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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트리아 빈 도나우 강변에서 저녁식사 Strand Cafe 등갈비 요리
    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9. 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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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한 동행 언니와 '헤렌가세(Herrengasse)'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을 갔을라나? 만나기로 한 역에 도착해서 밖으로 나오니 바로 앞에 큰 성당이 하나 있었다.




    성당 앞에서 동행 언니를 기다렸다. 그런데 우리는 엇갈리고 말았다. 둘 다 같은 역에서 내렸건만 서로를 볼 수 없었다. 아마도 내가 밖으로 나온 출구 말고도 다른 출구가 있었나 보다. 동행 언니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 오겠다기에 조금 더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언니를 만날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원래 만나기로 했던 역보다 한 정거장 더 가서 보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동행 언니를 만나게 되었는데 무척 반가웠다. 인터넷 유럽 여행 카페 '유랑'에서 알게 된 후로 카톡으로만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리고 난생처음 만난 어찌보면 평생 모른채 살아 갈 뻔한 사이였지만 타국에서 한국인이란 이유만으로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도나우 알테(Donau Alte)'역으로 향했다. 동행 언니가 가고 싶은 식당이 있다고 말했는데 꽤 유명한 등갈비 맛집이었다. 혼자였을 때와 달리 언니와 즐겁게 이야기하다보니 금방 역에 도착했다.

    문득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생각해 보니 혼자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이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으로 수도 없이 혼자 다니는 여행이 좋다고 내 스스로에게 이야기했었다. 물론 정말로 혼자여서 좋았던 순간들도 많았다. 하지만 때때로 혼자 여행하는 내가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혼자가 좋다고 내뱉었던 것 같기도 했다.




    우리는 도나우 알테역에서 내려 한참을 걸었다. 그런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몰라서 지도를 보니 우리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누구의 탓도 할 것 없이 껄껄 웃어버리며 다시 방향을 잡고 걸었다. 이상한 길로 간 덕분에 해질 무렵 도나우 강변을 볼 수 있었다. 많이 걸어서 다리가 아파왔지만 힘든 순간도 누군가와 함께하니 견디기가 훨씬 수월했다.




    분명 강인데 바닷가 근처처럼 짠내가 풀풀나더라. 왜 그랬을까? 미스테리다. 구글맵으로 식당 주소를 찍고 걷고 또 걸었다. 그런데 식당과 가까워질수록 도저히 식당이 있을만한 분위기가 아닌 으슥한 골목들이 나타났다. 사람들도 지나다니지 않았다. 마치 이곳에는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았다. 식당이 문을 닫았을까봐 걱정하며 불안스럽게 걸었다.

    다행스럽게도 식당 문은 열려 있었다. 심지어 식당 안이 꽉차서 우리는 천막이 드리워진 밖에서 먹어야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문 닫았을 걱정을 했던 생각이 우스워서 둘 다 웃음이 터졌다.




    등갈비와 믹스 샐러드, 맥주 300cc 두 잔을 시켰다. 음식을 기다리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주로 여행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같은 것들을 보았어도 생각이 다르니 이야기가 재밌었다.

    둥그런 항아리 같이 생긴 귀여운 맥주잔에 하얀 거품이 넘치도록 맥주가 나왔다. 곧 이어서 믹스 샐러드와 등갈비가 나왔다.




    배고픔과 목마름의 콜라보로 넉다운 되어버린 나. 제일 먼저 잔을 들고 꿀꺽꿀꺽 맥주를 들이켰다. 언제나 그렇듯이 연속해서 세모금을 쭈루룩 목 뒤로 넘기는데 와, 정말 감동적인 맛이었다. 벌컥벌컥 스르륵 넘어가는 맥주, 달콤한 꿀맛이었다.

    우리는 와구와구 등갈비를 먹기 시작했다. 둘 다 오래 걸어서 그런지 배고팠기에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점점 뒤로 갈수록 등갈비가 느끼해졌다. 믹스 샐러드로도 이 느끼함은 가시지 않았다. 고춧가루를 팍팍 넣은 칼칼한 국물이 있었더라면 더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김치찌개에 흰 쌀밥 한공기가 어찌나 그립던지.




    저녁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도나우 알테역으로 돌아갈 때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비 뿐만 아니라 바람도 심하게 불어서 우산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있는 힘껏 두 손에 우산을 움켜쥐며 걸어갔다.

    하지만 비바람보다 어둠이 주는 공포가 더 컸다. 인적없는 어두운 밤거리가 꽤나 무서웠다. 언니랑 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역으로 돌진했다. 식당 찾아갈 때와는 달리 이제 아는 길을 가고 있으니 역으로 가는 건 금방이었다.

    역에 도착해서 서역까지 언니와 함께 갔다. 함께 이야기하면서 가니 금방이었다. 서역에서 언니와 헤어지고 또 다시 빠른 발걸음으로 숙소까지 내달렸다. 캄캄해지면 혼자 다니기 무섭다. 쉼없이 돌아다녔던 하루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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