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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날 남해 사촌 해수욕장에서 차박, 아름다운 노을과 해수욕장 물놀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사계절 캠핑 2021. 10. 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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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사촌 해수욕장은 물이 맑아서 우리가 여름 때마다 물놀이를 하러 자주 찾았던 곳이었다. 사실 여수 쪽 낭도에 가던 길이었는데 남해로 루트를 바꿨다. 남해에 여러 해수욕장이 있지만 우리는 그 중에서도 사촌 해수욕장을 찾아왔다.

    우리는 정말 운 좋게 차박 자리를 잡았다. 마침 해수욕장을 떠나는 분들이 있어서 바다가 보이는 좋은 자리에 차를 세울 수 있었다. 바다가 보이는 쪽 주차장 자리는 대략 차 7~8대 정도 세울 공간 밖에 없었다. 하루 차박 요금은 5천원으로 관리요원이신 주민 분이 수시로 수금을 하러 오신다.


    이곳에 자리가 없으면 이제 어디를 가야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 운이 좋았다. 이번 여행은 10주년 기념 여행이었다. 11년부터 21년까지 10년을 만나온 우리, 그 날을 기념하며 떠난 여행이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잘 보내라고 사촌 해수욕장이 우리에게 준 선물 같았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자리를 피자마자 요리를 시작했다. 버너 위에 후라이펜을 올리고 불을 가득 올렸다. 직접 만든 딜 버터 한 조각을 넣고 녹인 뒤에 안심 스테이크를 올렸다. 치익- 하고 고기 익는 소리와 함께 맛있고 향긋한 냄새가 솔솔 풍겼다.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였다. 배가 아직 덜찬 우리는 2차로 토마토와 소시지도 구워 먹었다.

    부르고뉴 샤도네이를 먼저 식전주 느낌으로 마시다가 스테이크를 먹을 때 집에서 가져온 피노누아를 한 병 오픈했다. 남편은 여태까지 먹었던 피노 중에 제일이라고 극찬했다. 정말 맛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분위기 떄문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정말 맛나게 와인을 마셨다.

    와인과 맛있는 음식,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이 남은 날들도 행복하길 기원하며 건배했다.


    맛난 음식을 먹고 나니 어느새 해가 수평선 위로 많이 내려와 있었다. 왠지 오늘 노을이 아름다울 것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늘에 구름도 한 점 없고 해만 덩그러니 떠 있었기 때문이다.


    캠핑의 마지막은 역시 라면인가? 고기와 소시지로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느껴져서 우리는 결국 라면을 끓였다. 노을을 보며 호로록 맛있게 라면을 먹었다.

    그런데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겼는지 왠 고양이 한마리가 우리 차 밑에서 앉아 새초롬한 표정으로 있었다.


    노을이 짙게 깔려 하늘과 바다가 붉게 물들었을 즈음 우리는 돗자리를 들고 해변으로 걸어 들어갔다. 햇살이 바다 위에서 끊임없이 반짝였다.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몇 장 남겼다. 그리고 노을을 바라보며 와인을 몇 모금 마셨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데 행복했다.


    해가 바다 위로 가까워질수록 하늘은 더 붉어졌다. 그리고 하늘을 한껏 품은 바다도 붉게 살랑거렸다. 우리가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는데 해가 질 무렵이 되니 사람들이 많아졌다. 사촌 해수욕장이 노을로 이름난 명소였던가?

    아름다운 노을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모두가 행복해 보여서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해가 넘어가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하늘은 이제 옅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잔잔한 파도 위로 하늘색과 핑크색이 뒤엉켰다.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몽환적인 하늘빛이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눅진한 핑크빛으로 물든 세상, 오늘 사촌 해수욕장에 오길 참 잘했다 그 생각이 들었다.


    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우리는 낭도에 가려다가 우연히 남해로 방향을 틀었고 그러다 사촌에 오게 되었다. 운 좋게 차박 자리를 잡고 맛난 음식을 먹고 와인을 마시며 아름다운 노을을 보았다.

    모든 사건들이 우연으로 뒤섞였지만 지나고 보니 운명 같았다. 행복하게 보낸 오늘 하루가 참 감사했다.


    캄캄한 어둠이 내려왔다. 차를 마시며 초콜릿을 먹으며 먼 바다를 바라 보았다. 반짝반짝 도시의 불빛으로 빛나던 바다, 아마도 반짝거리던 저 곳은 여수 쪽인 것 같았다.

    까만 바다는 잔잔했다. 그러다 갑자기 팡팡- 커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먼 곳에서 불꽃이 반짝였다. 화려한 불꽃들이 검은 하늘을 수놓았다.


    우리는 남은 피노 누아를 마시며 노트북을 꺼내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레볼루셔너리 로드'라는 영화였는데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부부로 나오는 영화였다. 파국으로 치닫는 내용이 10주년 기념으로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았지만 여운이 깊게 남은 재미나게 본 괜찮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출출해져서 쭈꾸미를 볶아 먹었다. 근처 매점에 들러 햇반을 사와서 야무지게 볶음밥까지 해먹었다. 점점 다채로워지는 캠핑 요리. 캠핑하는 횟수가 늘면서 더 즐겁고 더 음식들이 맛있어진다. 우리에게도 노하우가 생긴는 것일까?


    영화도 보고 밥도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잘 시간. 사촌 해수욕장에는 개수대와 화장실이 있어서 차박하기 딱 좋았다. 우리는 조용한 밤바다 소리를 들으며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화장실에 한 번 다녀온 뒤에 다시 잠들었다. 피곤했는지 둘 다 뻗어서 꿀잠을 자다가 거의 10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던 것 같다. 밖으로 나가 보니 하늘은 푸르고 바다는 파랬다. 물에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푸르른 바다를 보며 아침 식사를 했다. 집에서 챙겨온 아보카도, 토마토, 딜 버터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빵 위에 얹어 놓았다. 그리고 미리 갈아 온 커피 가루를 드립팩에 넣어 커피를 내렸다. 커피 냄새가 솔솔 풍기니 절로 군침이 돌았다.

    아침 바다 소리를 들으며 그리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즐기는 아침 식사, 기분이 참 좋았다. 이 맛에 차박을 하는 것 같다. 즐거운 아침 식사였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해변을 산책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모래 위를 걷는 기분이 참 좋았다. 발자국을 꾸욱 남기면서 걸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바다로 들어갔다. 가을날이었지만 물이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이정도면 바다 안에 들어가서 수영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물 속으로 뛰어들까 말까 수십번 고민했던 것 같다. 해수욕장이 폐장해서 샤워실은 문이 닫혀 있어서 씻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박을 하루 더 할 생각이어서 씻지 못한다면 무지 찝찝할 것 같았다. 그런데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는 너무 맑고 시원해 보였다. 바다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고민하다가 우리는 바다에 뛰어 들었다.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에라 모르겠다, 일단 들어가자 외치고 바다에 풍덩했다.


    바닷속에 들어가니 고민했던 시간들이 전부 무색해질만큼 물놀이는 너무 즐거웠고 재미났다. 요새 수영을 배우고 있어서 예전보다 바다에서 노는 것이 더 즐거워졌다. 이제는 구명조끼가 없어도 물안경만 있으면 바다에서 노는 것이 너무 재밌다.

    곧 지나갈 가을 그리고 다가올 겨울, 물놀이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워 더 열심히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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