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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르단 페트라 여행 알 데이르(Al Deir 수도원) 트레킹, 메인 트레일을 따라 돌아가는 땡볕길 (페트라 알 데이르~열주거리)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Jordan) 2024. 2. 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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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의 알 데이르, 땡볕이었다


    백도어 트레일을 통해 알 데이르까지 닿은 우리들, 뷰 포인트 카페에 들렀다가 아래로 내려왔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랬다. 그래서 저 먼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들이 그대로 온몸에 닿아 몹시 따가웠다. 페트라에서 트레킹을 할 때는 햇볕을 가릴 선글라스와 모자, 스카프는 필수였다.

    알 데이르를 마주 보고 섰을 때 모습


    알 데이르(수도원)를 사진으로 접했을 때는 이렇게 큰 줄을 몰랐다. 실제로 와서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컸다. 건물 앞에 선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게 보였다. 그 옛날 어찌 이렇게 큰 건축물을 만들었는지 보면서도 그저 계속 놀라울 뿐이었다.


    한참을 걸은 우리는 출출해진터라 일단 근처에서 뭐라도 좀 먹고 알 데이르에 가까이 다가가 찬찬히 구경해보기로 했다. 알 데이르 맞은편에는 작은 간이 매점이 하나 있었다. 배는 고픈데 우리에게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매점 안에 들어가서 배를 채울만한 음식을 사고 시원한 콜라와 레몬민트 음료도 샀다.


    우리가 고른 음식은 샤와르마(Shawarma). 얇은 밀가루 빵에 고기와 야채, 치즈 등을 채운 케밥 비스무리한 음식이었는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아주 맛있었다.


    열심히 샤와르마로 배를 채우고 있었는데 슬금슬금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고양이의 눈빛을 보니 우리가 먹고 있는 샤와르마를 탐내는 것 같았다.​

    고양이의 눈빛을 읽었지만 떼어 줄 수는 없었다. 고양이가 먹어서는 안될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우린 너무 배가 고팠다. 미안해 고양아 😂


    휴식을 취하며 배를 채우고 잠시 천막 아래에 앉아있다가 다시 훌훌 털고 일어섰다. 알 데이르에 가까이 다가가서 찬찬히 둘러보고 주변을 거닐다가 돌아갈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그냥 슬쩍 보고 내려갈 수는 없지!​

    꼭대기 상층부의 모습
    알 데이르 2층의 구조물들
    알 데이르 2층 구조물의 측면


    알 데이르에 가까이 다가서면 그 어마어마한 크기가 더 잘 느껴진다. 아까 알 데이르 밑에 있던 사람들이 개미처럼 보였는데, 이제 우리도 알 데이르 앞에 섰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그렇게 보이겠지?​

    고개를 들어 올려서 2층의 구조물들을 살펴 보았다.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는 기둥에는 돌의 문양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기둥 끝에는 정교한 장식이 되어 있었고, 그 위로 기둥과 최상층부 사이 공간에는 동그라미들이 새겨져 있었다.

    알 데이르 앞에 서서 올려다 본 모습
    기둥 위로 나타난 아름다운 암석의 무늬들


    1층으로 눈을 돌려 보면 더 커다란 구조물들을 만나게 되었다. 돌에 새겨진 무늬들은 여러가지 색깔의 물감을 짤아 놓고 붓으로 휙휙 휘저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암석이 켜켜히 세월을 쌓아가면서 만들어낸 그런 무늬였다.

    알 데이르도 오래되었겠지만, 거대한 암석은 그보다 더 할 것이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 자리에서 버티고 서 있었을까?


    알 데이르의 가운데는 뻥 뚫려 있었고 그 안은 하나의 방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안을 들여다 보면 암석의 무늬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을 보면 알 데이르가 하나의 거대한 암석을 깎아 내려 만들었음을 몸소 느끼게 된다.

    알 데이르의 열린 문을 통해 들어가면 나오는 방 구조
    알 데이르 앞을 서성이던 멍멍이 한 마리


    오래 전 나바테아인들이 어떤 목적으로 이 건축물을 만들었을까? 사람들을 혹하게 하는 건물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생각하면, 변변찮은 이유로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이들의 염원이 담겨서 일이 추진되고 끝끝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나바테아인들이 정확히 어떤 목적에서 이 건축물을 만들었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비잔틴 시대에 수도승들이 이곳을 교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이 수도원( Al Deir)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알 데이르를 한참 돌아보고 구경하다가, 알데이르와 함께 기념 사진들을 남겼다. 따가운 태양볕을 온몸으로 받아 내며 기억하고 싶은 순간순간들을 사진으로 담았다.

    훗날 요르단을 떠올리면 파릇파릇했던 우리의 젊은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갈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페트라를 다시 찾게 된다면 아마 다리가 후들거려서 수도원까지 절대 못올 것 같다. 하하하.


    아마도 이번 생에 한 번 뿐일 것 같은 알 데이르와의 만남. ​

    이제 그만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 발걸음이 자꾸만 느려지고 멈춰졌다. 뒤를 돌아 한참동안 멍하니 알 데이르를 바라보다가 다시 걷고 또 돌아서고 그랬다. 이제 우리 눈앞에 보이던 알 데이르는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곳이 되겠지?


    페트라 시티 센터(Petra City Center)로 안내하는 안내판을 따라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백도어 트레일로 알 데이르까지 왔으니, 돌아가는 길은 메인 루트를 따라 가기로 했다. 이왕이면 다른 길을 택해서, 페트라의 더 다양한 모습들을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모두 지쳐있었다...!
    자칫하면 넘어질 것만 같았던 돌길들


    우리는 내려가는 길이었는데 마주보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은 올라오는 길이었다. 올라오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모두 다 지쳐있었고,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메인 루트를 통해 알 데이르까지 오는 길이 험난하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았다. ​

    특히 이 따가운 햇볕을 그대로 받으며 계단을 오르고 돌 무더기를 오르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았다. 백도어 트레일로 알 데이르에 오지 않았다면, 우리도 꼼짝없이 이 계단들을 다 오를 뻔 했다. 으아, 아찔했다!

    길을 걷다보면 베두인들이 운영하는 기념품 파는 가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내려가는 길 경치가 끝내주게 멋있었다
    길을 걷다가 만난 고양이 한 마리


    내려가는 길이라 멀리 보이는 산맥과 켜켜히 쌓인 암석들을 마주 보며 걸어 갈 수 있었다. 풍경이 어찌나 멋있던지 가다가 멈춰서고 또 가다가 멈춰서고를 반복했다. 가다보면 베두인들이 운영하는 천막 아래 노점들을 지나게 되는데, 그 때마다 기념품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그늘이 져서 잠깐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내려가는 길에 햇살을 가득 머금어 환하게 반짝이던 진분홍색 꽃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무척 아름다웠다. 그 이름을 알고 싶었는데 알 수 없었다. 우리가 걷는 길 옆으로 보이던 거대한 협곡과 널린 암석들 위에 군데군데 분홍색 꽃들이 많이 피어 있었다.

    뭐 하나 자라날 수 없을 것 같은 메마른 돌 무더기 위에도 나무들은 자라나고 있었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


    끝없이 이어진 것 같던 길들, 내려가는 길도 한참인데 올라올 땐 얼마나 더 힘들까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계속 맴돌었다.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어서 그런지 알 데이르까지 걷던 길은 태양볕이 덜 따가워 좋았는데, 내려갈 때는 하늘 정중앙에 태양이 자리잡고 있어 햇볕이 어마무시하게 뜨거웠다. 태양을 가려줄 그 어떤 것도 없어서 우리는 계속 뜨거운 태양 아래를 걸어야 했다.


    우리는 한참 동안을 걸어 내려갔다. 그리고 멀리 내리막 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열심히 걷고 또 걸어서 평지에 다다랐다. 알 데이르에서 열주거리가 있는 곳까지, 체감으로는 거의 1시간 정도 걸은 것 같았다. 페트라 센터까지 가려면 아직 길은 한참 남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 내려오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뜨거운 태양은 점점 더 거세지는 듯 했다. 선글라스를 끼면 눈에 보이는 풍경들이 한겹 새카만 막을 씌운 것 같이 보여서 잘 끼지 않았는데, 정오가 지나니 눈이 엄청 부셔서 선글라스를 안끼고는 걷기가 힘들었다. 주섬주섬 선글라스를 꺼내서 열주 거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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