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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파계사에서 울긋불긋한 팔공산 단풍 구경
    우리나라 방방곡곡/경상도 2023. 11. 1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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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 11월이 들어서자 초록 나무들이 붉은 옷들을 꺼내 입기 시작했다. 팔공산에 단풍을 보러갈까 싶어서 차를 타고 나섰는데, 팔공산 케이블카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차 안에서 시간을 다 보내게 생겼다.​

    그래서 한적한 곳을 알아보다가 찾아간 곳이 파계사였다. 근처의 동화사도 단풍으로 유명한데 케이블카처럼 사람들이 많아서 파계사로 왔다.

    알록달록 물든 팔공산
    차를 타고 파계사로 가는 길


    차를 타고 들어서는 길들이 아주 어여뻤다. 창문을 열고 단풍나무 아래를 달려가는데 축축한 낙엽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깊은 산에 들어서니 가을 향기가 아주 진했다.

    아래에 세워놓고 도로를 따라 걸어가도 되고, 중간에 파계사 주차료 2천원을 내고 절 근처 주차장까지 가도 된다. 우리는 주차료를 내고 파계사까지 차로 이동했다.

    파계사 옛길 안내판
    붉은 길을 걸어갔다


    차를 세워놓고 근처에 '파계사 옛길'이라는 안내판을 보고 잠깐 옛길을 따라 걸었다. 노르스름하게 탄 것 같은 낙엽들을 밟고 걸어갔다. 바사삭 바사삭 잔뜩 마른 낙엽 부서지는 소리가 참 좋았다.

    알록달록한 팔공산
    어여쁘던 붉은 단풍


    하늘 위에도 땅 위에도 온통 단풍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파계사에 오길 아주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올랐다면, 이런 한적한 분위기는 아니었을 것 같다. 조용히 단풍들을 감상하기에는 파계사 옛길이 참 좋았다.


    우리나라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는 어김없이 절이 있으니, 전국 곳곳에 있는 절만 찾아다녀도 아름다운 산들을 실컷 볼 수 있다. 팔공산 깊은 곳에 자리잡은 파계사도 그랬다. 다음번에는 차 말고 옛길을 따라서 걸어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파계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번득 '파계승'이라는 단어가 같이 떠올라 '파계'라는 이름이 왠지 절과는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파계(把溪)는 물줄기를 잡는다라는 의미가 있는 단어로, 이 근방에 9군데 물줄기가 흐르고 있는데 저수지를 파서 그 물줄기를 하나로 모았다고 한다. 그래서 절의 이름이 '파계사'가 된 것이었다.

     


    파계사는 그리 넓은 절은 아니었다. 우리가 찾았을 때 그래도 주말이었는데 사람들도 별로 없었고 조용했다. ​

    파계사에는 조선시대 영조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숙종 때 파계사의 현응스님이 숙종의 부탁을 받아 백일 기도를 드렸는데, 기도가 끝나고 태어난 아이가 숙빈 최씨의 아들 바로 영조였다고 한다. 1979년 관음보살상을 개금할 때 영조의 도포가 나왔다고 한다.


    파계사를 돌아보고 나서 우린 다시 파계사 옛길을 따라서 걸었다. 길은 정말 끝없이 이어져 있었는데, 끝까지는 걷지 못하고 좁은 산길이 나와서 멈췄다. 그러고는 아래로 내려와 도로를 따라서 살짝 걸었다.


    팔공산이 단풍이나 벚꽃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드라이브 하는 길들을 두 다리로 걸으니 색달랐다. 아름다운 단풍들이 하늘 위에 끝없이 이어져 있어서 황홀했다.​


    9개의 물줄기가 모여있다는 저수지도 지나게 되었다. 겉으로 봐서는 모르겠는데 엄청나게 깊은 수심을 자랑한다고 한다. 물가의 나무들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다.


    파계사에서 붉고 노랗고 주홍빛깔의 다양한 단풍들을 만나고 깊은 산 속 상쾌한 공기도 가득 마셨다. 그러고 아래로 내려오는 길에 파계 오토 캠핑장 근처에서 은행나무 숲을 만났다.

    온통 노랗던 은행나무 숲
    바닥에 흩날리던 은행잎들


    그리 큰 은행나무 숲은 아니었는데, 오밀조밀 모인 은행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서 바닥에 한가득 은행잎들을 흩뿌려 놓았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었다.


    꾸리꾸리한 은행냄새가 코 끝을 찔러댔지만, 이 샛노란 은행들은 티 없이 맑고 순수해보였다. 예쁘장한 은행이파리 몇 개를 주워서 일기장에 꽂아 넣고 가을 산책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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