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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지우펀 올드 스트리트와 아름다운 노을
    아시아 여행기/대만(Taiwan) 2021. 7. 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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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소에서 한동안 낮잠을 자다가 잠에서 깼다. 우리는 어슬렁 어슬렁 걸으며 지우펀 올드 스트리트로 향했다. 걷다가 세븐일레븐이 보이면 그 맞은편으로 보이는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된다. 사실 길을 잘 몰라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쪽으로 그냥 따라가다 보면 올드 스트리트가 나온다.




    사람들이 북적북적거렸다.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니 요상한 냄새가 풀풀 나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서 취두부를 팔고 있는데 우리에게는 낯선 고약한 냄새였다. 취두부는 소금에 절인 두부를 삭힌 것으로 냄새가 지독하다. 지우펀 올드 스트리트 명물이 취두부라길래 먹어 보려고 했으나 막상 냄새를 맡으니 먹고자 하는 마음이 싹 사라져 버렸다.




    취두부 말고도 이름 모를 길거리 음식들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먹기에는 꺼려지는 음식들이었다. 취두부 냄새가 심해서 이곳에서 파는 모든 음식들에 그 향이 녹아들어 있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 보다 여기고 눈으로만 구경했다.




    아직 홍등에 불이 들어오기 전 우리는 정처없이 거리를 거닐었다. 올드 스트리트 시장 골목골목을 걷다가 멀리 바다가 보이는 탁 트인 공간으로 나갔다. 숙소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았던 그 푸르른 바다였다.




    내가 선 왼편으로는 다닥다닥 붙어있는 여러 집들이 보였다. 난간에는 아름다운 바다 전경을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건너편으로 보이던 찻집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지우펀에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몰랐다.




    우리도 바다를 잠시 바라 보았다. 바다는 숙소 발코니에서 바라보던 것보다 더 가까이 보였다. 그러다가 다시 지우펀 골목으로 들어와 좁은 길들을 거닐었다. 복잡한 인파를 벗어나니 이제야 좀 걸을만 했다.




    슬슬 배가 고파져서 이곳 저곳 식당들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딱히 땡기는 음식이 없었다. 시장 안에서 유명하다는 음식들을 먹어볼 수도 있었겠지만 왠지 우리는 노을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것이 더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았다. 그렇게 찻집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걷다가 수제 피자를 판다는 숙박업소를 겸하고 있던 어느 식당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창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다만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블라인드를 칠 수밖에 없었다. 오후 늘어진 햇살이 들어와 온갖 것들에 다 그림자가 생겼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포근해졌다.


    기대 안했는데 정말 맛있었던 쿠키
    시원했던 파인애플 스무디
    시원한 자스민 티


    더위를 좀 식히려고 차가운 자스민 티와 파인애플 스무디를 시켰다. 땀을 흘렸던터라 그런지 냉침한 차에 자꾸만 손이 갔다. 더위가 멀리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의외로 기대가 전혀 없던 서비스로 나온 쿠키가 참 맛있었다.




    그리고 식사 메뉴로 주문한 수제 피자. 대만까지 와서 피자를 먹게될 줄은 몰랐다. 지우펀 시장 골목에서 뭐라도 먹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갓 구워낸 피자가 맛 없을리 없었다. 배가 고팠던 탓인지 허겁지겁 피자를 맛있게 싹싹 먹었다. 배가 좀 차오르자 우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저녁식사를 마친 뒤 화장실에 가려는데 멋진 풍경과 마주쳤다. 바다 위에 옅은 주홍빛이 잔잔하게 깔려 있었다. 해가 곧 저무려나 보다. 우리는 서둘러 식당을 나가서 노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저무는 해를 바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지우펀. 우리도 난간에 서서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과 구름은 옅은 노을로 물들어 있었다. 멀리 보이는 구름 낀 산 뒤로 해가 넘어가고 있는 와중이었다.




    지우펀은 택시투어를 통해 아주 잠깐 동안만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곳은 잠깐 스쳐 지나가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곳이다. 만약 홍등이 켜질 무렵 잠깐 이곳에 왔다 갔다면 고약한 냄새와 넘쳐나는 사람들로 별로 좋은 기억을 가져가지 못했을 것 같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지우펀을 바라보니 번잡함과 악취가 풍기던 거리들은 서서히 잊혀졌다. 그리고 노을지는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이 남았다. 너무 아릅답고 좋았다. 마을의 불빛들 그리고 찻집에 걸려있는 홍등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은 더 벌겋게 불 타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하루종일 거의 모든 시간을 회사 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시간에 따라 하늘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볼 기회가 적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시간이 귀하게 느껴졌다.




    왠 귀여운 강아지 한마리가 난간 위에 올라가 있었다. 너도 여행을 온 거니? 순하디 순한 강아지와 함께 기념 사진을 몇 장 남겼다. 노을빛을 받아 털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산 너머로 해가 다 넘어갔다. 하늘에는 해가 붉게 탄 흔적이 남았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지우펀은 더 찬란하게 빛났다. 바다에 떠도는 배들이 많은 것일까? 마을도 반짝반짝 바다도 반짝반짝였다. 어두워질수록 아름다운 야경이 점점 더 제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바다를 뒤로하고 지우펀의 유명한 홍등 거리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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