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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흥해변에서 차박 캠핑, 밤하늘 별구경, 아름다운 일출과 물놀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사계절 캠핑 2021. 9. 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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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뵈러 상주에 들렀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영덕에 도착했다. 원래 우리의 목적지는 영덕 장사 해수욕장. 차박지로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찾아갔으나 이미 노지나 바다가 보일 법한 주차장 자리는 꽉 차서 들어설 곳이 없었다. 어쩌지 하다가 예전에 서핑을 했었던 영덕 부흥해변 쪽으로 갔다가 노지 자리가 하나 남아 있어서 자리를 펼 수 있었다.




    꼬리텐트를 레이 트렁크에 설치하고 롤 테이블과 의자를 착착 셋팅했다. 분위기를 띄워줄 꼬마 전구도 텐트 위에 주렁주렁 걸어 주었다. 바로 눈 앞이 바다였지만 컴컴한 밤이어서 수평선은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먼 가로등 불빛 덕분에 철썩이는 파도는 잘 보였다.





    백신 맞고서 몸이 안좋았던터라 한동안 술을 먹지 못했었다. 와인을 잔뜩 사두었는데 먹지를 못해서 애가 탔었는데 드디어 이 날 몸이 좀 괜찮아져서 와인을 조금 마시게 되었다. 예전에 마셔보고 괜찮았어서 재구매한 이탈리아 내추럴 와인 마라벨레 몬테풀치아노 다부르쪼. 간만에 와인잔 들고 짠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온 기분.



    모듬 꼬치 구이와 어묵탕을 와인과 함께 먹다가 마지막은 또 라면으로 마무리. 캠핑오면 왜이렇게 라면이 땡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집에서는 한달에 한 번 라면을 끓여 먹을까 말까인데 말이다. 그런데 구이바다로는 라면 하나를 끓여 먹기가 고달프다. 너무 넓어서 물 깊이가 안나와서 라면을 풀어가며 끓여야 한다. 정말 이제는 코펠을 사야할 때가 온 것 같다.




    배가 부르니 잠들기 전 산책겸 해변을 거닐었다. 멀리 보이는 불빛들이 바다 위에 반짝였다. 잔잔한 바다의 반영을 보니 문득 후쿠오카 모모치 해변이 떠올라서 옛추억에 잠시 잠겼다. 남편과 손을 잡고 끝없이 이어진 해변을 계속 걸었다. ​

    걷다 보니 장사 해수욕장까지 가게 되었다. 간 김에 편의점에 들러서 물을 사들고 왔다. 날이 맑아서 밤하늘에 별이 빼곡히 차있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카시오페이아 별자리와 알마크, 미라크 별을 찾아서 기뻤다. 한참 별들을 구경하다가 차 안으로 들어가 잠에 빠져 들었다.




    스르르 눈을 떴더니 발 밑으로 붉어진 하늘과 바다가 보였다. 어라, 해가 뜨려는 것일까? 눈이 번쩍 떠졌다. 나는 해가 떠오르기 전 보랏빛으로 옅게 물든 바다와 하늘을 참 좋아한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그 빛깔을 보러 어디에 홀린듯이 해변으로 나갔다.




    새벽 6시 무렵이었다. 해변을 거닐며 사진을 찍다 보니 멀리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점점 더 붉게 물들었다. 잔잔한 파도는 모래 위를 덮었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고요한 해변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듣기 좋았다.




    붉은 빛줄기가 바다를 가로질러 나에게로 왔다. 반짝거리는 저 빛줄기를 따라 바다 위를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다는 이제 온통 따뜻한 주홍빛으로 물들었다. 먼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서 수영을 하고 싶었다.




    태양이 동그랗게 솟아 올랐다. 해변에는 여전히 우리밖에 없었다. 고요한 해변에는 파도 소리만 들려오고 가끔가다 지나가는 새들의 소리만 들려왔다. 평화롭고 아늑한 시간이었다. 하늘이 온통 붉게 물들어갈 즈음 해변을 벗어나 텐트로 돌아왔다.




    멀리 떠오르는 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떠밀려 오는 파도가 벨벳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살랑살랑이는 파도를 따라서 붉은 빛줄기가 일렁였고 동그란 해는 점점 더 위로 솟아 올랐다.





    일출을 보고 다시 차 안에 들어가 자려고 했는데 배가 몹시 고팠다. 아침이라도 간단히 챙겨먹고 잘까 싶어서 냉장고를 뒤적였다. 집에서 챙겨온 차돌된장밥이 아침으로 딱일 것 같았다. 구이바다로 된장밥을 끓이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캔 꺼내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들이켰다. 참으로 행복한 아침이었다.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나서 우리는 다시 차 안으로 기어 들어가 잠을 잤다. 잔잔하게 들여오는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으니 잠이 솔솔 왔다. 그러다가 더워서 잠에서 깼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니 그 햇볕이 차에 들이쳐서 몹시 더웠다. 이제 여름이 지나가서 좀 살만해지나 싶었는데 아직 아닌가 보다. 차 안보다 밖이 더 시원했다. 밖으로 나오니 사방에서 바닷 바람이 불어와서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바다를 바라보며 모닝 커피를 한 잔 했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삼겹살을 한 덩이 굽고 밥을 볶아 먹기로 했다. 바다에서 바람이 계속 불어오는지 불이 잘 올라오지 않아 굽는데 애를 먹었다. 바람을 막고 구우니 그제서야 불이 잘 올라와서 맛 좋게 구울 수 있었다. 지글지글 잘 구운 삼겹살 몇덩이를 남겨놓고 밥과 구운 김치를 함께 볶았다. 그리고 같이 먹을 라면도 끓여 놓고 한상 거하게 차려서 맛있게 먹었다. 역시 캠핑은 고기와 라면, 바다를 앞에 두고 먹으니 더 꿀맛이었다.




    배부르게 점심을 먹고 나서는 물안경 찾아 삼만리. 날이 따뜻하고 파도도 잔잔하니 좋아서 물놀이를 하고 싶었는데 수경을 집에 두고 온 것이다. 그래서 근처 마트나 편의점에서 물안경을 사려고 길을 나섰다. 파아란 바다를 옆에 끼고 소나무가 우거진 작은 길을 따라 걸었다.



    하나로 마트에 들렀다가 퇴짜를 맞고 반신반의하며 cu 편의점에 들렀다. 다행이도 이곳에서 물안경을 구할 수 있었다. 물안경 두개를 사들고 해변으로 돌아와 옷을 갈아 입고 바다 속으로 뛰어 들었다. ​

    날은 더운데 바닷물은 은근히 차가웠다. 물놀이하기 딱 좋은 온도였다. 그런데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물이 깊어서 얕은 물가에서 주로 놀았다. 해수욕장이 폐장한 시기라 안전요원이 없으니 조심조심 잘 놀았다. 부흥해변 바닷물은 아주 맑아서 바닷속을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수온이 좀 올라서 해파리도 없고 미역도 없으니 아주 쾌적했다. 킥판을 들고 재미나게 수영도 하고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샤워실이 따로 없어서 수건으로 물만 좀 닦오 호다닥 옷을 갈아 입었다. 온 몸이 으스스해져서 따뜻한 드립 커피를 한 잔 내려 먹고 편의점에서 사온 우유로 밀크티를 만들어 마셨다. 따뜻한 음료들이 마시고 싶은 약간은 쌀쌀한 가을 날이 온 것 같아 좋았다. 여름에는 이 쌀쌀함이 어찌나 그리웠던지, 드디어 그런 날이 왔다.




    물놀이를 신나게 했더니 배가 고파졌다. 정말 원초적인 우리들, 배가 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고 캠핑은 항상 그렇다. 내 본능이 이끌리는대로 놀고 먹고 아무 걱정 없이 시간을 흘러 보내는, 그래서 좋은 캠핑이다.

    닭 목살 꼬치궁와 토마토 구이, 그리고 할아버지 댁에서 챙겨온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남편은 소고기를 먹으며 '역시, 소고기가 더 맛있네...'라고 나지막히 외쳤다. 자본주의 입맛 같으니라고. 물놀이 후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맛있게 잘 먹었다.



    배부른 식사 후에 남편은 피곤했는지 곯아 떨어졌다. 차 안으로 들어가서 낮잠을 잤고 나는 바다를 바라보며 일기를 썼다. 이렇게 좋은 풍경을 눈앞에 두면 글이 더 잘써지는 것 같았다. 바다를 보니 새록새록 떠오르는 생각도 많아지고 행복감에 글을 쓰는 손도 아프지가 않았다.




    보랏빛으로 물든 하늘에 멀리 소나무 위로 달이 떠올랐다. 이제 곧 밤이 찾아 오겠구나. 이제 돌아가야할 시간이었다. 오후 8시 넘어서 이곳에 도착해 자리를 펴고 잠에 빠져 들었고 다음날 아침 일출도 보고 물놀이도 했다. 그러고 다시 늦은 오후가 되었다. 부흥 해변에서 꽉 찬 24시간을 보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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