 놀라웠다.
시장 입구에서 마른 생선들을 잔뜩 팔고 있었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싱싱한 해물들이 가득했다. 품목들이 아주 다양했다. 왕새우, 꽃게, 광어, 병어, 갈치, 뿔소라 등등 온갖 해물들이 널려 있었다. 인기가 많아 보이는 녀석은 정해져 있었지만 말이다.
특히 이곳 부안 변산반도 쪽에 와서 먹어보아야 할 음식으로 백합과 갑오징어를 꼽을 수 있는데 시장에 백합들도 많고 갑오징어도 많았다. 그리고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왕새우 직판장이 무척 많았는데, 이곳 시장에서는 왕새우를 1kg 당 이만원에서 이만 오천원 사이에 팔고 있었다.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천막 바깥을 보는데 나무 횟대 같은 곳 위에 갈매기들이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사진을 찍어 두었다. 세 마리가 쪼로미 나무 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귀여웠다.
시장에 가서 다양한 서해의 해물들도 구경하고 가리비 젓갈도 사고 즐거웠던 곰소항 나들이었다.
그리고 숙소에 와서 줄포 막걸리랑 가리비 젓갈이랑 흰 쌀밥이랑 정말 맛있게 먹었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