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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낭만 낭도 해수욕장에서 하룻밤 차박
    우리나라 방방곡곡/사계절 캠핑 2021. 10. 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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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에서 하루 차박을 하고 우리의 원래 목적지였던 낭도로 향했다. 남해에서 낭도까지 2시간여 정도 걸렸다. 돌고 돌아서 가야하니 거리가 꽤 멀어서 시간이 한참 걸렸다. 여수를 지나 낭도에 다다랐다. 한 번 와보았다고 마을 풍경이 익숙했다.


    낭도 마을 초입 어느 식당에서 낭도 막걸리를 두 개 샀다. 낭도에 양조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만든 낭도 막걸리가 참 유명하다. 기념삼아 사들고 가서 차박할 때 마시려고 했다.

    우리는 낭도 장사금 해변 근처에 있는 전망대 겸 포토존으로 향했다. 포토존 옆에 차박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낭도 전망대에 도착했다. 귀여운 여우 캐릭터가 우릴 반겨 주었다. 작고 빨간 등대 위에는 낭도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포토존에서 사진을 몇 번 찍고서 먼 바다를 구경했다. 푸른 하늘과 더 푸른 바다, 멀리 공룡 섬이라는 사도가 보였다. 섬이 아주 가까워 보여서 배를 타고 노을 저어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낭도 전망대 근처에는 큰 주차장이 하나 있었다. 바다에 맞닿은 곳에 차박하는 차들이 몇몇 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이 없는데 어떻게 차박을 하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나무 숲에 들어가서 급한 용무를 해결하는 것인가? 이곳에서 차박하기는 무리일 것 같아서 낭도 전망대를 떠나 해변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낭도 장사금 해수욕장.

    낭도 전망대 쪽에서 내려다 보았는데 어찌나 아름답던지! 이국적인 느낌의 아름다운 해수욕장이었다. 두 언덕 사이 골짜기에 하얀 모래가 쌓여있었고 잔잔한 바다가 깊숙히 들어와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이곳을 찾아 수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차박을 하면 좋겠다 싶었지만 장사금 해수욕장은 낭도 해수욕장과는 달리 화장실이나 개수대가 없었다. 그냥 노지 느낌의 해수욕장이었다. 이곳에서도 차박은 무리일 것이라 생각이 들어서 돌아섰다.


    낭도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 차박 자리가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리 누울 자리는 있겠지 희망을 품고서 달려갔다. 가는 길 보이던 낭도 풍경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낭도 해수욕장에 도착했다. 해수욕장에 처음 들어섰을 때는 야영장만 보여서 차박 꼬리텐트만 있는 우리는 자기 글렀다 생각했는데 안쪽으로 쭉 들어가니 차박할 자리가 생각보다 많았다. 이미 많은 차들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다행이도 빈 자리들이 좀 있어서 우리 레이도 들어설 수 있었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열심히 꼬리 텐트를 치고 테이블과 의자를 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얼른 밥부터 먹기로 했다. 오늘의 메뉴는 오는 길 하나로 마트에서 사온 삼겹살이다. 낭도 어느 식당에서 사온 시원한 낭도 막걸리와 함께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지글지글 잘 구운 삼겹살을 맛있게 먹고 잔잔하게 깔린 노을을 감상했다. 조용한 해변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해수욕장 근처 사방이 막혀 있어서 파도가 아주 잔잔했다.


    노을을 바라 보다가 버너를 가져와서 가래떡을 구워 먹었다.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가래떡을 발견하고 야식으로 구워먹을 작정이었다. 나무 젓가락에 길게 떡을 꽂고 버너 위에 살살 돌려가며 구웠다. 쫀득쫀득 맛있는 가래떡 구이가 탄생했다. 챙겨온 꿀에 구운 떡을 푹 담궈 먹었다. 뜨끈하고 쫄깃한 가래떡은 꿀맛이었다. 스모어를 안챙겨 와서 아쉬웠는데 떡모어로 대신했다. 흐흐.


    가래떡에 이어서 반건조 오징어를 꺼내 구웠다. 정말 오랫만에 먹는 구운 오징어다. 어릴 때 아빠가 가스불에 오징어를 자주 구워주시곤 했다. 집 밖에 나와 산 뒤로 구운 오징어는 휴게소에 가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이렇게 오랫만에 오징어를 구워 먹으니 엣추억이 떠올라 좋았다.


    오징어를 구워 먹는 동안 해가 다 저물었다. 이제 어둠이 스멀스멀 다가오기 시작했다. 렌턴을 꺼내고 어둑해지는 해변에서 오징어와 맥주를 즐겼다. 노을을 바라보며 냉장고에서 갓 꺼낸 맥주를 마시니 술 맛이 좋았다.


    어두워진 뒤에는 꼬리 텐트에 귀여운 꼬마 전구를 달아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캠핑 피날레는 감자탕. 차랑용 냉장고가 있어서 다양한 음식들을 싸올 수 있었다. 진작에 냉장고를 살 껄 그랬다.

    냉장고가 절실하던 한여름이 지나고서야 냉장고를 쓰게 되었다. 가을에도 이리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이번 가을이 왠지 유독 더운 느낌인 것은 기분 탓일까? 아무튼 덕분에 캠핑의 질이 아주 높아졌다.


    멀리서 폭죽 소리가 펑펑 들려왔다. 해변에서 늘 누군가의 폭죽을 꽁으로 구경한다. 밤하늘을 수놓는 불빛이 어여뻐서 좋았다. 우리는 돗자리를 들고 해변으로 가서 별을 바라 보았다. 밤하늘에 많은 별들이 떠 있었다. 백조 자리, 독수리 자리, 베가와 페가수스 자리 등등. 이번에 많은 별자리들을 보고 그 모양을 눈에 익혔다. 재미난 시간이었다.


    레이 안으로 들어가 자려는데 주위가 아주 시끄러웠다. 근처 낭도 야영장은 매너 시간이 설정되어 있어서 오후 10시 이후 부터는 아주 조용했다. 그런데 우리는 해변에서 그냥 차박을 하는 것이었으니 그러질 못했다. 우리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11시가 넘어가도록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틀고 매우 시끄러웠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별 수 있으랴? 캠핑할 때 주변 사람을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텐트를 접고 철수하고 야영장 근처로 자리를 옮겨 스텔스 차박을 했다.


    다음날 아침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평소 같았으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잤을텐데 이 날은 하화도로 가는 배를 타야했기에 시간 맞춰 일어나야 했다. 아직 해가 떠오르기 전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차창 너머로 낭도 풍경이 흐릿하게 보였다. 캠핑장 쪽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고 반대편 낭도 해변쪽 구름들은 붉그스름해졌다. 차창 너머에서 잔잔한 파도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지저귀는 새소리. 우리는 자리를 탈탈 털고 일어나 부지런히 떠날 준비를 했다.


    주황색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렸다. 구름이 어느새 몰려와서 하늘이 찌뿌둥했다. 오늘은 왠지 날이 흐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기 전 낭도 해변을 한동안 바라 보았다. 안녕 낭도, 우리는 차를 타고 백야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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