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터키 이스탄불 자유여행 돌마 바흐체 궁전 돌아보기
    지구별 여행자/튀르키예 (Türkiye) 2022. 11. 27. 00:22
    728x90
    반응형

    지난포스팅

    터키 이스탄불 여행 술탄 아흐매트 무덤에서

    지난포스팅 터키 이스탄불 보스포루스 해협 유람선에서 본 일몰과 야경 지난포스팅 터키 자유 여행 술탄 아흐매트 모스크(블루 모스크) 방문기 지난포스팅 터키 여행 이스탄불 카이막 맛집 보

    woona.tistory.com





    우리는 술탄 아흐매트 역에서 트램을 타고서 돌마 바흐체 궁전을 찾아왔다. 아침 일찍 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를 다 둘러보고 오느라 12시가 넘어서야 돌마 바흐체 궁전에 오게 되었다.




    푸르딩딩한 하늘 아래 하얀 구름들이 동동 떠있었다. 정말 그림같이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보기에는 이리도 아름답건만 8월의 이스탄불은 햇볕이 너무 강렬해서 살갗이 따가울 정도였다.




    입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높은 시계탑 하나가 보인다. 하얀 구름이 시게탑 뒤에 장식처럼 하늘에 걸려 있어서 무척 아름다웠다. 시계탑을 지나서 매표소로 갔다.




    표를 끊기 위한 사람들이 모인 줄이 늘어져 있었다. 10분 정도 기다렸던가? 표를 끊고 나서는 한국어 오디어 가이드를 받기 위해 또 다시 살짝 줄을 섰다. 입장권을 보여주며 여권을 맡기면 무료로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었다.

    돌마바흐체 궁전
    운영시간 : 09:00~18:00
    휴관일 : 월요일
    입장료 : 300리라(본궁, 하렘, 미술관)
    * 입장권은 일주일 동안 유효함




    빨간 리모컨처럼 생긴 오디오 가이드를 목에 걸고서 안으로 들어왔다. 돌마 바흐체 궁전은 상상 이상으로 넓었고 볼거리가 넘쳐났다. 처음 우리가 예상하기로는 두시간 정도 보고 나가려나 싶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곳에서만 4시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돌마 바흐체 궁전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궁전 곳곳에 서있는 스테프들이 관광객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궁전 내부를 사진에 담을 수 없었지만 가끔 보이는 바깥 풍경은 찍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지 않았기에 돌마 바흐체 궁전에 집중하며 모든 것들을 자세히 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크나큰 단점은 기억이 금방 희미해져버려서 내가 본 많은 장면들이 아득히 멀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어찌나 궁전을 애지중지 다루는지 신발 위에 비닐을 덧대어야만 안으로 입장 할 수 있었다. 파란 비닐을 양 발에 씌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관람 동선에 빨간 카펫을 깔아 놓아서 그 위를 걸어 다녔다.


    출처 : Türkiye Directorate of National Palaces



    돌마바흐체 궁전은 온세상 모든 화려한 것들을 다 모아 놓은 곳이었다. 내가 여태 보았던 그 어느 궁전들 보다도 화려하고 볼거리가 풍부했다.


    출처 : Türkiye Directorate of National Palaces



    오스만 제국이 비잔틴 제국을 점령하고 술탄은 톱카프 궁전에서 쭉 지냈다. 그러다가 1853년 오스만 제국의 제31대 술탄이 작은 만을 채우고 그 위에 돌마 바흐체(가득 찬 정원) 궁전을 만들었다. 이 궁전은 베르사유 궁전을 본 떠 유럽식 건축 양식으로 만들어졌다.


    해질 무렵 유람선 위에서 찍은 돌마 바흐체 궁전



    다음날 보스포루스 해협을 도는 유람선을 탔을 때 돌마 바흐체 궁전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궁전은 마치 바다 위에 둥둥 뜬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바다 위에서 볼 떄는 그리 화려한 줄을 모르겠는데, 내부를 돌아보고 난 뒤여서 그런지 돌마 바흐체 궁전이 더 눈에 들어왔던 것 같다.


    출처 : Türkiye Directorate of National Palaces



    방이 어찌나 많던지 아무런 안내 없이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길을 잃어버릴 것 같았다. 200여개가 넘는 방들은 제각각 개성이 넘쳤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부터 시작해서 커튼과 의자, 테이블과 화병, 시계 등 장식품들까지 각 방마다 고유의 컨셉에 맞게 놓여지고 만들어진 것 같았다.


    출처 : Türkiye Directorate of National Palaces



    커다란 홀에 천장에서부터 쭉 늘어진 화려하고 아름다웠던 샹들리에가 기억에 남는다. 샹들리에 끝에 매달린 튤립 모양 유리 조각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튤립은 본래 터키의 야생화였다고 한다. 오스만 제국 사람들은 튤립을 사랑했고 여기저기에 튤립 문양을 새겨 넣었다.




    술탄이 배를 타고 나가던 커다란 출입문도 볼 수 있었다. 그 앞은 공사중인지 흙더미들이 널려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멀리 하얀 문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하늘이 참 아름다웠다.




    한참동안 궁전을 돌아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녹음이 아름다운 정원을 걸었다. 잔디밭 위로는 검은 닭들이 우리나라에서 늘 보던 비둘기들처럼 여유롭게 걸어 다녔다.




    오스만 제국이 참 대단했구나, 그리고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사치스러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이렇게도 넓고 화려한 궁전을 만들었을까? 이 넘쳐나는 부를 얻기 위해 누군가는 배를 곯았을텐데 말이다.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착취를 통해서 이렇게 아름다운 문화와 예술이 탄생했고, 우리는 멋쩍게도 그 유산을 누리고 있다.




    계속 걸으며 돌아다니느라 다리도 아프고 더위에 지쳐서 잠시 카페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궁전 안에 있던 카페 안으로 들어갔는데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주문이 밀려서 직원에게 따지고 있는 사람부터 시작해서 줄을 길게 늘어선 사람들, 정신 없이 음료들을 만드는 사람들, 나르는 사람들까지 아비규환이었다.




    그 와중에 자리가 하나 나서 후다닥 앉았다. 레몬에이드 하나와 아이스 카페라떼 그리고 당을 채워줄 초코 케익 같은 걸 하나 주문해 놓고 먹었다. 목을 축이며 더위를 식히고 다리에게도 잠시 쉬는 시간을 주었다. 달달한 초콜릿을 퍼 먹으니 몸 안에 힘이 솟아나는 것 같았다. 화장실도 잠깐 들렀다가 이제 하렘에 가보기로 했다.




    하렘은 궁중의 여인들이 머물던 공간을 이르는 말이다. 술탄의 어머니와 부인들이 이곳에 모여 외부와 단절된 채로 살았다. 돌마 바흐체 궁전을 먼저 둘러보고 나서 톱카프 궁전을 돌아 보았는데, 톱카프 궁전의 하렘이 더 내가 상상하던 '하렘'의 느낌이었던 것 같다.


    출처 : Türkiye Kültüe Portalı



    돌마 바흐체 궁전의 하렘은 보통 보던 궁전들과 다를바가 없었다. 화려한 벽지와 커튼, 의자, 테이블, 침대가 놓인 방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하렘이라고 말하지 않으면 그냥 궁전의 어느 방 중 하나였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하렘을 구경하고 나왔는데 시간이 훌쩍 흘러가 있었다. 이제 돌마 바흐체 궁전을 떠날까 싶었는데 아직 우리의 입장권으로 볼 수 있는 곳이 하나 더 남아 있었다. 바로 터키 화가들의 그림들을 모아 전시해 놓은 궁전 내 미술관이었다.

    안으로 들어가면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세상이 검게 보이는 듯 했다. 창은 커튼이 다 막고 있어서 샹들리에 불빛만이 아른거리며 방을 비췄다. 공간마다 터키의 궁정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돌마바흐체 궁전에 있던 터키 화가들의 그림들이 전시된 미술관



    미술작품들을 보고 나올 때 즈음에는 발바닥에 불이 나는 것만 같이 뜨겁고 아팠다. 거의 4시간 동안 내내 걸어다녔으니 그럴만도 했다. 아주 잠깐식의 휴식만 있었을 뿐, 계속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열심히 돌아다녔다. 정말 재미난 경험이었고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지만 몸이 고단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미술관을 보고 나오면 곧장 보스포루스 해협이 보였다. 푸르른 바다는 잔잔하게 흔들렸다. 바다 끝 멀리 반대편 대륙이 보였다. 이 바다 사이로 한쪽은 유럽 다른쪽은 아시아가 되다니 신기했다. 내가 서 있는 땅은 유럽의 땅, 바다를 건너 저 땅에 닿아 쉼 없이 걷다 보면 우리나라에 닿을 수도 있겠구나.




    그늘 아래에 서면 바람이 솔솔 불어와 참 시원했다. 햇볕 아래는 뜨겁기 그지 없는데 어찌 그늘은 이리도 시원한지. 우리는 분수대 앞에 있던 작은 벤치에 앉아서 바람을 쐬며 땀을 식혔다. 그리고 운동화를 벗어 던지고 잠시 발에게 휴식 시간을 주었다. 남편은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잠시 잠에 빠져 들었다.




    궁전 안을 열심히 돌아다녔던 순간들도 기억에 남지만 이렇게 벤치에 앉아 노닥거리던 시간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시원한 바람과 눈앞에 보이던 커다란 하얀 나무, 오래도록 내 가슴 속에 남을 장면이 될 것 같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