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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토 여행 니조성 라이트업과 아름다운 벚꽃
    일본 방방곡곡/교토(Kyoto) 2023. 3. 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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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이 한창인 3월 말, 교토 곳곳에서는 라이트업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이 워낙 많은데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어디를 갈까 고르기 어려웠다. 낮에 열심히 돌아다닌터라 지쳐버린 우리는 잠시 호텔 안에서 쉬다가 근처에 있는 니조성에 가보기로 했다.


    엄청난 줄에 말문이 턱 막혔다
    니조성 해자의 아름다운 반영
    니조성 입구



    우와, 근데 줄이 장난 아니었다. 줄이 너무 길어서 입구가 어딘지도 알 수 없었다. 길게 늘어진 줄 맨 뒤에 붙어 섰다. 줄을 서면서도 이거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계속 고민했다.

    이 줄을 서서라도 봐야할까?
    지금 너무 지쳤는데, 그냥 돌아갈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보기는 그렇고,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줄이 숙숙숙 빠졌다. 줄이 길어서 겁먹었는데 줄 빠지는 속도가 빨라서 은근히 금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니조성에서는 벚꽃이 아름답게 피는 3월 말 즈음부터 4월 중순까지 야간 라이트업 행사를 진행한다. 우리가 찾은 때는 3월 말, 벚꽃들이 만개한 시기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성인 기준 입장료가 1,300엔이었는데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니조성에서 보낸 밤은 너무 즐거웠었다.




    니조성 곳곳에 조명이 놓여 있었고 모든 것들이 훤하게 반짝였다. 특히 밤하늘을 수놓은 하얀 벚꽃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낮에 본 모습보다 더 아름다워보였다. 새카만 밤에 새하얀 벚꽃, 하늘에 팝콘들이 주렁주렁 열린 것 같았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있길래 가보았더니 화려한 영상 쇼가 진행되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벚꽃들이 니조성 안쪽 건물의 벽면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땅바닥에 철푸덕 앉아서 입을 떡 벌리고 영상을 보았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장면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고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쇼가 끝나자 사람들이 우르르 일어나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는 사람들의 물결을 따라서 흐르듯이 걸었다. 이런 엄청난 인파는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웃음 가득이었다. 흥겨운 축제 분위기가 우리를 들뜨게 했다.  




    밤하늘에는 둥그런 보름달이 떠있었다. 교토 여행 내내 우리를 반겨주던 훤한 보름달, 활짝핀 벚꽃 사이로 얼굴을 내민 달은 우리가 걷는 길들을 더 낭만적인 분위기로 만들어주었다.




    걷다가 보니 먹거리 장터 같은 곳이 나타났다. 이런 곳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지, 우리는 자리를 잡고 맛난 음식들을 즐겨보기로 했다. 야사카 신사 근처 식당에서 먹었던 고등어 초밥이 있어서 하나 사고, 뜨끈한 우동과 사쿠라 맥주도 사왔다.




    이렇게 그냥 가설 장터에서 파는 음식일 뿐인데도 하나하나 다 너무 맛있었다. 고등어 초밥과 우동도 맛났지만 특히 사쿠라 비어가 인상 깊었다. 맥주에 뭔가 달달한 향이 났는데 거북하지 않고 청량했다. 벚꽃 아래에서 벚꽃 맥주라니, 캬! 한 잔만 먹어도 만취할 지경이었다.




    우리는 색색깔 조명으로 반짝이는 벚꽃 터널 아래를 걸어갔다. 하늘을 빽빽하게 채운 벚꽃들이 푸른 조명을 받아 파랗게 빛났다. 그 아래를 걷는데 그 순간이 참 비현실적이며 몽환적이었다.




    분명 니조성 올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아름다운 벚꽃과 신난 사람들을 보고 맛난 음식까지 먹으니 온몸에 에너지가 팡팡 돌았다. 신이나서 새벽까지 걸어다닐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쳐가지고 호텔 방에서 쓰러져 잤다면 엄청 후회할 뻔 했다.




    이리 보아도 벚꽃, 저리 보아도 벚꽃이었다. 특히 가지가 축 늘어진 능수벚꽃들이 아름다웠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보던 벚꽃과는 생김새가 달라 더 눈에 갔다. 사람들이 무척 많았지만 니조성이 워낙 넓어서 벚꽃을 여유롭게 맘껏 즐길 수 있었다.




    바글바글 하늘에 가득한 벚꽃들 때문에 밤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밤하늘에 하얗게 눈이 내린 것 같았다. 한걸음 한걸음이 황홀했다. 이래서 교토에 벚꽃을 보러 오는구나 싶었다.




    아름다운 둥근 달과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벚꽃,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풍경이었다. 우리는 한참을 둘러보다가 폐장 시간이 다 되어서야 밖으로 나왔다. 아쉬운지 사람들은 폐장한다는 안내 방송을 듣고도 나가는 발걸음을 주저했다.


    교토의 밤을 이렇게 멋지게 마무리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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