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벨 변산에서 설렁설렁 걸어 나와 격포 해수욕장으로 갔다.
노을이 짙게 깔린 시간 하늘과 바다가 주홍빛으로 반짝였다. 구름이 꽉 낀 흐린 날씨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언제나 참 아름답구나!
소노벨 변산에서 격포 해수욕장으로 향하는 해안가 산책로를 따라 가다 보니 '해넘이 채화대'라는 곳이 나왔다. 여기 서서 해가 저무는 모습을 잠깐 구경했다.
우리는 해변으로 내려갔다. 서해안은 진짜 오랫만에 찾아서 이 질퍽거리는 갯벌 같은 해변은 참 간만이었다. 미끄덩거리는 것 같은 부드러운 흙을 밟으면서 걸어갔다.
구름이 꽉 끼었는데도 노을이 어찌나 멋있던지! 서해에 오면 무조건 노을을 제대로 봐야지 싶었는데, 비로 날씨가 이랬지만 해지는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는 바리바리 삼각대를 꺼내 조립하고 해변에 삼각대를 세워 놓고서 기념 사진을 남겼다. 멀리 불타는 하늘과 우리들의 모습이 아주 잘 담겼다.
사진을 찍다가 삼각대를 접어 넣고 저무는 노을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구름 사이로 해가 쏙 들어가서 금방 날이 어둑해져버렸다. 구름이 좀 덜 꼈더라면 더 아름다웠을텐데 좀 아쉬웠다.
저벅저벅 바다가 잔잔하게 깔려 있는 해변 위를 걸어 채석강으로 향했다. 격포 해수욕장의 왼편으로 보이는 작은 언덕처럼 보이는 곳이 채석강이었다. 채석강은 예전에 가족들과 변산반도 여행을 왔을 때 한 번 와보았던 곳이었다.
해변 위에 바닷물이 잔잔하게 찰랑이고 있었다. 해변 위에 물이 고여있는 탓인지 높은 하늘이 그대로 걷는 길 위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바다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하고 하늘 위를 걷는 것 같기도 했다.
우유니 사막에 가본 적은 없지만 인터넷을 뒤적이다 사진으로 보았던 그곳이 떠올랐다. 하늘의 반영이 담겨 있어서 딱 이런 모습이었던 것 같다.
해변 위를 건너 채석강으로 넘어왔다. 켜켜히 크레이프 케익처럼 쌓인 돌들을 보았다.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돌들이었다. 그 위에 서서 타들어가는 하늘을 바라 보았다. 바다 위가 지는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거렸다.
채석강을 둘러보고 나서 우리는 이제 맛난 저녁을 먹으러 해변 바깥으로 나왔다. 변산반도에 왔으니 맛난 해물을 먹어야지, 미리 점찍어둔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