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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에서 오하라로 떠나다, 고즈넉한 오하라 산젠인
    일본 방방곡곡/교토(Kyoto) 2022. 12. 22.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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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토의 6월.

    기가막히게 화창한 날씨였다.

    푸른 하늘에 차오른 맑은 구름들

    그리고 살결에 와닿는 따뜻한 햇살.




    고조자카(Gojo-zaka)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교토역으로 향했다.

    교토역 유리벽에 화사한 여름 하늘이 담겼다.

    여행을 시작하는 이른 아침시간
    두근두근 설렘이 가슴 한 켠에 가득찼다.




    나의 목적지는
    교토 근교의 작은 마을 오하라(大原).

    교토역에서 17번 버스를 타고
    1시간여 정도 달렸던 것 같다.

    굽이진 길들을 지나 산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오하라에 도착해 첫 행선지로 삼은 곳은
    산젠인(三千院)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신나게 걸었다.

    번잡스러웠던 교토 시내와는 달리
    오하라는 고즈넉한 분위기였다.




    날이 어쩜 이리도 좋은지!
    감사한 여행이다.

    푸릇한 잎파리들이 세상을 가득 채웠다.




    푸른 여름길을 걷다 보니
    산젠인에 도착했다.

    700엔의 입장료를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보기 좋은 두 사람
    하얀 붓꽃이 가득 핀 정원
    빨간 카펫 위에 앉아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액자 정원을 보니
    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끼 서린 석등 주위로
    하얀 붓꽃이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작은 못이 보이는 난간에 자리잡고 앉았다.

    액자 밖 풍경을 바라보며
    말차와 양갱을 먹었다.

    쌉싸래한 말차와 달콤함 팥양갱.

    분위기에 취하니 맛이 더 좋게 느껴졌다.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액자 정원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푸릇한 이끼로 뒤덮힌 석등과
    군데군데 피어난 연분홍 꽃들.

    뒤로는 잎파리 무성한
    단풍나무들이 솟아올라 있었다.
    단풍 드는 가을에 와도 무척 아름다울 것 같다.

    고요한 못 위로는
    초록 정원과 파아란 하늘이 비쳤다.

    비치는 못 안에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쳐다니고 있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신비로운 이끼 정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땅 위를 덮고있는 이끼들은
    곱게 갈린 녹차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




    쭉쭉 곧게 하늘로 뻗은 나무들과 무성한 이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원령공주'가 번뜩 떠올랐다.

    영화 속에 나오는 신비로운 풍경들은
    가상의 세계이겠거니 생각했었다.

    이곳에 와보니 알겠더라.
    영화 속 장면들은
    실재하는 세상의 모습이었다.

    금방이라도 영화 속
    사슴신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지장보살들이 이끼 숲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표정과 동작이 제각각이라
    찾아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6월 초 오하라 산젠인에는
    수국이 한창이다.

    짙푸른색의 수국 꽃잎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바람에 푸른 꽃잎들이 하늘하늘 흔들렸다.

    이쁘게 단풍드는 어느 가을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산젠인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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