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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이스탄불 여행 톱카프 궁전 하렘 돌아보기
    지구별 여행자/튀르키예 (Türkiye) 2022. 12. 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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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포스팅

    터키 이스탄불 여행 톱카프 궁전 왕족의 거처와 부엌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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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카프 궁전을 둘러보고 우리는 하렘을 찾았다. '하렘(Harem)'은 외부 남성의 출입이 엄격하게 금지되는 여성들만의 공간이다. 아랍어로 금지된 것을 뜻하는 '하림(حرم, harīm)'이 터키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율법에 따라 남성과 여성의 거주 공간을 분리시켜 놓았다. 톱카프 궁전의 하렘은 술탄의 모후, 후궁 그리고 궁전에서 일하던 여성들, 왕자, 거세한 흑인 노예들이 지내던 곳이었다.




    우리는 높은 담이 둘러진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계단 끝에 다다르니 앞서 보았던 궁전과는 아주 다른 풍경들이 펼쳐졌다. 높은 기둥과 천막이 드리워진 복도와 창문이 달린 건물들이 이어졌다.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궁전 안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하나 따로 만들어 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누군가 거주했던 공간들 안에는 작은 목욕탕과 화장실이 딸려 있기도 했다.




    방금 돌아보고 온 톱카프 궁전의 여러 화려한 건축물들이나 돌마 바흐체의 하렘에 비하면 정말 소박하기 짝이 없었다. 하렘에는 술탄의 여자들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일했던 거세한 흑인 노예들과 다른 여성들도 머물렀을테니 방의 크기나 모양이 다양했던 것 같다.




    안내판을 따라 이어진 길을 걷는데 미로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주위로 둘러진 담벼락이 너무 높아서 갑갑하기도 했다. 푸르른 하늘을 이렇게 높은 담벼락와 지붕 사이로 보아야 하다니, 여기서 어떻게 하루하루 살아갔던 것일까?




    하렘의 음악당. 건물 앞 안내판에 'Musical Room'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은 하렘에 기거하던 이들을 위한 음악 교육장이 아닐까 싶다. 아니면 연주회가 이뤄지던 곳이려나? 2층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천장이 높아서 소리가 잘 울려 퍼졌다.




    인상적이었던 공간 중 하나는 분홍색 외벽에 푸른색 타일로 꾸며져 있던 곳이었다. 벽면이 아주 높았는데, 천장은 벽돌을 쌓은 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천장에 달린 작은 창과 벽면에 달린 커다란 창 사이로 햇살이 스며 들어서 건물 안이 밝았다.




    벽면에 붙어있던 푸른 색조의 타일들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곳에 한참 있었다. 잠깐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불난 발바닥을 달래려고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차가운 돌 위에 앉아 벽면과 천장을 가득 눈에 담았다.




    걷다가 보면 하늘이 보이는 마당 같은 공간이 조금씩 있기는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간들이 벽과 지붕으로 가려져 있었고, 창문에는 시커먼 창살이 달려 있어서 하렘이라는 공간을 떠올리면 폐쇄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렘 안에는 술탄의 모후가 사용하던 대리석으로 만든 목욕탕이 있었다. 하얀 톤의 검은 무늬들이 살아있는 대리석들로 벽과 바닥을 채우고, 기둥과 욕조, 수도꼭지가 달린 개수대 등 모든 것들이 다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대리석 위로 반짝이는 금칠 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천장은 아주 드높았다. 작은 유리들이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히 천장에 박혀 있었다. 올려다 보아도 하늘은 보이지 않았지만 스며드는 햇살은 느낄 수 있었다. 화려하되 갇혀 있는 삶이란 어떤 기분일까? 잠시 이곳에 살았던 이들을 떠올려 보았다.




    톱카프 궁전의 하렘에서 가장 화려했던 곳을 꼽으라면 바로 이곳 술탄의 접견실을 이야기 할 것 같다. 톱카프 궁전 안에서 보았던 화려함이 그대로 담겨 있던 곳이었다. 돔 형태의 천장에는 붉은 색조의 아름다운 무늬가 담겨 있었다.




    접견실 바닥에는 아주 커다랗고 무늬가 아름다운 카펫이 깔려 있었다. 그 위로 돌을 깎아 만든 기둥들이 여럿 놓여 있었고 푸른빛깔로 꾸민 아치가 이어졌다. 벽면은 기하학적인 무늬가 담긴 타일들과 붉은 벽지, 황금빛 장식으로 꾸며져 있었다.




    수도 꼭지가 달린 손을 씻는 곳도 어찌나 화려하던지 모른다. 대리석을 깎아 기둥과 여러 장식적인 문야을 만들어 내고, 그 위로 금빛 칠을 해서 개수대를 화려하게 꾸몄다.




    뒤이어 나온 곳은 하렘에 머무르던 술탄이 머무르던 방. 역시 술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했다. 개방적인 창문과 높은 천장, 아름다운 타일 장식들과 스테인드글라스. 술탄의 접견실 보다는 덜 화려했지만 좀 더 사적인 느낌이 나는 공간이었다.




    뒤이어 나타난 곳은 넓은 야외 공간이었다. 무어라 불러야할지 모르겠으나 아주 넓고 커다란 테라스라고 말하고 싶다. 그나마 하늘을 마음껏 보고 멀리 이스탄불도 내려다 볼 수 있는 숨통이 트이는 공간이었다.




    술탄에게는 여자가 많았고 따라서 자식들도 많았다. 그 자식들 중에 과연 누가 다음 술탄이 될 것인가는 모두의 관심사였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암투를 벌이고 목숨을 잃어갔을 것이다. 화려하기 짝이 없지만 폐쇄적인 공간과 역사를 생각해보면 왠지 모르게 어둡고 슬프게 느껴지는 곳이 바로 하렘이었다.




    술탄의 모후가 이용하던 뜰, 이런식으로 하렘 내의 건물들 사이사이에 작고 큰 마당을 만들어 두어서 사람들이 하늘도 보고 볕도 쬐게 만들어 놓았다. 그래, 이런 공간이라도 없었다면 누구든 정말 이곳을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화려한 타일로 수놓아진 커다란 뜰의 복도를 걸었다. 몇몇 사람들이 개수대의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고 손을 씻었다. 우리도 기념삼아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 보았다.




    하렘을 다 둘러보고 나와서, 솔직히 다시 톱카프 궁전 안으로 들어갈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유명한 톱카프 궁전의 황금빛 단검도 보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 둘은 너무 지쳐 있었다.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 같아서 더는 궁전을 돌아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이미 충분히 많이 보고 느꼈으므로 다음 일정을 위해 궁전을 빠져나와 배를 채우러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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