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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겨울 덕유산 눈꽃산행, 첫 곤돌라를 타고 덕유산 설천봉에 올라 향적봉까지, 아름다운 눈꽃 세상 만나기
    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4. 2. 2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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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덕유산은 한 3년전부터 계속 오자오자 그렇게 서로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멀기도 멀고 곤도라 예약도 힘들어서 말았다가, 올해 우(Woo)가 곤도라 예약을 성공해서 아름다운 덕유산 눈꽃을 보러 오게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근처 조그만 민박집 같은 곳에서 하루 묵고 다음날 일찍 서둘러서 곤도라 타러 왔다. 9시부터 9시 30분까지 탑승할 수 있는 곤도라를 예약해두어서, 8시 30분 즈음인가에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벌써 곤도라 근처 주차장은 만차였다. 그 뒤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호다닥 매표소로 왔다.


    무인 발권기에 가서 우가 표를 발권하는 동안, 나는 곤도라 탑승하는 곳에 가서 미리 줄을 서고 있었다. 곤도라가 운행하는 첫 시간이 9시여서 그런지, 곤도라 탑승장에는 줄만 늘어져 있었고 아직 타는 사람은 없었다.


    한 십분 즈음 기다렸을까? 9시가 되기 전인데도 곤도라 탑승이 시작되었다. 줄에 서있던 사람들 중에 표가 없던 사람들도 있어서, 그 사람들은 얄짤없이 안으로 들어 갈 수 없었다. 오직 표를 가진 사람만이 곤도라 탑승장 안쪽 줄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곤도라를 예약하고 와도 줄을 한참 서야한다는 이야기에 걱정했었는데, 첫 타임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손쉽게 곤도라에 탈 수 있었다. 다만, 너무 이른시간이라 그런지 곤도라 유리창이 꽁꽁 얼어 있어서 창밖으로 펼쳐진 덕유산의 아름다운 겨울 풍경이 보이질 않았다. 아쉽지만 뭐, 위에가서 보면 되니까!


    곤도라를 생각보다 오래 탔다. 체감상으로 한 10~15분 정도라고 느껴졌다. 곤도라가 꼭대기에 도착하고 서둘러 내렸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해발 1,520m, 덕유산의 설천봉이었다. 밖으로 나가니 '덕유산 국립공원'이라고 적힌 커다란 비석이 우릴 반겨 주었다.

    이야! 드디어 덕유산 눈꽃을 보는구나! 신난다!!!


    곤도라 탑승장 바깥으로 나오니 겨울 왕국을 마주하게 되었다. 새파란 하늘 아래 온통 새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찬바람에 몹시 추웠지만 눈으로 보이는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이 울컥할 정도였다. 겨울이라 텅 빈 가지 위에는 새하얀 눈들이 가득 내려 앉아 있었다. 아름다운 눈꽃들이 온사방 천지에 피어나 있었다.


    멀리 보이던 산능성이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모른다.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했다. 새파란 하늘 위에는 구름 한 점 없었는데, 저 멀리 산 아래에 구름들이 깔려 있는 모습이 바다의 수평선처럼 보였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서 새하얀 눈꽃들이 햇살을 받아 반짝거렸다.


    너무 아름다웠다. 이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덕유산에 눈꽃을 보러 오는구나. 왜 이제서야 왔지 싶었다. 하늘은 어찌나 파랗던지, 하얀 눈들이 새파란 색이랑 대조되어서 더 하얗게 보였다.


    소복하게 쌓인 눈들을 밟으며 눈꽃 세상을 구경했다. 하얗고 푸르고 반짝이고, 모든 장면들이 눈부셨다. 날씨는 어쩜 이리도 좋은 것인지, 벼르고 벼르다 덕유산에 온 보람이 있었다.

     

     


    주목(朱木) 가지가지마다 새하얀 눈들이 덮여 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탐방로 입구 근처에 커다란 주목 두 그루가 서 있었는데, 푸르딩딩한 하늘이 도화지처럼 펼쳐졌고 그 위로 보이는 새하얀 나무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두 나무 뒤로는 끝없이 이어진 것 같은 산맥들이 늘어져 있었다.


    곤도라를 타고 편하게 왔으니, 이제 품을 좀 들여서 향적봉까지 올라 볼 차례였다. 산 꼭대기는 몹시 추울 것임을 예상해서 모자와 목도리, 장갑 풀 세트로 챙겨왔다.

    그리고 아이젠까지! 아이젠이 없었으면 내려올 때 고생할 뻔 했다. 계단 위에 눈이 가득 쌓여서 그냥 경사진 길처럼 보일 정도였다.

    향적봉 오르는 탐방로 입구
    안내판 위에도 눈이 가득 쌓였다


    해가 산 너머에서 떠오르는 중이어서 향적봉 오르는 입구는 그늘이 져 있었다. 우(Woo)가 여기 입구 쪽에 있는 CCTV에서 손 흔들며 사진을 찍고 싶어 했는데, 마침 이날 CCTV를 점검 중이라서 그러질 못했다. 다음에 겨울 아닌 다른 계절에 오면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향적봉으로 오르는 길은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사방에 새하얀 눈이었고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산능성이들과 구름 바다와 눈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을 몰랐고 그저 즐거울 뿐이었다.


    새파란 하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새하얀 옷을 입은 나무들로 둘러싸인 터널 아래를 지날 때면 기분이 황홀했다. 터널 아래 펼쳐진 길 끝에 닿으면 하늘 위 세상이 뿅 나타날 것 같았다.

    드디어 향적봉에 도착했다!

    향적봉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은 길게 늘어진 줄이었다. '향적봉' 비석과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줄이 어찌나 길던지 감히 사진 찍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향적봉 비석만 사진으로 남겼다. 하하하.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신비로운 하늘 위 세상을 눈에 가득 담았다. 새하얀 구름들이 바다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 위로 산들이 구름 바다 위에 뜬 섬처럼 보였다. 칼바람이 불어와 몹시 추웠는데 먼 하늘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통영이나 남해 쪽 한려수도를 걸으며 보았던 바다 위의 섬들, 그런 풍경을 하늘 위에서 보게 되다니 놀라웠다. 남쪽에서 보았던 바다는 진짜 바다여서 푸르렀다면, 하늘 위 구름 바다는 새하얀 빛깔이라서 느낌이 확 달랐다.  


    향적봉에서 하늘 위 세상을 둘러 보고, 나무 계단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내리막 길 끝에는 대피소가 있어서 취사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베낭 속에는 그저 생크림 빵과 샌드위치, 텀블러에 담아온 따뜻한 커피 정도 밖에 없어서 굳이 내려가지는 않았다.


    향적봉 부근은 바람이 거세서 조금 아래로 내려와 멋진 풍경을 바라보면서 샌드위치와 생크림 빵을 꺼내 먹었다. 차갑게 식어버렸지만 배가 고파서 그런지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따뜻한 커피! 호로록 커피를 들이키며 절경을 바라보니, 세상 그 어느 만찬도 부럽지 않았다.


    우가 나에게 이번 겨울 선물로 사준 반달이와 달콩이, 각자 베낭에 하나씩 인형을 달았는데 덕유산에 온 기념으로 반달이와 달콩이도 기념 사진을 남겨주었다. 너무너무 귀여운 녀석들! 앞으로 산에 같이 다니자꾸나!

    달콩이와 반달이


    향적봉에서 설천봉으로 내려가는 길, 우뚝 서있던 주목 한 그루를 만나게 되었다. 주목이 서있던 자리에 서면 덕유산 자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새하얀 눈들이 내려앉은 산맥들이 끝없이 이어졌고 멋진 풍경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눈 쌓인 주목과 기념 사진을 남기고 돌아섰다. 언젠가 다른 겨울에 다시 이곳을 찾아와도 이 나무가 그대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와서 곤도라를 타고 바로 아래로 내려가기에는 뭔가 아쉬워서, 베낭 안에 있던 눈놀이 도구들을 꺼내서 소복하게 쌓인 눈들을 가지고 놀았다. 눈이 아주 보슬보슬 부드러워서 잘 뭉쳐지지 않아 만들기는 어려웠지만, 코 흘리며 열심히 만들었다.

    새하얀 눈을 정말 원없이 보고 만지고 놀았던 날이었다!

    눈오리는 실패했고 눈용가리만 성공했다!
    눈용가리를 하나씩 만들어서 울타리 위에 올려놓고 왔다 ㅎㅎ


    열심히 눈을 가지고 놀다가, 곤도라에서 내렸을 때 언덕 위로 보이던 정자 같은 곳을 찾아왔다. 간단한 간식이나 물, 음료들을 팔고 아이젠도 빌려주는 매점이었다.

    여기서 기념품들을 구입했다. 덕유산 등산 루트가 담긴 푸른색 손수건을 하나 사고, 귀여운 인형 두 마리를 데려왔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찾아왔다. 곤도라 내려가는 줄을 서서 잠깐 기다리다가 어쩌다 보니 운좋게 둘이 타게 되었다. 곤도라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길에는 유리창에 붙어 있던 얼음들이 다 녹아서 창밖 풍경을 보며 갈 수 있었다. 참 꿈같던 시간이었다.


    내려오니 곤도라 줄이 엄청나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우리가 탈 때만 해도 이정도는 아니었는데! 사실 곤도라 타러 들어갈 때 왜 이렇게 들어가는 길을 꼬불꼬불하게 길게 해놨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정말 그 꼬불꼬불한 줄마다 사람들이 꽉 차있었다.


    아침 첫 곤도라를 타고 위로 올라간 것이 신의 한수였다. 휴우! 저 줄을 온통 기다렸다가 탔으면, 오르기도 전에 기운이 다 빠질 뻔 했다. 우린 기분 좋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세워둔 차로 걸어갔다.

    즐거운 덕유산 눈꽃 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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