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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질무렵 빈 시내를 거닐다 (스와로브스키 본점, 슈테판 대성당)
    나홀로 유럽 여행기/오스트리아(Austria) 2021. 9. 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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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빈 서역에 있는 ATM에서 현금을 인출해냈다. 카드는 막히고 현금은 없으니 한없이 막막했었다. 이제 다 해결되었으니 편한 마음으로 지하철 타고 Stephan Platz역으로 향했다. 이날은 빈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였다. 어둠이 내리기 전까지 빈 시내를 구경해보기로 했다.


    빈에 도착했던 첫 날 보았던 슈테판 대성당을 또 보게 되었다. 빈의 상징같이 느껴져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았다. 내가 정말 오스트리아 빈에 와있구나 다시금 실감하게 되어서다.


    슈테판 성당 근처에서 어떤 화가 아저씨가 직접 그린 빈의 풍경화들을 팔고 계셨다. 이날 아침에 쇤브룬 궁전에 다녀왔는데 푸른 하늘이 담겨있던 분수대가 뇌리에 박혔었지. 마침 쇤브룬 궁전의 분수를 담은 그림이 내 눈앞에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자꾸만 눈길이 가서 결국 사고야 말았다.


    오스트리아 빈에 스와로브스키 본점이 있다고 들었다. 기념삼아 악세사리를 구입해가고 싶어서 지도를 보며 찾아갔다. 다양한 가격대의 목걸이,귀걸이 등이 가득했다.


    어머니께 선물로 드릴 목걸이를 하나 사고 말았다. 학생의 신분으로 유럽 배낭여행을 온지라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했었다. 눈에 들어오는 장신구들은 많았지만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다음을 기약하며 아쉽게 매장을 나왔다.


    스와로브스키 매장을 나와 기념품 매장으로 들어갔다. 이 근방에 기념품 매장들이 잔뜩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선물용으로 클림트 키스가 프린팅된 큰 액자와 엽서, 마그넷 등응 샀다. 쇼핑을 하니 시간이 후루룩 흘렀다.


    쇤브룬 궁전을 다녀온 동행 언니랑 빈 시내에서 다시 만났다. 같이 시내를 걸어다니니 혼자일 때보다 더 흥이 오르는 것 같았다. 거리 공연이 한창이어서 한동안 서서 연주를 감상했다. 그리고 연주 소리가 들려오는 근처 카페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카페에 들어와서 각자 아이스 커피 하나씩 그리고 디저트로 케익을 시켰다. 아이스 커피는 정말 최고였다. 빨대로 쭈욱 빨아들이니 온 갈증이 싹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유럽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기가 힘들었다. 무더운 날에도 사람들은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렇게 간만에 차가운 커피를 마시니 행복했다.

    아이스 커피를 마시니 문득 자주가던 집 옆의 조그만 카페가 떠올랐다. 엄마와 함께 자주 가서 아이스 카페라떼를 시켜먹곤 했다. 갑작스럽게 그 평범한 일상이 너무나 그리웠다. 익숙해서 몰랐던 소중한 것들. 먼 타국에 와서 오랫동안 지내보니 소소한 것들이 모두 그리웠다.

    목욕탕에 가고 싶었다. 뜨끈한 김치찌개가 먹고 싶기도 했고 자주가던 공원을 걷고 싶었다. 집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 내 방에서 잠들고 싶었다. 떠나보아야 느끼게 되는 소중한 일상들.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행을 했건만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 일상이 그리워진다.


    카페에서 지친 다리를 쉬게하고 다시 일어났다. 언니와 나는 모두 빈에서 마지막 밤이라 아쉬움이 가득했다. 우리는 트램 2번을 타고서 빈 시청사 쪽으로 가기로 했다. 야경이 끝내주게 멋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고 있었다. 슈테판 대성당은 노랗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같은 장소여도 시간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이 제각기 다르다. 그래서 좋은 곳은 여유를 가지며 오래 머물고 싶다.


    대성당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트램에 올라탔다. 트램 안에서 유리창 너머 빈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제 정말 끝나가는구나, 빈에서의 마지막 하루! 하루하루 흘러가고 기나긴 유럽여행도 서서히 끝이 다가옴을 느낀다. 그 끝이 좋으면서도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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