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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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어느 날 비오는 할슈타트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8. 9. 15:44
고자우제에 머물렀던 나는 버스를 타고 할슈타트로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고자우제 정류장에서 542번 버스를 타고 쭉 가다가 중간에 버스가 멈춰섰다. 버스 기사는 할슈타트로 갈 사람은 옆 버스로 갈아 타라고 외쳤다. 할슈타트로 가려는 사람들은 옆에 대기하고 있던 543번 버스로 갈아탔다. 만약 542번 버스가 도착했을 때 543번 버스가 없다면 버스가 올 때까지 기다린다. 아마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일 듯 싶다. 두 버스는 서로를 기다리는 애틋한 운명인 것이다. 시간 배차가 어긋나서 혹시나 환승하지 못하고 할슈타트행 버스를 놓치면 어쩌나 걱정했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나보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내내 비가 참 자주 왔던 것 같다. 비가 오다 그치다를 반복하니 우산을 항상 챙기고 다녀야 했다. 또 하나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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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우제에서 아침 그리고 저녁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8. 3. 11:11
고자우제를 한바퀴 다 돌아보고 숙소로 돌아와 낮잠을 잤다. 일어나고 보니 커튼을 쳐 둔 탓일까 방 안에 빛이 들지 않아 어둑어둑했다. 노란 빛을 내뿜는 등을 켜두고 TV를 틀어 보았다. 따뜻한 불빛과 TV 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먼 타국의 게스트하우스가 마치 내 방처럼 아늑하게 느껴졌다. 자고 일어나니 배가 출출해졌다. 뭐라도 좀 먹을까 싶어 밖으로 나섰다. 아직은 대낮마냥 훤한 늦은 오후에 저녁을 먹게 되었다. 계단을 따라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내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고자우제(Gasthof Gosausee)'에서는 숙박 외에도 레스토랑을 겸하고 있었다. 고자우제에 유일한 식당이다 보니 손님들이 꽤나 있었다. 메뉴를 보며 고르고 고르다 시킨 것은 로스트 치킨! 코코넛 라이스와 커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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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고자우제 한바퀴 산책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8. 3. 00:46
고자우 캄반을 타고 산 위로 올라갔다 와서는 잠시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휴식을 취했다. 문을 열고 내 방 안으로 들어가 한동안 침대 위에 멍하니 누워 있었다. 숙소가 가까우니 왔다갔다하며 쉴 수 있어 좋았다. 그러다가 숙소 앞 고자우제를 한바퀴 돌아 보려고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무거웠던 백팩은 치워 두고 정말 필요한 것들만 꺼내서 작은 크로스 백에 넣었다. 검은색깔 크로스백을 매고 한손에는 필름카메라를 쥐어든 채 가볍게 길을 나섰다. 산뜻한 걸음으로 고자우제를 한바퀴 두르고 있는 흙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내가 어쩌다가 고자우제에 오게 되었는지 천천히 곱씹어 보았다. 맨 처음 계획으로 이맘 때 묵으려고 했던 곳은 '할슈타트(Hallstatt)'였다. 할슈타트를 필두로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보니 고자우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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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우캄반을 타고 츠비젤알름에 오르다.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7. 28. 18:53
고자우제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숙소 바로 옆에 고자우캄반을 탈 수 있는 매표소가 있었다. 고자우캄반을 타고 츠비젤알름(Zwieselalm)에 오르면 고자우제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 보는 호수의 모습은 어떨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조심스레 들어섰는데 건물 안은 텅 비어 있었고 매표 창구도 닫혀 있었다. 한낮인데 운행을 안할리는 없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키며 이제 무얼 해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 때 내가 부시럭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창구 안에 있던 직원이 문을 열고 나왔다. 13.9유로인 왕복 표를 끊어 주고는 곧장 입장표의 바코드를 찍고 같이 케이블카에 올랐다. 케이블카를 타고 꽤 위로 올라.갔는데 그 높이가 어마어마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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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에서 고자우제로, 고자우제에 단 하나뿐인 숙소를 찾아서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7. 22. 18:55
전날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든 탓에 이른 아침이 되니 절로 눈이 떠졌다. 하지만 전혀 개운하지 않았다.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조식을 포기할 수는 없었으니 밍기적거리며 일어났다. 아침에 양껏 먹어 두어야 꽉차고 든든한 기분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잘츠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부지런히 짐 정리를 마치고 이틀동안 머물렀던 정든 방을 나섰다. 조식을 먹으러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부쩍 쌀쌀해진 것 같았다. 온몸이 으슬거리며 한기가 가득 느껴졌다. 짐을 한켠에 놓아 두고 복도에 자리 잡은 조그만 의자에 앉았다. 주황 식탁보가 놓여진 테이블 위로는 하얀 꽃병과 싱그러운 꽃, 기분 좋은 아침이다. 벽 사이로 보이는 아름다운 분수대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했다. 메뉴는 언제나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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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잘츠부르크 하얀 메밀꽃밭을 지나며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7. 21. 22:45
피곤에 절어있던 나는 터덜터덜 구글맵을 따라 버스 정류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만 따져봐도 얼마나 걸은건지, 배낭을 맨 어깨가 저려왔다. 원래 계획은 오늘 미라벨 정원에서 운터베르크, 헬브룬 궁전까지 이동하며 탔었던 25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헬부른역 버스 정류장까지 돌아가기가 너무 지쳐서, 구글맵을 검색해 보곤 다른 버스를 타기로 했다. 구글에서 안내해준 170번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을 향해 걷는 길,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일단 내가 걷는 길 위로 단 한명의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걷는 사람은 오직 나 뿐,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 끝에 정류장이 나타날 것 같진 않았다. 무언가 음침한 기운이 온 몸을 감쌌다. 정돈이 잘 되었으나 사람은 없는 요상한 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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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헬브룬 궁전(Hellbrunn Palace)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7. 17. 14:47
꿈처럼 느껴지던 운터스베르크에서의 시간들을 뒤로한 채 케이블카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나의 다음 행선지는 헬브룬 궁전(Hellbrunn Palace)이었다. 헬브룬 궁전에 가려면 운터스베르크에 올 때 탔었던 25번 버스를 타고 되돌아 가서 헬브룬 역에 내리면 되었다. 혼자 다니는 뚜벅이 여행이었지만 잘츠부르크는 버스가 잘 되어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잘츠부르크 카드를 이용해 버스들을 제한 없이 탈 수 있었고 관광지들도 무료로 입장해 편리했다. 25번 버스에 올라 헬브룬 궁전으로 향하는 길, 잘츠부르크에서의 하루가 이제 거의 다 지나버렸다는 생각에 아쉬워지는 오후였다. 지나간 여행의 기억들과 앞으로 다가올 여행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은 가득 찼고 어느새 헬브룬 궁전역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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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 세상 잘츠부르크 운터스베르크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7. 15. 08:17
미라벨 정원 아침 산책을 마치고 운터스베르크로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전날 미리 운터스베르크로 어떻게 가는지 알아봤었는데 미라벨 정원 버스정류장에서 25번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되었다.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다 잘츠부르크 카드를 사용해 25번 버스에 올랐다. 나는 창가 좌석 한켠에 자리 잡았다. 어떤 한국인 가족이 이 버스에 이미 타고 있었다. 귓가로 들려오는 한국어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꼬마 아이 둘과 부부, 가족끼리 이 먼땅에 여행 온 것이 참 좋아 보였다. 다정한 이들을 보니 한국에 있는 내 그리운 가족들이 떠올랐다. 내가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들을 같이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언젠가 그런 날이 오려나? 30여분간 버스를 타고 달려 종점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앞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