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캄보디아 씨엠립 따 프롬(Ta Prohm)에 가다
    아시아 여행기/캄보디아 (Cambodia) 2021. 5. 4. 16:09
    728x90
    반응형

    씨엠립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아침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 헛부른 배를 달래고자 한국에서 챙겨온 컵라면 하나를 먹었는데 꿀맛이었다. 역시 컵라면이 최고다.


     


    우리가 생각했던 오늘의 루트는 따프롬을 거쳐 쁘레아칸, 앙코르와트, 마지막으로 프놈바켕에 가서 일몰을 보는 것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스텝에게 툭툭을 구해달라고 말했다. 우리가 계획한 루트를 이야기하니 너무 일정이 빡빡하고 거리가 멀어서 툭툭 하루 대절에 20~25달러는 줘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

    내가 미리 인터넷을 뒤적이며 알아본 바로는 툭툭 하루 대절에 15달러 정도였다. 차이가 많이 나서 그냥 직접 나가서 툭툭을 구해볼까도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스텝이 불러준 툭툭기사와 루트와 비용을 이야기하니 하루 대절 15달러로 바로 합의가 되었다.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구한 것은 소통이 쉬워 정보를 쉽게 얻고 여러가디 편리한 점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기대를 품었던 것이 잘못이었나 보다. 가격 대비 많은 것을 바라면 도둑놈 심보지. 무엇이든간에 여행은 내가 준비한만큼 또 노력한만큼 얻어가고 느끼는 것이니 다른이들에게 의지하지 말자는 교훈을 얻었다.


     


    툭툭을 타고 먼저 향한 곳은 우리의 마지막 숙소인 보레이 앙코르 호텔이다. 가서 짐만 두고 다시 나오기로 했다. 이 호텔은 너무 만족스러웠던 곳이라 다음에 가족들과 함께 씨엠립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묵을 것이다.


     


    하루만 묵었던 것이 너무 아쉬웠던 보레이 앙코르 호텔. 참 돈이 좋긴 좋구나. 돈을 쓰는만큼 여행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돈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호텔 내부는 연꽃을 형상화한 문양들과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이국의 향신료가 뒤섞인 향기가 코를 찔렀다.


     

    호텔 안 둥그런 항아리에 담긴 연꽃들의 모양이 요상해서 종이나 천으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살짝 손을 꽃에 스쳐보니 모두 생화였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두었다. 아쉽게도 아직 체크인 시간 전이라서 들어갈 순 없었다. 그래서 캐리어만 맡기고 툭툭을 타고 따 프롬으로 이동했다.

     

     


    툭툭을 타고 30여분 달렸던 것 같다. 드디어 따 프롬에 도착했다. 툼레이더 촬영 장소였기에 더욱 유명해진 따 프롬(Ta Phrom). 원래 한적한 새벽에 이곳에 오려고 했으나 일어날 수가 없었다. 게다가 호텔에 들렀다 왔으니 예상했던 시간보다 더 지체되었다.


     


    사실 이날 앙코르 와트 일출을 보러 가려고 했었는데 나와 J 모두 어제 무리한 일정 때문에 피곤해서 포기했다. 여행 스타일이 안맞았으면 이런 문제로 싸웠을 수도 있다. 우리 둘 다 무리하지 않고 순간순간을 즐기면서 다니자는 여행 스타일이라 한 번도 싸우지 않고 잘 다녔다. 죽이 척척 맞아서 더 즐거웠던 여행이다.




    엄청난 크기의 나무 뿌리들이 유적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렇게 거대하고 정교한 유적을 만들어낸 인간도 대단한데 유적을 비집고 거칠게 자라나는 나무의 모습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따 프롬은 자야바르만 7세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만든 불교 사원이다. 앙코르 톰을 건설하기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흡사 정글 속 폐허같은 이 사원을 정부에서는 일부러 복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무너져내린 유적과 얽혀있는 기괴한 나무들의 모습이 따 프롬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이다.

     

     

    유적 주변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관람객들이 이동하는 통로나 부수적인 곳들을 보수하는 공사라고 한다. 나무들은 굳이 잘라내지 않으니 계속 자랄 뿐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자랄까? 언젠가 이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무는 저 하늘에 닿아있을지도 모른다.

     

     


    왕조가 지속되었더라면 이러한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찬란하고 영광스러웠던 순간들은 이제 더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화려했던 순간들이 모두 덧없게 된다는 사실이 슬프게 다가온다. 내 인생사도 그럴까?


     


    필름 카메라를 꺼내 따 프롬의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담았다. 이번 여행 내내 함께한 Minolta X-300과 Fuji color C200. 인터넷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필름을 싸게 무더기로 사서 들고 왔다. 아무리 싸게 샀어도 필름은 아까우니 한컷 한컷 소중히 찍게 된다.

     

     


    나와 J는 돌 무더기 위에 앉아 챙겨온 스케치북을 꺼냈다. 그리고 각자 인상 깊은 장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마음에 드는 풍경을 발견했을 때 그림을 그려두면 참 좋다. 시간이 흐른 후에 스케치북을 들춰보면 그 때의 기분과 생각들이 떠올라 재밌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하다.


     


    따 프롬을 둘러보고 나오니 1시간 정도 지나 있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에 여유롭게 보기는 힘들었다. 역시 이곳은 새벽에 와야하나보다. 사람에 치이기 싫어 적당히 보고 나와 툭툭 아저씨를 찾아갔다. 툭툭 기사님이 우리에게 포즈를 취해 주어서 기념 사진을 찰칵 찍었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프레아 칸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