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
비행기를 타고 헬싱키에서 로바니에미로 떠나다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12. 6. 23:03
고대하던 로바니에미로 떠나는 날이 드디어 왔다. 헬싱키에서 오전 7시 25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했기에, 전날 미리 호텔에 새벽 5시 즈음 공항가는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른 새벽부터 잠에서 깨어나 마지막 사우나도 하고 주섬주섬 준비를 마친 후 로비로 나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호텔에서 새벽에 떠나는 우릴 위해 간단한 아침식사를 챙겨 준 것이다. 전날 아침에 조식으로 맛나게 먹었던 스무디 그리고 랩으로 싸인 샌드위치를 받았다. 아침부터 누군가가 우릴 위해 이렇게 아침식사를 준비했을 것을 생각하니 너무 고마웠다. 테라스의 멋진 헬싱키의 풍경과 핀란드식 사우나, 방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와 여행 내내 흥얼거렸던 핀란드 가수 'SOLJU'의 음악들, 호텔에서 나와 차..
-
헬싱키 라플란드 호텔에서 즐기는 사우나 그리고 캄피 예배당(kampin kappeli) 과 아모스 렉스 뮤지엄(Amos Rex)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12. 2. 23:06
해가 질 무렵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방으로 올라갔다. 우리가 머무는 방은 외부 테라스와 사우나가 딸려 있는 곳이었다. 돌아와 무거운 패딩과 모자, 목도리를 벗어 던지고 테라스로 나왔다. 촉촉히 물에 젖은 듯한 도시의 풍경이 내려다 보였다. 짙게 깔린 구름 위로 잔잔하게 붉은 노을빛이 깔려 있었다. 뾰족한 첨탑 옆으로 붉고 검은 빛깔의 지붕들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내가 늘상 보던 잿빛 아파트나 높은 빌딩이 보이지 않았다. 색색의 지붕들이 덮힌 아리보리빛깔 벽체의 낮은 집들이 다였다. 물은 머금은 지붕들이 반질반질했다. 테라스에서 흠뻑 젖은 도시를 배경으로 사진을 몇 번 찍다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제 고대하던 사우나를 할 시간이다. 켜켜히 쌓인 돌들을 데우고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아 안으로 들어갔다..
-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 걷기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12. 2. 10:09
디자인 소품에 관심이 많은 우리 부부는 헬싱키 디자인 디스트릭트에 기대가 많았다.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구경거리들이 많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하기에 '디자인 디스트릭트'는 어떠한 구역 안에 가게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고 가게들이 띄엄띄엄 있어서 몇몇 가게들을 찍어놓고 다니려면 엄청 걸어야 했다. 호텔에 잠시 들렀다가 쇼핑한 것들을 두고서 밖으로 나왔다.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뚝뚝 내리기 시작했다. 마침 호텔에 들리길 참 잘했다. 덕분에 우산을 챙겨 나와 비를 막을 수 있었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도시를 거닐었다. 비가 내리니 들이 마시는 헬싱키의 공기가 더 차가워진 듯 했다. 영화에 관심이 많은 남편이 궁금하다며 들어간 어느 비디오 가..
-
겨울 헬싱키에서 재미난 쇼핑하기 (아카데믹 서점 Academic Bookstore, 무민샵, 이딸라 아라비아 핀란드 파라티시,마리메꼬)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11. 26. 10:36
여행을 떠나면 항상 기념품 샵에 들러 나중에 여행을 추억할만한 물건들을 구입하는 편이다. 주로 그릇, 컵, 마그넷, 엽서, 인형 같은 소소한 물건들을 구입한다. 이런 물건들은 일상 생활에서 자주 마주쳐서 여행지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우리는 헬싱키 시내를 돌아다니며 즐겁게 쇼핑을 했다. 기념품 샵에 들어가서 다양한 물건들을 구경했다. 양털로 만든 스웨터와 모자같은 의류부터 시작해서 컵, 그릇, 작은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핀란드의 특색이 담긴 여러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사고 싶은 것들 투성이었지만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하며 꾹 참았다. 여러 상점들을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크리스마스 용품점에 들어서게 되었다. 작고 귀여운 인형들과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들이 널려 있었다. 계..
-
핀란드 헬싱키 마켓광장(카우파토리), 올드 마켓 홀 (반하 카우파할리) 그리고 수프 맛집 Soppakeittiö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11. 22. 23:12
헬싱키 대성당을 지나서 바다가 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멀리 해가 뜨고 있는지 구름이 꽉 낀 하늘이 붉그스름했다.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보고 싶던 관람차도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잔잔한 바다 위에는 고요한 반영이 떠 있었다. 우리는 바다를 옆에 두고 걸었다. 흐린 날씨 때문인지 아침 해가 떠올랐건만 세상은 그리 밝아지지 않았다. 하늘은 구름들이 짙게 깔려 있어 칙칙했다. 아침이 아닌 새벽을 걷는 기분이었다. 헬싱키 시청 앞에는 넓은 광장이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열리는 노천 벼룩 시장을 카우파토리(Kauppatori)라고 부른다. 핀란드어로 '광장(Kauppa)'과 '시장(tori)'이 합쳐진 말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이제 막 천막들이 세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
어둑어둑한 헬싱키의 아침 그리고 헬싱키 대성당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11. 19. 11:17
우리는 전날 저녁 8시 정도에 숙소에 돌아와 곧장 뻗어 버렸다. 일찍 잠들어버린 덕분인지 둘 다 이른 아침에 눈을 뜨게 되었다. 호텔 조식이 6시 30분부터 시작이었는데 그보다도 훨씬 전에 일어났다. 우리는 방 안에 있는 사우나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아침을 먹고 곧장 밖으로 나가려고 준비를 싹 다 마치고 1층으로 내려왔다. 7시 정도에 아래로 내려왔는데 아직 어둑어둑한 레스토랑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우린 창가에 앉아서 맛난 음식들을 담아 와 느긋하게 아침식사를 즐겼다.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그릇 가득히 두 접시나 먹었다. 신선한 야채와 세 가지 다른 맛의 스무디, 치즈, 요거트 그리고 커피까지 이곳은 내 취향의 음식들로 가득했다. 이 조식 때문에라도 다시 헬싱키에 찾는다면 라플랜드 호텔(Laplan..
-
노을지는 헬싱키 거리를 거닐다, 에스플라나디 공원과 헬싱키 대성당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4. 11. 20:56
호텔에 짐을 풀고 곧장 밖으로 나왔는데 벌써 거리는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헬싱키의 상징같이 느껴지던 헬싱키 대성당을 먼저 찾아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헬싱키 한가운데 있는 에스플라나디(Esplanadi) 공원을 거쳐서 대성당으로 갔다. 벌거벗은 검은 나무들이 공원을 빙 두르고 있었다. 하늘은 푸른빛 하나 없이 하얀 구름으로 꽉 차있어서 허옇게 보였다.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조명들이 없었다면 공원은 황량하게 보였을 것 같다. 노란 순록 조명들이 이곳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공원에 순록이라니! 북유럽다운 조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원 밖으로는 옛스런 건물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1층은 상가들이었고 그 위로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택처럼 보였다. 아직 녹지 않은 뽀얀 눈들이 남아 있어 사부작 ..
-
한겨울 핀란드 헬싱키로 떠나다지구별 여행자/핀란드 (Finland) 2021. 4. 11. 20:24
20년 1월 추운 겨울 우리는 핀란드로 떠났다. 눈이 내려도 금방 녹아버리는 남쪽 대구에 살아서 제대로 된 눈을 보지 못했던 우리. 서울에 살았을 적에는 겨울마다 지겹도록 눈을 봤었는데 말이다. 폭설 때문에 지하철 운행이 멈춰버릴 때는 눈이 싫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눈도 못보니 그리워지나보다. 우린 하얀 눈이 무척 보고 싶었다. 가득 쌓인 눈 위에서 뒹굴고 눈사람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다가 북유럽을 떠올렸다. 겨울이니 운이 좋으면 오로라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5일 동안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아직까지도 선명한 그리운 기억들. 이 여행이 20년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정말 몰랐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더 소중해진 기억이다. 인천공항에서 핀에어 직항을 타고 헬싱키로 향했다. 헬싱키에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