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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오페라 가르니에와 마들렌 성당
    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1. 1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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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 가르니에 앞에서 버스킹 공연을 한참 구경하다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름다운 조각들이 가득한 화려한 외관의 건물이었다. 건물 꼭대기 양쪽에 솟아있는 황금빛 조각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한동안 오페라 극장으로 불리다가 오페라 바스티유(신 오페라 극장)가 완성된 후 혼동을 피하기 위해 '오페라 가르니에'라 명명되었다. 가르니에는 이 건축물의 설계자 샤를 가르니에 이름을 딴 것이다.


    이 날은 무슨 날이었는지 몰라도 오페라 가르니에 입장료가 무료였다. 갑자기 횡재한 것 같아 신이 났다.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절로 입이 딱 벌어진다. 이곳은 유럽 여행을 다니며 보았던 다양한 건축물 중에서 가장 화려했다. 모든 것들이 황금빛으로 반짝여서 눈이 부셨다.


    천장까지 높이 솟은 기둥들은 얼룩덜룩한 붉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그 위로 다채로운 색들로 장식된 아치가 이어졌다. 곳곳에는 고풍스러운 촛대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노란 불빛이 건물 내부를 더 황금빛으로 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대리석 계단을 올라왔다. 안쪽으로 들어서니 큰 홀이 나타났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연회장이었다. 줄줄이 놓인 기둥들의 높이가 엄청났다. 고개를 들어올려 천장을 바라 보았다. 끝도 없이 이어진 그림들과 황금빛 조각들이 무척 아름다웠다. 반짝거리는 것에 대한 인간의 열망은 본능일까? 저 금빛 조각들을 손에 쥘 수는 없지만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황홀했다.


    샹들리에는 늘어선 기둥을 따라서 긴 복도 끝까지 폭포수처럼 천장에서 쏟아져 내렸다. 하부에는 커다란 은빛 촛대가, 상부에는 작지만 화려한 금빛 촛대가 매달려 있었다.


    파리에 오면 으레 찾는다는 베르사유 궁전은 파리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교통편을 알아보니 나에게는 그곳까지 가는 방법이 꽤나 번거롭게 느껴졌다. 그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궁전을 보고 싶지는 않아서 여행 루트에서 빼버렸다.

    그런데 내가 찾은 오페라 가르니에의 연회장은 베르사유 궁전에서 제일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거울의 방을 본 따서 만든 것이라고 한다. 덕분에 베르사유 궁전을 가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오페라 가르니에를 나와서 다시 걸었다. 목적지는 마들렌 성당. 구글 지도를 따라 찾아갔더니 건물 뒷편으로 가는 바람에 입구를 찾느라 애먹었다. 성당 뒷편에서부터 반바퀴를 돌아 입구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성당은 뚜벅이 여행 중 지치고 힘들 때마다 위로가 되어주었다. 성당에 들어가 쏟아지는 비를 피하기도 했고 부서질 것 같이 아픈 다리에게 휴식을 주기도 했다. 조용히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의자에 앉아 일기를 쓸 수도 있었다.


    성당 안으로 들어오니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 발걸음 소리만 나즈막히 들려왔다. 벤치에 앉아 멀리 석상을 바라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석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마리아에게 바쳐진 성당이니 아마도 마리아 조각상인 듯 싶었다. 새하얀 조각에 금박이 드리워져 있었다. 조용히 석상을 뒤로하고 걸어나와 먼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오늘 하루를 되돌아 보며 일기를 썼다. 나홀로 여행 중 이렇게 쉬면서 일기를 쓰는 시간이 참 좋았다. 여행이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었고 덜 외롭기도 했으니까.


    성당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성당 정면을 제대로 보니 외관이 좀 특이했다. 여태 보았던 성당들은 대게 뾰족한 첨탑과 화려한 장식이 포인트였는데 마들렌 성당은 그리스 신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커다란 기둥 아래에는 색색의 꽃들이 피어나 있었다.


    마들렌 성당을 나와 이제 어디로 갈까나? 마지막으로 파리의 미술관 중 한 곳에 들러보자 마음 먹었다. 내가 가려고 마음 먹은 곳은 바로 오랑주리 미술관. 모네의 아름다운 수련 그림을 볼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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