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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 장마가 끝나고 찾은 7월 말 시골집에서 보낸 하루, 메리골드 꽃이 피고 토마토가 열리고, 무서운 뱀이 나타났다!!!
    일상기록/시골 촌뜨기 우나 2023. 8. 1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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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끝나고 찾은 시골집은 거의 폐허 상태였다. 여름날 조금만 집을 비워 두어도 이렇게 잡초들이 미친듯이 자라나는거야, 알고는 있었지만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까 아이고야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뭐, 이렇게 잡초들이 자라나는 것은 자연의 순리이니까, 우린 뽑으면 된다. 하하하.

     

    찌는 더위에도 핀 노발리스 장미
    꽃을 피운 백일홍
    오렌지빛깔 메리골드도 꽃을 피웠다!


    우리가 없는 동안 꽃들이 많이도 피었다. 올 봄에 파종했던 꽃 씨앗들이 이렇게나 커서 거대한 식물(?)이 되었다. 내 손톱보다도 작던 새싹들이었는데, 미친듯이 자라 있어서 못 알아 볼 뻔 했다.

    백일홍은 거의 내 허리만큼 자라났는데 너무 징그럽게 크게 자라서, 꽃을 잠깐 감상한 뒤로 싹둑 잘라 버렸다. 많이 키가 크기 전에 잘 잘라줬어야 이쁘게 컸을텐데, 장마 기간동안 못 찾아와서 관리를 못해주어서 미안했다. 메리골드도 엄청나게 크게 자라나 있었는데, 커다란 꽃이 활짝 가득 피어있어서 정원이 화사해보여 좋았다.

    메리골드는 앞으로도 봄마다 심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쁘고 꽃차도 해먹을 수 있으니까 헷!

     


    앞마당에 심어 놓은 토마토들도 미친듯이 자라나 있었다. 곁순을 잘 제거해주어야 한다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자라버렸다. 주렁주렁 토마토들이 열려 있어서 너무 귀여웠다. 우린 그냥 모종 심기만 했는데 알아서 잘 자라나는 토마토가 기특했다.

    시골에서 하룻밤 잘 것이니, 내일 아침에 가지들을 좀 정리해주기로 하고 오늘은 잡초들이나 열심히 뽑자 생각했다.


    오후 내내 열심히 잡초들을 뽑았다. 제대로 뽑지 않으면 또 다시 자라날 것임을 알기에, 뿌리부터 뽑으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잘라버리기도 하고, 뽑히는 건 뽑기도 하고 그랬다. 오히려 키가 쑥 잡초들이 자라나서 뽑기는 더 수월했다. 하하하하. 잡초를 한참 뽑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폭삭 젖어버렸다.

     


    사철나무 너머로 해가 저물었다. 이제 철수해야지. 뭔가 어중간하게 더운 때에 모기가 더 창궐한다. 그래서 차라리 엄청나게 덥고 해가 따가울 때 일하는게 낫더라. 물 벌컥벌컥 마시면서 땀 쫙 빼고 일하고 씻고 나면 천국이 따로 없다. 오늘은 느즈막이 시작해서 그런가 잡초들 뽑으며 모기에 꽤나 물렸다. 다음에는 기피제 좀 더 확실한 걸 사와야겠다.

    다음날 아침 8시 즈음인가 깨서 밖으로 나왔다. 덜 더울 때 일 좀 하고 아침에 먹을 토마토를 좀 따려고 나왔다. 역시 여름이다. 이른 아침인데도 무척 더웠다. 밖에 10분만 서있어도 땀이 주루룩 흘러 내리는 날씨였다.

    눈으로 보기에는 한 없이 푸르고 화창한데...
    잘 익은 토마토들
    토마토와 차이브, 파슬리


    밭에 나가서 잘 익은 빨간 토마토들을 땄다. 꽤나 수화량이 많았따. 그리고 블루베리 나무 옆 허브 밭에서 차이브도 몇 줄기 잘라왔다. 계란 후라이나 스크램블 위에 차이브 뿌려 먹고, 크림치즈에 차이브 섞어 먹고, 차이브는 정말 키우길 잘한 허브였다. 장마 중에도 굳건히 잘 자라난 녀석! 파슬리도 많이 자라가지고 좀 따왔다.

    간소하게 차린 아침상
    우가 만든 바게트랑, 수확한 바질로 만든 바질페스토
    아침에 갓 딴 토마토
    차이브, 파슬리, 토마토를 넣은 계란 볶음
    우가 만든 체리 치즈 바스크 케익


    아침으로는우가 만든 바게트 빵이랑 우리가 올해 수확한 바질로 만든 바질페스토, 그리고 갓 딴 토마토와 허브들, 계란 볶음과 전날 사두었던 촌두부, 커피를 먹었다. 마지막 디저트로 우가 만든 체리 치즈 바스크 케익까지, 알차게 먹고 다시 일하러 밖으로 나섰다.

    잡초들을 마저 정리하고, 고추랑 가지 밭에서 먹을 것들을 좀 따고, 파슬리 가루 만들 녀석들을 따고, 뒷마당도 정리하고, 꽃차 만들 메리골드 꽃송이 따가야지, 이렇게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다. 잡초가 좀 정리되니 정원이 참 아름다워졌다. 여름에도 꽃들이 많이 피어나는구나 싶더라.


    (좌) 처음 목수국을 심었을 때 (우) 하얗게 꽃을 피운 목수국
    주황색 꽃이 어여쁜 메리골드


    올해 시골집 정원을 가꾸면서 목수국 두 개를 봄에 심었었다. 작디 작은 가지에 이파리 몇개만 달려있던 어린 녀석이었는데, 어느새 훌쩍 커서 하얗게 꽃망울들을 가득 터트렸다. 정말 시간이 흘러가며 자라나는 식물들을 보면 신기하고 대단하고 그렇다. 메리골드도 조그만 새싹이었는데 이렇게 꽃들이 많이 피다니 놀랍다.

    라벤다도 보라색 꽃을 피워냈다!
    봄에 파종했떤 페츄니아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블루베리 나무 근처에 심었던 라벤다에도 꽃이 가득 폈다. 보라색 꽃들이 송글송글, 매만져보면 바디워시에서 맡던 그 라벤더 향기가 그대로 났다. 많이 피면 좀 걲어다가 다발로 부쉬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봄에 파종해서 새싹이 나고, 어느정도 자랐을 때 화단에 심어두었던 페츄니아가 있었는데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보라색 꽃이 너무 예쁘더라. 집에서 키우면 크게 성장하기까지 꽤나 오래 걸리는데, 노지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금방금방 자라나는 것 같다.

    이것이 바로 땅의 힘인 것일까?


    그런데 두둥,
    뒷마당에서 토마토 수확하고 밭 좀 정리하려고 하는데 뭔가 싸한거다. 진짜 뭔가 싸했다.

    그러고 앞을 보니까 왠 뱀이..우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뱀사진주의



    살모사로 추정하는... 뱀... 독..독사라니..!!


    우리가 씌워놓은 비닐 위에 몸을 배배배 꼬은채로 있던 뱀 한 마리... 이녀석은 우릴 보고도 전혀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머리를 꼿꼿하게 세운채로 우릴 공격할 기세로 가만히 있었다. 딱 봐도 저녀석은 독사인 것 같았다. 일단 너무 놀래서 허겁지겁 도망쳤다. 장마 내내 뒷마당 텃밭이 풀에 잠식되어서 벌레가 무지 많아졌을 것 같다. 그리고 덩달아 개구리도 엄청 많아졌고, 그 개구리들을 먹으로 뱀이 오는 것은 그래 당연한 일이다. 흑... 근데 너무 무섭잖아요!!!! 으아아아!!!!



    뱀은 쉽사리 근거지를 바꾸지 않아서, 저 독사는 아마도 다시 꼭 보게 될 것 같았다. 뱀이 살기 좋지 않은 환경으로 바꾸어야하는데, 일단 풀을 베어야하지만 뱀이 무서워 쉽사리 뒷마당에 못가겠더라. 시골집에 한동안 못찾아와서 우리집에 자주 드나들던 길냥이들이 보이질 않아서, 길냥이들한테 의지 할 수도 없는 노릇이이니 이를 어찌해야하나 고민을 좀 해보아야겠다.

    껌수야!!! 돌아와!!!!

    고양이들이 냥냥펀치 몇 대 날리면 뱀들이 정신을 못차린다는데, 냥이들이 그립다. 고양이 밥 많이 준비해놨는데 고양이들이 오질 않네. 밥을 퍼서 밖에 둬야하나 싶은데, 저번에 그냥 뒀더니만 개미들이 와서 잔뜩 먹어가지고 그냥 밥을 두기가 주저된다.


    시원한 노동주!
    갓 캐낸 가지와 고추들


    뒷마당은 GG, 대신 다른 텃밭으로 도시에서 지내는 동안 먹을 가지와 고추들을 수확했다. 그 오랜 장마기간 어찌나 자라났는지 가지나 고추들이나 모두 다 토실토실하게 자라있었다. 정말 많이 열려 있었는데 많이 따지는 못했다. 따는 내내 어찌나 덥던지 콧등 위로 땀이 줄줄줄 흘러내리고, 선크림을 바른 통에 얼굴 위로 흐르는 땀에 선크림도 같이 녹아내렸는지 눈이 따가웠다.

    게다가 핸드폰에서는 폭염경보 문자에 야외 활동 자제라고 적혀있어서 괜히 겁나기도 했다. 이러다 진짜 쓰러지면 답 없겠구나 싶어서 적당히만 따고 철수했다.


    활짝 핀 메리골드 꽃들
    수확한 메리골드 꽃과 파슬리들


    시골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한 일은 메리골드 꽃과 파슬리 수확하기! 메리골드를 심으면서 언젠가 꽃이 피게되면 꽃차를 한 번 해봐야지 했는데 마침 엄청나게 피어 있어서 몇 송이를 좀 따왔다. 그리고 가루로 만들어 요리에 써먹을 파슬리들도 엄청 땄다. 장마 기간동안 엄청나게 자라나있어서 과감히 막 잘라냈다. 벌레들이 많긴 했는데 뭐 잘 씻어 먹으면 되니까 크크크, 문제 없다.

    그나저나... 뱀은 어떻하지? 머릿속에 계속 뱀이 떠오른다. 종일 뱀 생각 때문에 뱀한테 정이 들 지경이다. 그날 밤 우리는 서로 뱀 이야기를 하며 잠에 들었다. 뱀 꿈 안 꾸는게 다행일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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