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히타를 찾은 우리. 규슈 여행 마지막 날이었는데 비가 너무 많이 내리고 날이 흐려서 맘껏 돌아다니지 못했다. 가고 싶었던 곳들은 나중으로 기약하고, 우린 그저 우산 쓰고 호텔 주변을 거닐 뿐이었다.
얼마나 왔다갔다 이 주변을 걸었던지 길이 익숙해져서 정겹게 느껴졌다. 비가 내려 약간 쌀쌀했는데, 추위도 녹이며 살짝 꺼진 배도 채울겸 카페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카페 Coffee Zaitsu.
가정집 같은 창에서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어서 여기가 어딘가 하고 봤는데, 카페였다. 오, 괜찮겠다 싶어서 그냥 무작정 들어가보았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고 마루 바닥을 걸어 갔다. 진짜 가정집 같았다.
나이 지긋한 노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카페였다. 할머니는 서빙하고 디저트를 만드시고, 할아버지는 커피를 내려 주셨다.
우리는 핸드드립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카페라떼, 치즈케익, 딸기가 들어간 롤케이크를 주문했다. 할아버지가 직접 원두를 갈고 드립을 내려주셨다. 우리는 천천히 정성 가득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구경했다.
곧 나온 메뉴들, 따뜻한 핸드드립 커피는 주전자에 담겨져 나와서 커피잔에 부어 마셨다. 꽤 여러잔 나와서 양이 넉넉했다.
따뜻한 카페라떼는 추위로 얼얼했떤 우리 몸을 녹여 주었다.
무엇보다도 디저트가 참 맛있었다. 치즈케익은 포슬포슬 부드러운 식감에 아주 고소하면 눅직했고, 옆에 유자 젤리가 같이 나와서 새콤하게 입을 정리해주었다.
딸기 롤케이크도 너무 맛있었다. 우(Woo)는 이 카페의 롤케이크를 보고 집에서 만들어 보아야겠다며, 한국 돌아와서 레시피를 막 찾아보더니 근사한 딸기 롤케이크를 만들어 냈다.
천천히 먹고 마시고 하다 보니 어느새 빈 그릇들만 남았다. 카페 안은 벽과 문, 마루 등 나무로 마감된 부분들이 많았다. 그래서 카페에 은은한 나무 향이 퍼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큰 스피커에서 짱짱하게 울려 퍼지던 몽환적인 음악. 카페에 들어와서 몸도 녹이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에 히타에 들리게 되면 이 카페는 다시 찾아올 것 같다. 그때도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건강히 계시면 좋겠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두워진 거리도 제법 멋스러웠던 히타. 카페에서 한껏 따뜻해진 우리는 우산을 쓰고 온천욕하러 호텔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