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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 바다, 순천만 습지 용산 전망대에 오르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1. 9. 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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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만 습지

    2012년 여름에 이곳을 찾아 왔었다.

    버스를 탔었는지 기차를 탔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때는 위에 살 때니 아마도 고속버스터미널 아니면 서울역에서 여정을 시작했을 것이다.

    지금은 차가 없으면 어떻게 다니나 싶은데 되돌아보면 어릴적에는 대중교통으로 여기저기 잘만 다녔다.


    아침에는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는데

    해가 하늘로 떠오르고 정오가 지나자 날이 푸근해졌다.

    오리들이 차가워 보이는 물 위를 동동 떠다녔다.

    오리 말고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이 무척 많았다.

    평생 볼 새들을 여기서 모조리 다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황금빛으로 물든 갈대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햇살 가득 머금은 갈대들은 흔들릴 때마다 반짝거렸다.

    솨아아- 갈대끼리 부딪혀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갈대들이 모이고 모여 큰 바다가 되었다.

    바람에 부대끼며 파도치듯 소리내고 넘실거렸다.

    아름다운 황금빛 갈대 바다 속에 뛰어들고 싶었다.


    용산 전망대까지 왕복으로 40여분이 걸린다고 들었다.

    우리는 큰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흙길 사이로 걸었다.

    예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한여름이었던가?

    아마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갔을 것 같다.

    중간중간 작은 전망대들이 있어서 경치도 구경하며 쉬엄쉬엄 올라갔다.


    용산 전망대에 거의 다다랐을 때,

    멀리 울긋불긋한 꽃들이 많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활짝 핀 동백꽃이었다.

    분홍빛 꽃들이 가득 피어나 겨울을 알리고 있었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 보는 순천만,

    바다인지 강인지 호수인지 경계가 모호한 푸르른 물길을 바라보았다.

    물길을 따라 계속 헤엄치다보면 바다가 나오겠지?

    우리가 걸어온 억새밭 사이 길들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걸어다니는 사람들은 조그만 점처럼 보였다.


    해가 하늘 한 가운데 솟아 올라 있었다.

    오래 전 이곳을 찾았을 때

    아마도 여기 어딘가에 서서 일몰을 바라 보았었지.

    해 저무는 것을 다 보고 내려가 온 세상이 컴컴해졌었다.

    우리는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며 아래로 내려갔었다.

    그리고 어두운 밤 갈대 밭 사이로 노란 불빛들이 떠다니는 것을 보았었다.

    그 노란 불빛은내 인생 처음으로 마주한 반딧불이였다.

    그 기억이 아직까지도 아름답게 남아있다.


    너무 일찍 올라온 탓에 노을은 볼 수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 보는 것도 좋았고,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며 추억에 빠져드는 것도 좋았다.​

    전망대에는 엽서 자판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동전을 넣고 갈대밭 사진이 담긴 엽서를 하나 뽑았다.

    각자 생각나는 말들을 엽서에 옮겨 적어 넣고 두루미 우체통에 넣고 왔다.

    엽서가 집에 도착하고 우리가 적은 글귀들을 보면

    갈대밭 사이를 걷던 순간순간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렇게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기분이 좋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구나.


    용산 전망대를 내려와 다시 갈대밭 사이 나무 데크 길을 따라 걸었다.

    중천에 떠있던 해는 어느새 지평선 가까이 내려와 있었다.

    갈대는 내려앉은 햇빛을 머금어 더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손을 뻗어 갈대를 스치듯 만져보았다.

    솜털을 만지는 것처럼 부들부들했다.

    아쉬운 가을이 이렇게 지나가는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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