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유럽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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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흔적이 남아있는 아를 원형 경기장(Arènes d'Arles)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1. 1. 16:23
프랑스 남부의 조그만 마을 아를(Arels)은 고흐의 흔적들 뿐만 아니라 로마 시대 유적들로도 유명하다. 도시 곳곳에 산재한 옛스런 건축물들을 보면 마치 내가 로마에 와있는 듯 했다. 사실 로마에 가본적도 없지만 우습게도 괜히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날은 부지런히 아를에 남아 있는 고대 로마 유적들을 돌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에서 조식을 챙겨 먹고 밖으로 나섰다. 아를에서 머물렀던 호텔 조식은 여태 겪었던 조식 중 제일 별로였다. 치즈와 햄 종류가 다른 곳보다 현저히 적었고 먹을만한 과일도 없었다. 그래도 오전 반나절을 버텨내려면 배를 채워야했기에 억지로 음식들을 뱃속에 집어 넣었다. 숙소 근처에 커다란 원형 경기장이 하나 있었다. 이 경기장은 2천년 전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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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를 론강이 보이는 미술관 Musée Réattu에서, 아를에서의 첫날밤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0. 28. 09:40
카페에서 꽤나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애플파이와 커피를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 또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Musée Réattu'라는 미술관이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구입한 아를 통합권으로 두 곳의 뮤지엄에 갈 수 있었다. 아를에 머무는 이틀동안 하루에 한 곳씩 가기로 마음 먹었다. 느즈막한 오후 시간에 아를 강둑을 따라서 혼자 걸었다. 터덜터덜 걷는 걸음에는 힘이 없었다. 하늘은 회색 구름으로 꽉 차있었고 강물은 믹스커피를 타놓은 것처럼 뿌옇기만 했다. 내 주위의 온갖 풍경들이 힘들었던 나를 더 울적하게 만들었다. 아, 혼자가 아니였다면 조금 달랐을까? 누군가와 이야기하며 걷는다면 기분이 조금 풀릴 것도 같은데 강둑은 적막하기 그지 없었다. 아를 론 강변을 지나쳐 마침내 미술관에 도착했다.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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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를 고흐의 흔적을 찾아서,아를 고흐가 머물던 정신병원과 '밤의 카페 테라스'의 카페에 가다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0. 27. 10:06
아를 통합권을 사들고 인포메이션 센터를 나왔다.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고흐가 머물렀던 정신병원이다. 인포메이션 센터와 제일 가까워서 먼저 가보기로 했다. 구글맵에 'L'espace Van Gogh'를 찍어두고 5분 즈음 걸었더니 노란 건물이 나타났다. 꽃으로 가득한 정원을 감싸고 있는 노란 건물은 고흐가 머물렀던 정신병원을 복원해놓은 것이다. 지금 이곳은 문화센터로 쓰인다고 한다. 이름 모를 색색의 꽃들이 군락을 이루며 피어나 있었다. 중간중간 화단 사이로 길이 나있었다. 그 사이사이를 걸으며 정원을 산책했다. 이곳에 사람들이 별로 없어 나 혼자 정원을 빌린 기분이었다. 아를에 머물던 고흐는 고갱과 크게 다투면서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다. 그리고 잘라낸 귀를 어느 매춘부에게 건네 주는데 이 사건은 아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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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에서 아비뇽을 거쳐 아를까지 힘들었던 하루, 기차 연착되어 고생한 이야기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0. 26. 13:37
내가 왜 아를을 가겠다고 마음 먹었을까? 발단은 파리 아웃 출국 비행기 일자를 뒤로 미룬 것에서 시작한다. 갑자기 늘어난 일정에 파리에서 출국해야하는데 파리에만 계속 있기는 아까워 다른 도시들을 돌아보기로 한 것이다. 프랑스 남부 니스에 갔다가 아를, 리옹을 거쳐 파리로 돌아 오기로 했다. 다른 도시들도 많았는데 특별히 아를을 선택한 이유는 고흐 때문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그림에 나온 노란 카페에 가보고 싶어서였다. 단순하고도 열렬한 열망으로 아를에 향했다. 하지만 아를로 가는 내내 후회했다. 모든 것들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생리 중이었던터라 몸 상태도 엉망이었다. 다 던져버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으니 꾸역꾸역 여행을 이어나가야했다. 이 고생스런 날을 되돌아보면 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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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를 품고 있는 요새 에즈(Eze)로 떠나다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0. 21. 19:16
오늘의 행선지는 에즈(Eze)다. 여행 중 만난 언니 둘과 함께 떠나기로 했다. 니스에서 에즈 빌리지(Eze village)로 가려면 82번 혹은 112번 버스를 타면 된다. 우리는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82번 버스를 탈 요량으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바보같이 트램을 반대로 타버렸다. 심지어 우리는 종점에 도착해서야 이 사실을 알게되었다. 부랴부랴 반대 방향 트램을 탔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니 10시 40분이었다. 차라리 걸어서 가는게 나을 뻔 했다. 트램 안은 사람이 너무 많았고 지독하게 더웠기 때문이다. 82번 버스를 놓쳐버렸으니 다른 버스를 타야했다. 정류장에서 꽤 오랜시간 기다린 후에 112번 버스를 탈 수 있었다.버스가 들어와서 타려는데 너도 나도 먼저 타려고 밀치고 부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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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여행, 시간이 멈춘 곳 생폴드방스 (Saint paul de vence)에 가다.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0. 21. 14:18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우산을 챙겨들고 호텔을 나섰다. 내 발걸음은 노트르담 성당으로 향했다. 이날은 전날 우연히 니스 전망대에서 만난 이름이 같던 언니와 함께 생폴드방스에 가기로 했다. 이른 아침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약속시간이 한참 지나도 언니는 나타나질 않았다. 나는 비를 피하려고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경건한 노래소리가 성당 안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밖에서는 빗소리가 두두두- 들려왔다. 순간 내 마음은 티끌 하나 없이 맑아지는 듯 했다. 이 웅장한 성당과 빗소리 섞인 평화로운 노래 소리는 영원토록 잊지 못할 것이다. 약속시간에 늦은 언니 덕에 소중한 추억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100번 버스를 타기 위해 니스 해변가의 맥도날드 앞으로 갔다. 그런데 미리 알아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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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저무는 니스 바다와 가리발디 광장에서의 저녁식사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0. 21. 11:57
이날 우연히 니스 전망대에서 만나 동행하게 된 언니와 함께 니스 바다를 걸었다. 하늘은 곧 해가 질듯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바다 멀리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이 보였다. 푸른 지중해가 보이는 저런 집에서 하룻밤 머물러보고 싶었다. 숙박비가 어마어마할 것 같지만 그래도 투자할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다음에 니스에 오게된다면 이곳에 더 오래 머무르고 바다가 보이는 방을 예약해보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유럽 여행을 돌이켜보면 파리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니스는 계속 떠오르고 그리웠다. 우리는 니스 바다를 옆에 끼고 천천히 걸었다. 저무는 해를 커다란 구름들이 가리고 있었다. 그 구름들 사이사이로 햇살이 내리치며 바다 위로 반짝이는데 장관이었다. 우리는 탄성을 지르며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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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부 니스(Nice) 여행 아름다운 지중해와 니스 전망대나홀로 유럽 여행기/프랑스(France) 2021. 10. 20. 11:16
샤갈 미술관을 나와 바다를 향해 걸었다. 니스에 왔으니 지중해을 봐야겠다 싶었다. 이곳이 확실히 남쪽이긴 한가보다. 여태 보던 유럽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같은 프랑스인데도 파리와 니스는 다른 나라인 듯 느껴질 정도였다. 푸르른 바다를 보니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중해를 즐기고 있었다. 나도 저 푸른 물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수영복이며 갈아입을 옷이나 신발도 없었고 수영 후 뒤처리가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해변가를 설렁설렁 거닐었다. 푸른 하늘과 더 푸른 바다, 절로 신이났다. 길쭉한 해변은 끝도 없이 뻗어있었다. 바다 위로 하얀 물보라 일며 파도가 철썩였다. 니스 해변의 상징인 파란 의자도 보았다. 나는 걷던 방향을 틀어서 전망대 쪽으로 향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