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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항 화진 해수욕장에서 해수욕과 차박
    우리나라 방방곡곡/사계절 캠핑 2021. 9. 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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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날 해수욕을 하고 싶어서 우중충한 날씨에도 굴하지 않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포항쪽이 가까워서, 포항의 어느 해수욕장을 가볼까 하다가 화진 해수욕장에 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월포 해수욕장에 가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더 위쪽인 화진 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박을 할 생각이어서 취사가 가능한 해변을 찾아 보았는데 월포, 화진 해수욕장 모두 취사가 가능한 곳이었다.



    차박을 처음 시작할 때는 차 안에 자충매트 깔고 자기 최적의 상태로 셋팅하는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렸었다. 그리고 우리는 차박이나 캠핑을 한여름부터 시작했던터라 준비할 때마다 더워서 혼쭐이 났었다. 그런데 이 날은 날도 덥지 않았고 준비하는 일도 손에 익숙해져서 모든 것들을 금방금방 해냈다.


    화진 해수욕장 야영장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차박 꼬리텐트를 쳐놓고 테이블과 의자를 셋팅하고 맛난 꼬치 구이를 굽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떤 아주머니께서 우리 텐트를 지나가면서 1일 요금을 징수하셨다. 이곳 하루 텐트료는 15,000원이었다. 요금을 지불하니 이용권처럼 생긴 작은 천 조각을 꼬리텐트 끈에 매달아 주셨고 종량제 봉투도 하나 건네 주셨다. ​

    이제 마음 편히 맛있는 요리를 먹을 차례였다. 닭고기가 들어간 꼬치 구이들과 토마토를 구워 화이트 와인과 함께했다. 노브랜드였던가 어디선가 저렴하게 구입한 와인이었다. 여름날 바다와 함께하는 화이트 와인은 늘 끝내준다.


    배를 채우고 옷을 갈아 입고 바다로 향했다. 이야, 이 날 파도가 정말 심상치 않았다. 왠지 잘못 들어갔다가는 생명의 위협이 느껴질 법한 바다였다. 안전 부표도 해변과 아주 가깝게 설치되어 있었다. 바다에 들어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다가 우리는 구명 조끼도 있고 안전하게 해변 가까이에서만 놀기로 했다.


    파도가 정말 너무 거세서 혼쭐이 났다. 모래가 가득한 해변이었지만 바다 안에 큰 돌들이 많아서 몸 여기저기를 돌에 긁혔다. 그래도 파도 타는게 너무 재밌어서 아픈 줄도 모르고 정신 없이 놀았다. 나중에 샤워하고 돌아가 보니 온 몸 여기저기가 긁힌 자국들로 가득했다. 그래도 재밌었으니 영광의 상처로 여기기로 했다.


    샤워실에서 찬물로 샤워를 하고 돌아오니 약간 몸이 으스스해졌다. 돌아와서 주전자에 물을 넣고 팔팔 끓여 따뜻한 차와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사온 소시지와 닭 목살 꼬치를 구워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해변에 어둠이 내렸다. 조명 전구에 불을 켜고 꼬리 텐트에 둘러줬다. 반짝반짝 조명 하나로 분위기가 낭만적으로 변했다. 누구라도 금방 사랑에 빠질 것 같든 그런 분위기였다. 펄럭이는 구명조끼가 나부끼는 깃발 같았다. 갑자기 태국 어딘가의 바에 온 것 같았다.


    집에서 챙겨온 팔리니 리몬첼로 레몬주와 토닉워터, 레몬 슬라이스를 넣었다.오뎅탕을 먹으며 레몬주를 마셨다. 크, 마침 눈 앞에 번쩍번쩍 불꽃이 터졌다.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순간이었다. 누군가의 불꽃놀이로 우리도 덩달아 아름다운 불꽃을 감상할 수 있었다.



    밤 산책을 나섰다. 인적 드문 해변 위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다. 뽀얀 모래 위 부드럽게 발자국이 찍혔다. 새하얀 눈을 밟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해변 옆으로는 낮보다 잔잔해진 파도가 철썩였다. 가로등도 밝고 하늘이 흐려서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새카만 밤하늘이 그저 좋았다.


    밤산책을 마치고 돌아와서 출출해져서 소시지들을 구워 먹었다. 칼집을 내서 바짝 구워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우리가 항상 인생 소시지라 부르는 핀란드 로바니에미 꽝꽝 언 호숫가에서 먹던 그 소시지가 떠올랐다. 소시지로 배가 다 안차는지 남편은 라면도 하나 끓여 먹었다. 배 부르니 잠이 솔솔솔 왔다.


    다음 날 아침.

    바다은 어제 보다 평화로워 보였다. 좀 더 날씨가 맑았다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멀리 보이는 수평선이 보기 좋았다. 이제는 날이 덜 더워져서 자기가 수월했다. 아침 해가 떠올라도 이제 덥지 않았다. 아주 푹 늦잠을 자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무척 행복했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차박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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