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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르누아르, 모네, 고갱과 고흐
    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1. 2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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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르셰 미술관에 도착했는데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설마 매표하려는 줄인가? 줄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오늘과 내일은 문화의 날이라 미술관이 공짜여서 이렇게 줄이 길다는 것이다. 아하! 그래서 좀 전에 오페라 가르니에도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공짜는 좋으나 이 긴 줄을 어떻게 기다릴까 싶었다. 그래도 파리에 와서 오르셰 미술관은 꼭 와보고 싶었으니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일단 줄을 섰다.


    한참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오르세 미술관에 입장했다. 무료여서 그런지 미술관 안에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오르세 미술관은 세느강 옆 오르세 기차역을 개조한 건물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여태껏 보아온 유럽의 오래된 기차역들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오르세 미술관에 꼭 와보고 싶었던 이유는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이 많아서였다.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그림들 대부분이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이었다.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작품들을 사진으로 담아왔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장, 1876


    르누아르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물랑 드 라 갈레트에서의 무도회(Le Bal du Moulin de la Galette)'. 얼마 전 몽마르뜨 언덕 위에 있는 갈레트 풍차를 보고 왔던지라 감회가 남달랐다.


    옷가지 위로 그림자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맑고 화창한 날씨가 느껴졌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춤을 추는 사람들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이들을 보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도 저 그림 속으로 들어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그네, 1876


    비슷한 느낌의 작품 르누아르의 '그네'도 오르세 미술관에 있었다. 햇살이 닿은 곳마다 몽글몽글 그림자가 피어 올라 있었다. 따뜻한 햇살에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르누아르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의 그림 속에서 항상 행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가장 단순한 이유는 기분이 좋아져서가 아닐까? 그래서 난 아직까지도 보기 좋은 그림이 좋은가 보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풀밭 깊숙한 곳의 길


    클로드 모네의 양귀비라는 작품과 비슷해 보이던 르누아르의 풀숲을 걷는 그림. 두 그림 모두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면 거칠게 마구잡이로 붓질을 해놓은 것 같았다. 꽃들은 하나의 점처럼 툭툭 그림 위에 놓여 있었다.

    클로드 모네 - 개양귀비


    푸른 하늘에 구름들이 흩뿌려져 있고 언덕 위 작은 집이 하나 보인다. 양산을 든 여인과 어린 아이가 붉은 양귀비 꽃밭을 걸어가고 있다. 그림 앞쪽 뿐 아니라 뒤쪽에도 조그맣게 여인과 아이의 모습이 보인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네의 부인 카미유와 아들 장이다. 그림에서 가족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느껴졌다.

    클로드 모네 - 양산을 든 여인


    모네의 수련 연작들. 지베르니에 가서 모네가 살던 집과 정원을 보고 왔던지라 그의 수련 작품에 더 관심이 갔다. 그림을 바라보니 내가 다녀온 정원의 모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

    클로드 모네 - 수련이 있는 연못


    늘어진 버들나무와 연못 위에 동동 떠있는 수련들이 보였다. 내가 걸었던 작은 다리와 못에 비친 아름다운 반영도 그림 속에 담겨 있었다. 기억 속 선명한 그 정원을 다시 한 번 걷게 될 날이 올까?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에서 찍은 사진
    클로드 모네 - 푸른 수련


    푸른 수련은 아마도 새벽 무렵 태양이 떠오르기 전 하늘이 검푸르스름할 때 모습을 그린 것 같았다. 가까이서 보면 꾸덕한 물감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고 거칠며 투박해 보였다. 하지만 조금만 뒤로 물러서서 보면 모든 빛깔들이 부드럽게 서로 이어져 몽환적인 정원의 모습이 나타났다.


    오르세의 시계탑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센강을 건너는 다리에서 멀리 건물 외관에 매달려있는 시계를 보았었는데 이렇게 안에서 시계를 보게 되어 신기했다. 시계 너머로는 푸른 하늘과 몽마르뜨 언덕 위 하얀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보였다.


    시계탑 밖으로 나가니 센강이 내려다 보였다. 낮게 뜬 구름들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건물들이 쭉 늘어선 성벽처럼 보였다. 상쾌한 공기를 몇 모금 마시고 다시 미술관 안으로 들어갔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그린 작품들도 사진으로 담아뒀다. 그림이 그려졌을 시절에는 나무로 만든 배와 마차가 지나다녔나보다. 사람들의 옷차림도 지금과는 달랐다. 그런데 대성당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내가 보고 온 파리의 모습들을 오래된 그림과 비교하며 보니 재밌었다.

    폴 고갱 - 하얀 말, 1898


    폴 고갱의 백마. 참 좋았던 작품이라서 기념품 샵에 들어가 엽서도 사들고 왔다. 몽환적이며 신비로운 느낌의 그림이었다. 멀리 사라져가는 듯한 말 탄 여인과 물을 마시고 있는 하얀 말. 고갱이 타히티에 머물며 그렸다는 그림이라고 하는데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그 섬의 풍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빈센트 반 고흐 - 정오의 휴식, 1890
    빈센트 반 고흐 - 오베르 쉬르 우아즈의 성당, 1890


    여유롭게 천천히 그림들을 보다가 폐장 시간이 얼마 안남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허겁지겁 서두르며 그림들을 둘러 보았다. 계속 여유를 부렸으면 고흐의 작품들을 하나도 못 볼 뻔 했다. 샵에 들어가 엽서들을 몇장 사서 나왔다. 내 생애 이리도 오래 걸은 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걸었다. 그래서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이제 정말로 쉬어야할 때인가 보다. 마트에 들러 먹을 것들만 좀 사고 곧장 숙소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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