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2주만에 찾은 시골집에서 잡초뽑기, 블루베리 수확, 로먼 캐모마일 수확 허브티 만들기
    일상기록/시골 촌뜨기 우나 2023. 7. 2. 01:30
    728x90
    반응형



    요르단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거의 2주만에 시골집을 다시 찾았다. 그 사이에 비도 많이 내렸고 무더위도 장난 아니었으니, 왠지 잡초들이 어마무시하게 자라났을 것 같았다.

    분명 예상을 하고 들어섰는데, 와우 😰

    예상보다 더더욱 심각했던 정원과 텃밭의 상황. 도무지 내가 무얼 심고 기르고 가꾸었는지 구분도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지러운 마당
    블루베리 바크 깐 곳만 잡초가 그나마 덜했다...!



    마당 가운데 블루베리 나무들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잡초들이 어찌나 키가 크던지, 기세 등등했다. 이 많은 녀석들을 언제 다 뽑지 한숨이 나왔지만, 그래도 안되는게 어딨나 하면 되는거지!!



    근데 왜 눈물이 나지? 😭😭


    토실토실한 토마토



    귀엽던 토마토들은 거대해져 있었다. 그동안 가지를 쳐주지 못해서 이파리가 너무 무성해졌다. 통풍이 잘 안되는 탓인지 하얀 벌레들이 막 날아다녀서 훅훅 가지를 치고 곁순도 따주었다.


    잡초 제거 전
    잡초를 좀 제거한 뒤 모습



    자리를 비운 동안 로먼 캐모마일 꽃들이 화르륵 피었다. 조그만한 하얀 꽃들이 어찌나 어여쁘던지, 다만 잡초들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다. 열심히 솎아가며 잡초들을 뽑아 주었더니 태가 난다.

    제법 꽃밭 같은데?

    장미가 잘 보이지 않았다.. 모든 것들이 폭풍성장했다
    제초매트 깔았는데도 돌틈으로 막 튀어나온 잡초들
    꽃을 피운 연보랏빛 노발레스
    잡초들 뽑고 허브 가지치기 후 크리스티아나



    장미는 피었다 다 저물었을 줄 알았는데, 많이 피어 있었다. 헤르초킨 크리스티아나 장미는 이제서야 꽃송이들을 막 피워내는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진드기가 있었지만 더 문제는 통풍이 잘 안되는지 하얀 벌레들이 날아다녔다. (이름이 뭐였더라?)



    그래서 잡초를 뽑고 가지도 많이 쳐주었다.  




    로즈데톨비악도 꽃을 피웠더라. 어여쁘다. 연한 살구 빛깔 여리여리한 꽃잎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래서 장미를 키우는구만 😃


    뭐가 뭔지 구분이 잘 안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트랑 싸리가 어마무시하게 자랐다.. 미쳤다



    블루베리 밭을 정리하고 화단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잡초들을 뽑았다. 근데 하필 이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에 잡초 뽑기라니..



    정말 날을 제대로 골랐다. 어쩔 수 없지, 수시로 물 마셔가며 쉬면서 잡초를 뽑았는데 온몸이 젖어 내렸다.




    잡초가 한 트럭 나왔다. 하하하. 풀내가 진동했다. 뿌리까지 뽑기는 너무 힘들어서 잘라버린 녀석들은, 아마도 비가 내린 후 미친듯이 또 자라있겠지?



    그냥 어느정도 포기해야 맘이 편할 듯 하다.

    (이미 반 포기상태이긴 하다 😄... 보기 싫지 않을 정도로만 정리해야지 뭐!)




    정리한 뒤의 모습. 잠깐 폭풍이 다가오기 전 맑은 그런 날의 상태인 것 같다. 곧 장마가 시작되고 그 이후에는 더 난리날 것 같은데. 허허허.


    잡초들 사이에 숨어있는 블루베리들



    여행 중 가장 궁금했던 건 바로 이 블루베리들이었다. 우리가 떠나기 전에는 푸르스름한 빛깔을 띄고 있던 블루베리. 여행 갔다온 사이에 다 익어서 새들이 파먹었음 어쩌나? 개미들이 다 먹었으면 어쩌나 걱정이 가득이었다.


    토실토실하게 익은 블루베리
    진한 보랏빛으로 변한 녀석들만 톡톡 따주었다



    아니 근데, 블루베리는 정말 멀쩡히 그대로 가지 끝에 매달려 있었다. 너무 익은 녀석들은 땅에 떨어져 있기도 했다.



    이 달콤한 열매를 왜 아무도 먹지 않은거지? 우거진 잡초 덕분에 열매가 가려져서 새들이 보지 못한 것일까?



    걱정한 것이 무색하게 우리는 대롱대롱 열린 블루베리들을 잔뜩 수확할 수 있었다.


    블루베리를 다 땄더니 한 소쿠리 나왔다!



    미처 다 잡초들을 뽑지 못했는데 어둠이 찾아왔다. 어둠이 찾아오니 좀 시원해져서 괜찮았는데 어둡기도 하고 모기들이 판을 치니 철수해야했다.




    잡초 속에 가려져 있던 캐모마일들, 잔잔한 조명을 흠뻑 머금고 방긋 얼굴을 내밀었다. 앙증맞은 꽃들이 참 귀여웠다.




    아주 작디 작은 모종이었는데 이렇게 어여쁜 꽃밭이 되다니, 자연의 힘이 참으로 놀랍다. 애초에 꽃을 심었던 이유는 캐모마일 티를 해먹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차를 마실 요량으로 송글송글 맺힌 작은 꽃잎들을 몇 개 따왔다.




    작은 벌레들이 많으니 깨끗하게 물로 여러번 세척했다. 그리고 펜에 살짝 덖었다.



    (온도 조절 실패해서 약간 타버리기도 했다 😨)




    덖어낸 꽃 두송이를 잔에다 넣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은은한 노란빛이 퍼져나왔다. 로먼 캐모마일은 저먼 캐모마일보다 쌉싸름하고 떫은 맛이 난다고 했는데, 마셔보니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진하게 타지 않아서 그런가? 풋풋하고 상큼한 사과향이 너무 좋았다. 캐모마일 키우길 정말 잘했다 히히.​



    저녁은 간단히 시골집에서 해먹었다. 텃밭에서 딴 차이브를 넣어 양파와 함께 볶고 계란 스크램블을 했다. 그리고 갓 따온 곱슬 파슬리로 멋드러지게 장식했다.




    뒷마당 상추 텃밭에서 버터헤드상추랑 멀티레드, 청상추, 로메인을 따왔다. 토마토는 미리 집에서 챙겨와가지고 야무지게 먹었다. ​



    간소하지만 맛난 밥상. 시골에 오면 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 뭘 먹어도 맛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우(Woo)도 맛나게 밥 여러 그릇을 비웠다.



    내 손으로 먹을 것들을 키우고, 가꾸고 수확하고 요리하고 먹다보니 우리가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즐기던 모든 것들이 소중해지고 감사해졌다.



    그 어떤 무언가도 그저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 돈을 주고 쉽게 사버리고 소비해버리지만, 다 누군가의 땀과 노력이 깃들여진 것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가슴 깊이 느껴본 적은 없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