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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홍등이 켜진 지우펀의 황홀한 밤, 아메이차주관
    아시아 여행기/대만(Taiwan) 2021. 7. 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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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우펀에 어둠이 내려 앉았다. 노을지는 바다를 한참동안 바라본 뒤 돌아온 거리는 붉게 빛나고 있었다. 좌우로 드리워진 밝게 켜진 홍등이 지우펀의 밤이 시작되었음을 알려 주었다. 밤을 맞은 거리는 더 활기가 띄었다. 홍등 아래로 북적거리는 사람들 틈에 섞여 정신없이 걸었다.




    홍등이 켜진 거리는 대만 여행 계획을 짜면서 사진으로 많이 보았던 풍경이었다. 역시 기대만큼 황홀하고 멋진 거리였다. 낮동안에는 도무지 적응이 안되던 취두부 냄새 그리고 더위, 북적이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었다. 같은 공간인데 밤이 되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날은 선선해졌고 거리는 붉은 불빛 덕분에 신비롭게 느껴졌다. 다른 이들도 그럴까? 사람들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우리가 홍등 거리를 거닐며 찾아가려던 곳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되었다는 찻집 '아메이차주관'이었다. 그 전에 먼저 출출한 배를 채우기로 했다. 어느 식당 안으로 들어가 소룡포와 볶음밥, 맥주를 시켜 먹었다. 이렇게 주문하면 실패는 없을 것 같아서 주문했는데 역시 맛있었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아메이차주관을 찾아가는 길. 수치루(竪崎路)라고 불리는 골목에 들어섰을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한발자국 걷고 서고를 반복했다. 이곳은 숱한 영화들의 배경이 된 곳이라 들었다. 그만큼 지우펀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이다.




    아래로 경사가 급하게 진 계단이 이어진 좁은 골목에는 홍등이 줄줄이 늘어져 있었다. 길에 등어거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홍등이 아래로 뻗어 있었다. 골목에 들어서면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찾아가려던 찻집 이름이 적힌 붉은 간판이 보였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 속 장면들이 휘리릭 스쳐 지나갔다.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 영화가 생각나서이기도 했고 어릴 때 기억이 떠올라서이기도 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아빠는 종종 나에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들을 보여 주곤 했다. 난 자연스레 감독의 팬이 되었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도 내가 좋아라는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다 보니 지브리와 관련된 장소들을 자주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캄보디아의 뱅밀리아,유후인 그리고 지우펀까지. 여행의 기억에 내 아름다운 추억들을 겻들일 수 있어 참 좋다.




    칠흙 같이 어두운 밤에 붉은 등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냥 아름다운 찻집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럽고 또 여기저기 부딪히기도 했지만, 뭐 어떠한가! 이렇게 아름다우니 다들 찾아 와서 보고 싶어하는 것이고 나 또한 그러하니 잠깐의 소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졌다.



    우리는 지우펀에 숙소를 잡아 두었기 때문에 늦은 밤이 되었어도 서둘러 돌아갈 필요가 없었다. 천천히 이곳 분위기를 더 느끼며 즐기다가 숙소에 돌아가고 싶었다. 우리는 아메이차주관 안에 들어가 차를 한 잔씩 마셔보기로 했다.




    사람들의 여행 스타일은 제각기 다 다른 것 같다. 누구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다양하게 보고 싶어하고 또 누군가는 여유롭게 한 곳에 눌러 앉아 돌아보고 싶어한다. 나의 경우는 아마 후자인 것 같다. 어느 쪽이던 자기 자신만 만족하면 그만 아닌가? 나는 지우펀에서 오롯이 보낸 하루가 좋았다. 다른 곳을 둘러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더라도 후회는 없었다.




    찻집에 들어서니 역시 사람이 많았다. 실내에서 차를 마실 수도 있었고 꼭대기로 올라가 야외 테라스에서 바깥 풍경을 보며 차를 마실 수도 있었다. 우리는 바깥으로 나가서 야경을 차를 마시기로 했다.




    어둠이 내린 마을 풍경을 내려다 보았다. 불이 켜진 작은 집들과 찻집들이 보였다. 먼 바다는 까맣게 어둠에 잠겨 있었다. 낮동안 푸르딩딩하던 바다는 사라지고 하늘과의 경계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온 세상은 그저 까맣게 보였다. 달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항구의 불빛이 바다의 어둠을 조금이나마 밝혀주고 있었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따뜻한 우롱차를 마셨다. 인당 300 타이완 달러를 내면 우롱차와 함께 간단한 다과도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었다. 주문할 때 종업원이 차가운 티를 마실 것인지 뜨거운 티를 마실 것인지 물어본다. 날이 더웠으니 차가운 우롱차를 마실까 하다가 왠지 제대로된 차맛을 느끼려면 따뜻한 차를 마셔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우리는 따뜻한 차를 주문했다.




    테이블 위에 다기가 놓여지고 뜨거운 물이 가득 담긴 주전자를 하나 받았다. 주전자를 들어 다기에 뜨거운 물을 가득 부었다. 몇 분 기다리며 차를 진하게 우려낸 뒤에 하얀 찻잔에 쪼르륵 차를 따랐다. 우리는 주전자에 담긴 뜨거운 물이 동날 때까지 계속해서 차를 우려내 마실 수 있었다.

    천천히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깊은 밤이 되었다. 바다 옆이라서 그런지 한밤중에는 꽤나 쌀쌀했다. 따뜻한 차를 시키길 잘했다 싶었다. 번잡하던 찻집이 고요해질 무렵 우리는 슬슬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에 돌아가기로 했다.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던 지우펀 골목은 이제 훵해졌다. 가게들은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였고 밝게 빛나던 홍등도 다 꺼져 버렸다. 그 많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사람들이 없으니 길이 뻥 뚫려 걷기 수월했다. 우리는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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