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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규슈 히타 여행, 히타 온센 키잔테이 호텔에서 보낸 하루
    일본 방방곡곡/규슈(Kyushu) 2023. 5. 8.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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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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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슈 여행 중 마지막 날, 히타라는 도시에 머물렀다. 히타는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마쿠마가와 강과 아름다운 산, 온천으로 이름난 작은 도시이다. 비가 쏟아지는 날 히타에 도착해서 유메산스이에서 온천을 즐기고 호텔로 왔다. 우리가 예약해둔 호텔은 '히타 온센 키잔테이'라는 곳이었다.




    키잔테이 호텔은 옛날에는 아주 크고 화려했지만 지금은 좀 낡아 보이는 하지만 정갈한 곳이었다. 안내해주시는 분, 프런트에 계시는 분 등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백발이 지긋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었다. 아마도 이 호텔과 한평생 함께하신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뭔가 이 호텔이 더 특별하고 괜찮게 느껴졌다.




    다다미가 깔린 넓고 깨긋한 방에 들어왔다. 창 너머로 유유히 흐르는 은빛 강이 보였다. 날이 맑았으면 더 아름다웠을텐데, 비가 오는 날 찾아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티 테이블에 앉아서 보는 강과 마을의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때마침 흐린 날씨라 산 주변에 자욱하게 하얀 구름이 껴서 더 운치있었다.




    화장실 안에는 욕조도 있었고 오래된 것에 비해 아주 깨끗했다. 샴푸, 린스, 바디워시는 기본이고 일회용 세면도구에 클렌징 오일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사실 호텔 내 온천장에 가서 씻고 온천하느라 욕실은 이용할 일이 별로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계속 내리고 멈출 생각을 안했다. 멀리 강 건너 마을에 불이 하나 둘 켜지기 시작했다. 호텔 로비 밖 공간에 노천 족욕하는 곳이 있었는데 비가 와서 써보질 못했다.




    우린 겨울에 히타를 방문했는데 여름에 찾는다면 신선한 은어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호텔 옆에 띄워진 배가 있었는데 날이 풀리면 배 위에서 정찬을 즐길 수 있다고 들었다.

    규슈 여행을 되돌아 볼 때 항상 히타의 이 호텔이 아련하게 떠올라서, 봄이나 여름에 꼭 다시 찾자고 서로 이야기했다. 그 때 은어를 먹어보아야지.




    비가 많이 내리던 날, 호텔에서 큰 우산을 빌려 주어서 우산을 쓰고 잠시 주변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카페에 들러 비를 피하며 쉬게 되었다. 'Coffee Zaitsu'라는 노부부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맛난 케익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여행하며 카페를 그리 많이 다니지 않는 편이다. 돌아다니는 걸 더 좋아해서,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나 들리는 편인데 이곳은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백발 지긋한 할아버지가 내려 주시던 핸드드립,  카페 할머니와 수다를 떨고 있던 동네 주민, 몽환적인 음악이랑 은은하게 풍기던 나무냄새까지 다 좋았다.




    카페에 들렀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1층에 게임장 같은 공간이 있어서 열심히 게임을 하다가 헥헥거리며 들어왔다.




    우리 방 다다미 위에 요가 깔려 있었다. 붓꽃이 담긴 아름다운 요였다. 침대가 아니라 이렇게 다다미 위에서 요를 깔고 자게 되니 기분이 색다르더라.

    비도 오고 돌아다니기도 애매하니 우린 유카타를 입고 온천을 하러 갔다.




    온천장은 엘레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나왔는데 규모가 크진 않았다. 호텔 온천장이 만화에도 나왔었는지 관련 포스터와 만화 장면, 만화가의 싸인이 벽에 걸려 있었다.




    벳부에서 넓직하고 바다가 보이는 아름다운 노천 온천장을 보고 와서 그런지 이곳 온천은 아주 자그만해 보였다. 그래도 사람들이 없어 한적해 좋았고 볏짚 너머로 보이는 고요한 강 풍경이 좋았다.




    온천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 편의점에서 사온 주전부리들을 꺼내 살짝 꺼진 배를 채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강과 마을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불빛이 아른아른거리는 그 강변 풍경은 고흐의 그림을 떠오르게 했다.




    다음날 아침, 후쿠오카 공항으로 가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에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을 떠나야했다. 아쉬우니 새벽에 눈을 떠 아직 어둑어둑한 하늘과 강변을 바라보며 온천을 즐겼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뜨끈한 온천을 하니 참으로 좋았다.




    점점 밝아지는 세상, 어제보다는 날이 좋아진 것 같았다. 푸르스름하던 하늘과 강기 훤해지고 있었다. 멀리 보이는 웅장한 산들과 마을의 모습이 그림 같았다.




    누군가가 패들 보트를 타고 강 위를 이리저리 다니고 있었다. 보트 위에 작은 초를 켜서 올려 놓으며 기도를 하시기도 했는데, 무얼 하시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창밖으로 이 아저씨의 모습을 구경하다가, 아저씨가 우릴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어서 우리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내기도 했다.




    호텔의 오른편에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하늘이 붉그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름답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하니, 이 풍경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진하게 눈에 담는 이국의 풍경이었다.




    날씨가 좋은 날에 다시 한 번 이곳에 묵고 싶다. 히타라는 도시는 전혀 기대가 없었고, 비도 내리고 별로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그런데 계속 기억에 아른거린다. 저 강 풍경이랑 호텔 밑에서 게임을 했던 기억, 혼자 온천을 했던 순간, 우산 쓰며 정처없이 돌아다녔던 기억 등등.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히타가 우릴 끌어 당기는 것인지, 아무튼 참 기억에 많이 남는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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