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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장산 단풍나무 가득한 아침 숲속 길을 걸어 내장사로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1. 11. 3. 23:17728x90반응형
아직 어둠이 깔린 새벽에 민박집을 나섰다. 우화정에 뜬 물안개를 보러 가기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겨우 일어났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이끌고 내장산을 향해 걸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내장산 국립공원 입구 근처의 여러 식당에서 불이 반짝였다. 아침을 먹고가라는 여러 사람들의 손짓을 뿌리치고 단풍들이 우거진 길에 들어섰다.
어제 분명 셔틀버스를 타지 말고 걸어가자 다짐 했었는데, 막상 도착하고 보니 걸어갔다간 물안개가 다 사라질까 싶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우화정까지 갔다. 우리가 우화정에 도착했던 시간이 7시가 되기 전이었는데 이미 많은 사진작가들이 우화정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우와, 사진에 대한 열정이 아주 멋있었다.
하지만 물안개는 뜨지 않았다. 날이 덜 추워서인지 아니면 물안개는 이미 지나가 버렸는지 모르겠지만 호수 위에는 고요한 반영만이 떠있을 뿐이었다. 데칼코마니로 눌러 찍은 듯이 반영이 또렷했다. 아쉽지만 물안개는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아침 공기가 무척 상쾌하고 좋았다. 우화정을 돌아보고 내장사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케이블카에는 벌써부터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이렇게도 많구나. 하지만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걸어가는 사람들은 어째서인지 우리밖에 보이질 않았다.낙엽들이 켜켜히 쌓인 숲길을 따라서 내장사로 향했다.
알록달록 온갖 빛갈들이 뒤섞인 단풍나무 숲길을 둘이서 걸어가는데 무척 행복했다. 내장산 여행을 하면서 이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른 아침 짙은 숲 향기가 코 끝을 찔렀다. 어디선가 새들이 노래를 불렀고 걷는 발자국 마다 바스락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록달록한 세상은 동화 속 세상 같이 몽환적이었다.
단풍은 꼭대기부터 천천히 물들어가는 중이었다. 아직 단풍들은 여름 옷을 덜 벗었는지 연두빛깔 이파리들이 많았다. 그래도 파스락거리는 낙엽과 군데군데 물든 단풍들이 가을을 느끼게 해주었다. 걷다 보면 군데군데 붉고 노오란 가을 옷으로 싹 갈아입은 단풍 나무들도 나타났다.
곱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나무 아래에서 우리 부부는 기념 사진들을 몇 장 남겼다. 돌이켜보니 오랜 세월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그런 사진인 것 같다. 아무도 없던 단풍나무 숲 길을 걸었던 낭만적으로 느껴지던 그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숲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내장사에 도착했다. 졸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상쾌했다. 절에 들어서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절 입구에 돌탑들이 줄지어 서 있길래 우리도 돌 탑을 하나 쌓았다. 낙엽이 바스락 거리는 가을에 왔으니 돌 탑 사이사이에 낙엽을 넣어 주었다.
내장사에 들어서기 전 곱게 핀 단풍이 드리워진 다리를 하나 건너가게 된다. 사람들이 이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더 걷다 보면 아름다운 연못을 하나 보게 된다. 가을로 물든 나무들이 연못 위에 떠 있었다. 잔잔한 반영이 아름다워 이곳에서 여러 번 사진을 찍었다.
아름다운 내장산의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절을 두르고 있었다. 빼어난 주변 풍광과는 달리 내장사 안은 왠지 소박하게 느껴졌다. 얼마 전 대웅전이 한 승려의 방화로 불에 타버려서 그런가? 절은 여러 사건으로 불에 타 사라졌다가 다시 지어지고를 반복했다. 21년에 불타버린 대웅전은 언제 복원될지 모르겠다.
내장사를 나오는 길, 그냥 돌아가려니 왠지 모르게 아쉬워서 산책로를 따라 더 걷다 가기로 했다. 우리는 참 걷는 걸 좋아한다. 이 날 우리가 걸은 걸음 수를 어플로 살펴 보니 3만보가 넘었더라. 정말 엄청나게 걸은 날이었는데 다리가 그정도로는 아프지 않아서 신기했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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