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요르단 페트라 여행, 페트라 트레킹! 열주거리에서 로마를 만나다, 알 카즈네와 시크협곡을 지나 트레킹 마무리
    지구별 여행자/요르단 (Jordan) 2024. 2. 26. 00:08
    728x90
    반응형

    백도어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알 데이르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돌아가는 길은 메인 루트를 따라서 걸어갔다. 거리가 멀기도 하고 계단도 많았고, 길들이 대부분 땡볕 아래여서 좀 힘들었다. 이윽고 평지에 다다랐을 때 한 고비는 넘긴 것 같아서 너무 기뻤다.


    전날 시크협곡을 지나 알 카즈네를 거쳐 알 굽타 트레일 끝에 닿았을 때, 왕가의 무덤군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 때 멀리 보이던 땡볕 아래 대로가 바로 이곳이었다. 페트라가 로마 치하에 있었을 때 만들어진 열주거리와 건축물들이 널려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두 벽 사이에 자리잡고 있던 아치가 인상적이었던 건축물. 벽돌로 차근차근 쌓아 올린 기단 위에 건물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건물의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


    열주거리의 유적지들은 여태까지 보았던 건축물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나바테아 인들이 만들었던 고대 페트라의 건축물들은 바위를 깎아서 만든 것이었다면, 로마의 유적들은 기둥과 벽 천장이 있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그런 건축물의 모습이었다.  


    오래 전 나바테아 인들이 중개 무역을 하며 부를 쌓고 협곡 깊숙한 곳에 도시를 세웠다. 승승장구하던 도시는 로마에 정복당해버렸고 이렇게 그 흔적이 남았다.


    알 수 없는 무늬들이 조각되어 있는 돌들이 굴러다녔다. 건축물의 장식으로 쓰였을 것만 같은 돌들이었는데, 이렇게 제멋대로 굴러다니고 있다니.

    오래 전 캄보디아에 갔을 때가 생각났다. 앙코르 제국의 유적지에 갔을 때 이렇게 오랜 세월을 머금은 돌들이 굴러다니며 방치되고 있었는데,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과거의 영광이 시간 앞에서는 다 의미 없어지는 모습을 보니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옛 로마 군인 제복을 입은 아저씨 둘이 유적지 부근에 서 있었다. 지나가는 관광객들과 사진을 찍고 벌이를 하시는 것 같았다. 아저씨들과 눈이 마주쳤지만 우리는 하하 웃으며 자리를 피했다.


    열주거리의 끝으로 왕가의 무덤이 보였다. 우린 어제 저 아래를 걸었었는데, 오늘은 그 맞은편으로 걷고 있었다. 뜨거운 태양볕 아래 걷는 길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풍경을 앞에 두고 걸으니 걸을만했다.


    멀리 보이는 암산에도 건축물들이 가득했다. 나바테아 인들이 만들어 놓은 것일까? 아직 페트라 발굴이 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니, 시간이 좀 더 흐르면 많은 것들을 더 경험하고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열주거리의 끝에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알 카즈네로 가는 길목에 다다르게 되었다. 드디어 반 온 것인가? 알 카즈네에서 시크협곡을 지나 페트라 시티 센터까지, 아직 한참 남았다.


    다시 만나게 된 알 카즈네. 뜨거운 태양을 한가득 받은 알 카즈네는 붉은 빛을 머금어 번득였다. 전날 새벽녘에 찾았던 알 카즈네는 고요하고 어둠을 한 겹 싸매고 있었는데, 이날은 좀 다른 모습이었다.


    시간에 따라 날씨에 따라 같은 장소도 느껴지는 감정이 제각각인데, 이렇게 다시 알 카즈네를 볼 수 있어 다양한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으니 감사했다.


    알 카즈네를 찬찬히 뜯어 보았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보려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더 집중해서 보고 가슴 속에 이 때의 감정을 잡아두려고 했다.


    한낮의 알 카즈네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북작였다. 그리고 베두인들의 호객도 엄청났다. 전날 느끼지 못했던 엄청난 호객들은 이날 다 본 것 같다. 역시 듣던대로 엄청나군, 우리는 베두인들의 눈을 피하며 알 카즈네와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 알 카즈네를 지나 시크협곡을 한참 걸어가야 했다. 이미 엄청난 거리를 걸어온 우리로서는, 시크협곡도 버겁게 느껴졌다. 우리 옆으로 씽 지나가는 미니차를 보며 타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들었지만, 두 다리 튼튼한 젊은 우리가 미니차에 굴복할쏘냐! 걸어가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돌아가는 길, 계속 뒤돌아 보았다. 협곡 사이 틈으로 보이던 알 카즈네가 사라질 때까지.

    안녕 알 카즈네!


    이제 땡볕과 함께하는 행군이 시작되었다. 협곡 아래로 그늘이 지면 그나마 걷기 괜찮았는데,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는 정말 걷기 힘들었다. 이제 나오는 땀도 말라 붙어서 더는 흐르지 않는 느낌이었다. 옷은 축축하게 젖었다.


    걷는 내 두 다리가 더는 내 다리가 아닌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제 무의식적으로 그냥 앞으로 나아갈 뿐, 페트라 진짜 힘들긴 힘들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들어서는 도저히 못오겠는걸?


    협곡의 끝에 다다랐을 때, 아 이제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제 진짜 온전한 땡볕 아래를 걸을 차례였다! 그늘 하나 없는 새파란 하늘 아래 뜨거운 태양과 함께 걷는 모래길이 시작되었다.


    말을 타고 가라며 손짓하는 베두인들이 얼마나 유혹적이던지, 말을 탈까 말까 살짝 고민했지만 뭔 오기가 생겼는지 우린 끝까지 두 다리로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페트라 시티 센터에 도착했다.

    너무 더워서 시원한 아이스크림이 확 땡겼다. 바가지였지만 그래도 안먹을 수가 없어서 2JD나 주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 페트라 시티 센터를 지나서 언덕길을 올라가야 했다. 거의 다 왔을 즈음에 조금 더 가는 그 길이 어찌나 길고 멀게 느껴지던지, 거의 다 왔는데 정말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완전 기진맥진했다. 곧장 씻고 침대 위에 뻗어버렸다. 페트라에서의 세번째 날이 후루룩 지나갔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