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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 몽환적인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에서 보낸 하루
    우리나라 방방곡곡/강원도 2022. 10. 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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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 자작나무 숲.

    8년만에 다시 찾은 자작나무 숲, 오래 전 한겨울날 우리는 자작나무 숲에 왔었다. 그 때 우리에게 차가 없어서 서울에서 당일치기로 인제 자작나무 숲에 다녀오는 여행상품을 이용했었다.

    둘 다 어리버리했던 그 어린 날, 한겨울에 아이젠을 들고 오지 않아 온몸에 긴장한 채로 미끄러운 눈길을 걷고 걸어 자작나무 숲에 다녀왔었다.

    가을로 물든 도로 위


    이젠 우리에게 차가 생기고 원하는 곳은 맘대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그 옛날에 비하면 우리는 조금이나마 어른이 된 것일까? 오랜 시간이 흐른 자작나무 숲, 우리가 예전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일까 궁금했다. 차를 타고 가는 길 주위로 보이는 산들이 울긋불긋했다. 도로 위를 달리기만 해도 가을이 흠뻑 느껴져서 좋았다.


    인제 자작나무 숲을 네비게이션에 찍고 오면 주차장이 나온다. 안쪽 갓길에는 차들이 다 세워져 있어서 우리는 조금 떨어진 임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들어왔다.

    인제 자작나무 숲
    월요일 화요일 휴무
    - 하절기(5.1~10.31) 09:00~15:00 입산 가능
    - 동절기(11.1~3.1) 09:00~14:00 입산 가능


    귀여운 자작나무 캐릭터 동상들이 입구에 놓여 있었다. 8년 전 이곳에 왔을 때, 눈이 쌓여 꽁꽁 언 아스팔트 길을 끊임없이 올라간 기억이 떠올랐다. 그 때는 이곳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귀여운 캐릭터도 생기고 안내소도 생겼다. 화장실은 자작나무 숲에 이르러서야 하나 있으니 미리 가두는 편이 낫다.


    우리는 원정임도(윗길)을 따라서 자작나무 숲으로 올라갔고, 돌아올 때는 아랫길을 통해서 왔다. 약 7km 정도 되는 거리였는데 왔다 갔다만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윗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아스팔트 길과 흙길이 이어져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었다. 오르막 경사가 약간 심하긴 한데 쉬엄쉬엄 간다면 누구든 갈 수 있을 정도.

    다만 아랫길은 중간에 탐험코스를 지나가야하는데 이곳은 돌들이 켜켜히 쌓인 산길이라, 체력이 약하거나 운동화를 신지 않았다면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경치는 아랫길이 훨씬 아름다웠다.


    윗길을 통해서 자작나무 숲을 향해 걸어가는 길, 숲에 다가서기 전인데도 군데군데 자작나무들이 보였다. 하얀 목대에 매달린 이파리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숲에 가면 가을 옷을 입은 자작나무 숲의 풍경이 아주 멋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멀리 노랗게 물든 숲이 내려다 보이기도 했다. 비죽비죽 솟아 오른 푸릇한 나무들이 막 노란빛깔 옷으로 갈아입는 와중이었나 보다. 푸른 하늘 아래 알록달록한 나무들의 모습이 아주 장관이었다.


    가을길을 따라서 한시간 반 정도 걸었던 것 같다. 시월 중순이 넘어간 지금, 날이 조금 쌀쌀해지는 때였는데 햇볕 내리쬐는 오르막 경사길을 오를 때는 꽤나 더웠다. 외투를 벗어 던지고 열심히 숲을 향해 걸어갔다.


    마침내 다다른 자작나무 숲!

    완연한 가을을 맞은 자작나무 숲은 무척 아름다웠다. 이파리들이 노랗게 물들어서 노란 도화지 위에 하얀 물감으로 죽죽 그어 놓은 것 같았다.


    자작나무 숲을 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햇볕이 내리쬐고 덥기까지 했던 화창한 날씨였는데,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 오더니만 비가 와장창 내렸다. 일기예보에 비가 잡혀 있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양산을 챙겨왔는데 정말 쓰일 줄은 몰랐다.

    동글동글 조그만 우박이 떨어졌다


    비가 어찌나 거세게 내리던지, 하늘을 바라 보니 전혀 그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숲을 떠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비가 와도 좀 더 돌아보다 가기로 했다. 그러다가 우리는 우박을 맞기도 했다. 정말 놀라웠다. 하루 날씨가 이렇게 뒤죽박죽이라니!


    하얀 자작나무 움막이 있던 곳에서 가만히 우산을 쓰고 서 있었다. 거센 비바람 때문인지 하늘에서 우수수 자작나무 노란 이파리들일 떨어졌다. 귓가에는 빗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하늘에서는 이파리들이 떨어지니, 그 풍경이 어찌나 아름답고 황홀하던지.


    가만히 서서 이파리들이 흩날리는 풍경을 바라보는데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우리 모습이 아주 그림같다며 사진을 하나 찍어 주고 싶다고 하셨다. 놀랬지만 감사합니다 하고 핸드폰을 건냈는데, 사진을 찍는다고 하니 우리 모습이 돌처럼 굳어 어색해져버렸다. 하하.


    하얀 자작나무 움막 앞에서 경치를 구경하고 있었는데 점점 하늘이 파랗게 변해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숲에 해가 들기 시작했다. 파래지는 하늘을 보니 비가 그치려나 싶었는데 정말로 비가 그쳤다.


    잠깐 지나가는 소나기였나?

    비가 뚝 그치자 우리는 너무 신이 났다. 맘놓고 숲 속을 거닐어도 되겠다! 촉촉히 비에 젖은 자작나무 이파리들을 밟으며 숲 길을 걸었다.


    쭉쭉 뻗은 하얀 나무 아래 붉고 노란 빛깔들이 얽혀 있었다. 곳곳에 키 작은 단풍나무들이 있어 숲에 붉은 빛이 돌았고 자작나무 이파리들은 노랗게 물들어가는 와중이었다.


    노랗게 물든 자작나무 이파리, 붉게 변한 단풍잎 그리고 하얀 자작나무, 아직 덜 물들어 푸릇한 연두빛 잎들, 떨어진 갈색빛깔의 낙엽들... 온갖 자연의 빛깔들이 어우러져서 아름다운 가을 숲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 어느 동화 속 세상도 이보다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알록달록한 자작나무 가을 숲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들이 마셨다. 공기가 두 발 끝까지 닿는 것 같았다. 촉촉하게 젖은 낙엽 위를 걸으며 행복감에 젖어 들었다. 이 순간 우리 함께 손을 잡고 자작나무 숲을 걸으며, 아름다운 가을날을 만끽할 수 있어 감사했다.


    자작나무 숲에 심취해서 한참동안 알록달록한 숲 속에 머물렀다. 숲 길을 걷고 사진을 찍고 떨어진 노란 이파리들을 주워 일기장에 담기도 하고 개울물에 손을 담궈 보기도 했다. 이따금 벌, 뱀, 진드기 조심이라는 경고 문구에 무섭기도 했지만 우리는 열심히 숲 속을 쏘다녔다.


    가을로 물든 자작나무 숲을 계속 거닐다 보니, 이 풍경이 너무나도 황홀하고 아름다워서 정말로 어딘가에 숲의 정령이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신비롭고 아름다웠던 숲, 서서히 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숲을 거닐다가 초록색 옷을 입은 관리소 직원분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들이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가라고 말씀하셔서 우리는 하산하기로 했다.


    우리는 관리소 직원분들이 사라졌던 길을 따라서 하산해보기로 했다. 우거진 낙엽들이 젖어있는 산 속 길이었다. 우리가 올라왔던 잘 닦여 있던 길과는 좀 다른 길이었는데, 나중에 지도를 살펴보니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 맞은편에 있는 '원대임도(아랫길)'로 통하는 길이었다.


    내려가는 길이 정말 즐거웠다. 산 속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었다. 울퉁불퉁하고 경사가 좀 나있어서 편한 길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주위에 우거진 나무들과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아름다운 단풍들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이었다. 단풍이 너무 아름답게 물들어 있어서 내려가다 얼마나 많이 멈춰 섰는지 모른다.


    멈춰서며 다시 가며를 반복하다 보니 시간은 늦어졌지만 전혀 힘들지가 않았다. 이 길을 통해 하산한 덕분에 아름다운 가을 산을 오롯히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단풍잎들을 주위 계곡물에 흘려 보내기도 하고, 몇개는 주워다가 일기장에 껴 두기도 했다.


    중간중간 보이던 작은 폭포들이 참 아름다웠다. 붉은 낙엽들이 가지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있고, 검은 바위 위에 이리저리 흩어져서 붉게 보이던 세상에 작지만 세차게 폭포가 흐르고 있었다. 달력에 프린트 된 사진을 보는 것만 같았다.


    비바람이 몰아쳤던 탓인지 돌 위에 낙엽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누군가 지나간 흔적이 잘 보이지 않아서, 행여 뱀이라도 나올까봐 조심조심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이 너무 아름다워서 우리는 다음번에 자작나무 숲을 찾게 되면, 이 길로 오르고 내려가자고 이야기했다.


    작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 돌 길들을 다 지나오고 나니 잘 닦인 길이 나타났다. 여기서부터는 정말 설렁설렁 걸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다 보니 금방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올라오던 길은 오르막이어서 그랬던지, 내려가는 길은 전혀 힘들지도 않고 주위 풍경도 아름다워서 그저 좋기만 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길도 올 때처럼 1시간 30여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내려가는 도중에 해가 저물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얗던 구름들이 지는 햇살을 받아 붉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다 저물고 아직 어둠이 어렴풋하게 내렸을 때, 거의 오후 6시 즈음 되어서야 출발했던 곳에 도착했다. 우리가 출발했던 시간이 1시 30분 즈음이었으니까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가 있었다.

    가을 자작나무 숲,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도착하고 보니 모든 장면들이 꿈 같았다. 방금 전까지 꿈나라 같던 자작나무 숲 속에 우리가 있었는데 어느새 우리는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정말 황홀하고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을 자작나무 숲 가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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