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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울 청송 무포산 자작나무 숲
    우리나라 방방곡곡/전라도 2021. 12. 3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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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송을 참 많이도 찾아왔건만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 것은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얼마 전 가을날 영양 자작나무 숲을 다녀왔던 우리, 겨울 자작나무 숲도 보고 싶어서 청송 무포산을 찾아갔다.


    무포산 자작나무 숲은 네비게이션에 '청송군 부남면 화장리 산 11-1'을 찍고 가면 된다.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다 보니 비포장 도로가 나와서 이 길이 맞는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믿음을 가지고 주소를 따라서 쭉 가면된다. 길이 좁아서 혹시라도 나가려는 차가 오면 어쩌지 걱정을 했었는데, 가는 내내 우리 차밖에 없었다. 길 옆은 바로 낭떠러지라서 조심조심 운전해서 갔다.


    길의 끝에 도달했다. 네비게이션에도 찍히지 않는 도로 위를 지나서 우리는 차를 멈춰 세웠다. 길 양옆으로 하얀 자작나무들이 솟아 있었다. 눈부시게 파랗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순백색의 자작나무들은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평소보다 더 하얗게 보였다.


    조성연도가 1996년이니 이곳은 25년 정도 된 자작나무 숲이었다. 산책길이 나있었는데 우리가 차를 멈춰세운 곳에서는 모두 내리막길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올라와야 했기에 우리는 산책코스 시작점에서 서성이며 자작나무들을 구경했다. 날이 너무 추웠던지라 밖에 오래 서있기 힘들 정도여서 멀리 가지 않기로 했다.


    하늘이 어찌나 푸르던지 파란 융단을 깔아 놓은 것처럼 곱게 보였다. 그런데 맑고 고운 하늘과 달리 추위는 매서웠다. 윙윙- 바람 소리가 무섭게 들리고 얼굴이 아려올 정도로 추웠다. 왜 이렇게 사람이 없는가 싶었는데 알 것도 같았다. 이리도 추운날 굳이 자작나무 숲을 찾아온 우리도 참 대단하다 싶었다.


    나무가 가늘고 얇아 약해 보였지만 손을 뻗어 기둥을 만져보면 아주 단단했다. 하늘로 쭉쭉 뻗은 자작나무는 가지 끝까지 새하앴다. 눈이 내렸으면 땅과 하늘이 온통 하앴을텐데, 눈 쌓인 한겨울에 또 이곳을 찾아와야할까?

    오래 전 인제 자작나무 숲을 찾았을 때가 떠올랐다. 구름 꽉 낀 하얀 하늘 아래 땅 위로 하얀 눈이 쌓여 있었고 쭉쭉 뻗은 나무들도 하앴다. 온세상이 하애서 동화 속 세상에 놀러온 듯 신비로웠었다.


    삼각대를 세워 놓고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너무 추워서 철수하기로 했다. 어찌나 바람이 거세게 부는지 자작나무 숲이 우리보고 얼른 떠나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다. 여유롭게 자작나무 숲을 산책하려던 계획은 다음으로 미뤄야했다.


    돌아가는 길에 멀리 호수가 하나 보였다. 설마 주산지인가 싶어서 지도 앱을 펼쳐 보니 정말로 주산지였다. 우리가 지나가는 도로 이름도 '주산지로'였다. 청송에 왔으면 주산지도 가보고 싶었지만 너무 추운 날이었던지라 곧장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봄날 자작나무 숲을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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