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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씨엠립 앙코르톰(Ankor Thom) 피미엔나카스와 쁘레아 빨릴라이
    아시아 여행기/캄보디아 (Cambodia) 2021. 4. 1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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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푸온(Baphuon)을 지나서
    피미엔나카스(Phimeanakas)를 향해 걸었다.
    이곳은 과거 왕궁이 있던 자리이다.
    꼭대기에 올라가면 앙코르 톰을 조망할 수 있다.





    캄보디아에 오기 전 앙코르 제국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하나 보았다.
    그 방송에서 이곳 피미엔나카스에 얽힌 전설을 들었다.
    매일 밤 앙코르 제국의 왕은 피미엔나카스의 꼭대기 탑에 올라갔다.
    그곳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한 머리가 아홉달린 뱀(Naga)과  동침하기 위해서이다.

    뱀이 강력한 힘으로 제국을 보호해주기 때문에 왕은 매일 그곳에 가야했고 뱀과의 동침 이후에야 다른 여인들과 잠을 잘 수 있었다고 한다.
    만약 이 뱀이 밤에 찾아오지 않는다면 국가에 큰 재앙이 닥쳤다고 한다.






    피미엔나카스의 계단은 경사가 무척 가파르다.
    입구가 막혀있어서 계단을 오를 수 없나보다 생각하고 곧장 쁘레아 빨릴레이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반대편에 떡하니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급경사 계단에 지레 겁먹은 나는 밑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J만 홀로 계단을 올라갔다.
    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멀리 캄보디아 씨엠립까지 왔건만 계단이 무섭다고 이렇게 주저 앉아 있다니!
    내 자신이 너무 나약해보였다.
    그래 가보자 결심하고 가방을 동여 맸다.
    난간을 꼭 붙잡고서 한칸씩 한칸씩 계단을 올라갔다.






    조심스럽게 위로 올라와 먼저 계단을 올라간 J를 찾아보았는데 어디에도 없었다. 
    밑을 내려다 보며 아찔한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와중에 J와 만나게 되었다.
    J는 나보다 더 윗층에 있었다.
    내가 있던 층보다 더 위로 갈 수 계단이 있었는데 나는 차마 엄두가 나지 않아 멈추었다.






    J의 말로는 꼭대기에 제단 같은 곳이 있다고 하더라.
    나는 J가 찍어온 사진으로 꼭대기가 어떤 모습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제단에 향을 피우는 도구들이 있었는데 J는 그곳에 1달러를 넣고 소원을 빌고 왔다고 했다.






    사실 올라가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고역이었다.
    올라갈 때는 앞만 보고 가면 되었다.
    그런데 내려갈 때는 어쩔 수 없이 눈을 바닥에 두고 가야하니 아찔한 높이를 온 몸으로 느껴야했다.
    겁없는 친구를 앞에 두고 친구의 발끝만 바라보면서 내려갔다.






    이제 쁘레아 빨릴레이로 향하는 길.
    다른 유적들은 근방에 모여 있어 찾기 쉬웠는데 쁘레아 빨릴라이는 숲길을 지나가야했다.
    난생 처음보는 엄청난 높이의 열대나무들이 무성하고 말라 비틀어지기 일보 직전인 낙엽들이 잔뜩 쌓인 길들을 지나왔다.
    키 큰 나무 때문에 그늘진 땅바닥 사이사이로 햇살이 스며들어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반짝였다.






    유명한 코끼리 테라스나 문둥왕 테라스쪽으로 가지 않고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따로 있었다.
    쁘레아 빨릴레이는 찾는 사람이 적어 한적하고 여유롭다는 말에 솔깃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 근처에 사람들이 살고있는 작은 마을이 있다고 들었다.






    쁘레아 빨릴라이에 도착했다.
    두 눈앞에 보이는 댕강 잘린 크나큰 나무 세 그루.
    큰 바위 사이사이를 비집고 자라난 나무들은 크기가 어마어마했다.
    잘린 나무 기둥 위로 또 다시 잔가지들이 뻗쳐있었다.
    얼마 뒤면 하늘만큼 솟아오를 기세다.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나와 J 둘 뿐이었다.
    연노란 빛깔의 햇살이 화사하게 유적 주변을 수놓았다.
    곳곳에 날아다니는 하얗고 노란 나비들은 우리들을 반겨주는 것일까?







    조그만 불교사원 쁘레라 빨릴라이.
    12세기경 자야바르만 8세 때 만들어졌다고 한다.
    무너져 내려 흩어진 돌맹이들.
    그 사이로 솟아오른 푸릇한 잡초들과 나무들.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흘러간 시간 앞에서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졌다.






    쁘레아 빨릴라이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고요하니 아무도 없어서 우리 둘이 이곳을 빌린 것만 같았다.
    아무리 봐도 돌맹이들 사이로 자라난 댕강 잘린 나무 세 그루는 신기했다.
    어쩜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 수 있을까?






    쁘레아 빨릴라이를 떠나는 길 망고와 음료를 팔고 있는 두 아주머니를 만났다.
    잘 손질된 망고와 앙코르 비어를 하나씩 샀다. 모두 합해서 2달러였다. 
    망고를 먹으며 헛헛한 배를 채웠다.
    길거리에서 사먹은 맥주는 보통 때보다 더 맛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살고있는 조그만 마을을 지나 문둥왕 테라스 근처로 갔다.
    가는 길에 만난 화가 청년.
    앙코르 유적들을 그리고 있었는데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이었다.
    예술혼을 불태우며 작품을 그리는 모습에 감동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었다.

    그러나 올드 마켓, 나이트 마켓에 가득했던 똑같은 그림들.
    무수히 복제되어 쌓여있는 그림들을 보고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림 공장이라는 만들어낸 그림들 같았다.
    그 청년도 비슷했던 것일까?






    툭툭기사를 만나 툭툭에 올랐다.
    앙코르 톰을 뒤로하고 우리가 갈 곳은 쁘레 룹.
    일몰 명소로 소문난 곳이어서 자리를 자으려면 해 지기 전 미리 가있어야 했다.
    툭툭에 앉아 다리를 쭉 뻗고 꿀맛같은 휴식을 취하며 쁘레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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