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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록유원지에서 차박 아름다운 밤하늘 별 구경, 알마크 미라크와 안드로메다 은하
    우리나라 방방곡곡/사계절 캠핑 2021. 9. 6.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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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례에 집을 알아보러 다니다가 곡성 압록 유원지에 도착한 시간은 늦은 오후였다. 해가 산 너머로 저물어가고 있었다. 한여름이었지만 느즈막한 시간이라 덥지 않고 캠핑하기 딱 좋았다.


    다리 밑이 인기있는 자리라고 들었는데 정말 차들로 꽉 차있었다. 우리 조그만 레이와는 비교도 안되는 큰 캠핑카들도 많았다. 텐트를 쳐놓은 모습을 보면 집을 옮겨 놓은 것 같아 보이는 곳들도 많았다. 옴메 기죽어. 우리는 캠린이도 아니고 캠유아인가 싶었다.


    그래도 위풍당당 레이! 노을지는 모습 아래 놓인 우리의 레이, 무척 귀여웠다. 우리는 사람 없는 다리 오른편 노지에 자리를 잡았다. 다음 날 더워 죽을 수도 있겠지만 빨리 철수하면 되니까 뭐. 화장실과는 멀었지만 개수대가 가까워서 그나마 편했다.


    화장실은 다리 쪽 언덕을 오르면 있었다. 적벽돌 건물이었는데 매일 관리를 해주셔서 깨끗한 편이였다. 우리가 자리를 핀 곳과 멀어서 불편했지만 별들을 구경하면서 화장실을 왔다갔다하니 나름의 추억이 되었다. 화장실 위에 전갈자리가 떠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남편은 열심히 레이를 활짝 열고 차박 준비를 했다. 멋있는 캠핑카들을 보고 오니 우리 차는 정말 조촐해보였다. 그래도 열심히 정리하면 다리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방이 생긴다. 우리 둘 한 몸 누울 수 있는 레이가 있어 감사했다.


    꼬리 텐트도 설치하고 테이블과 의자도 셋팅 완료. 우리가 자리 잡은 곳 뒤에 가로등이 밝아서 따로 물을 켜지 않아도 보일 것들은 다 잘 보였다. 너무 가로등이 밝아 나중에 별 보기에는 좀 그랬지만 먹고 놀기에는 참 좋은 조명이었다.


    어둠이 내리고 압록유원지 다리에 물고기들이 떴다. 물고기가 뛰어 노는 것 같이 재미난 조명이었다. 다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밤하늘에 별들도 반짝반짝 빛났다. 우리는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다. 역시 캠핑은 라면이지! 그리고 밤 산책에 나섰다. 컴컴한 곳을 찾아가 밤하늘을 원없이 구경했다. 별들이 좋은 날들, 여름밤이 참 좋다.


    어두운 곳에 가니 얼핏 은하수가 보이는 듯 했다. 카메라를 들고 가서 오랜 시간동안 별들을 담았다. 사진에 환상적인 별들의 구름들이 찍혔다. 크, 황홀했다. 우리는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누워 밤하늘 별들을 구경했다. 우리는 서로의 별을 하나씩 만들어 보자고 이야기했다. 둘 다 카시오페이아 자리를 좋아해서 그 별자리를 기준으로 하나씩 별들을 찾아 우리의 별들로 삼았다.

    앗 저건 별똥별이 아니다, 비행기인가?


    남편은 마침 별똥별이 떨어지던 별을 골랐다. 카시오페이아 자리 두번째 별에서 직선으로 쭉 내려오면 보이는 별이었다. 나는 그 옆의 밝은 별을 골랐다. 나중에 남편이 열심히 찾아보더니 하나는 알마크, 다른 하나는 미라크라는 별이었다. 그리고 미라크 별 부근에는 안드로메다 은하가 있었다. 눈으로는 은하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사진에는 은하의 어렴풋한 흔적이 남아서 정말 신기했다.

    우리가 찍은 사진을 확대해서 별을 표시해 보았다


    신나는 별 탐험을 마치고 늦은 새벽에 잠에 빠져들었다. 행복한 여름밤. 이날 밤 쿨쿨 아주 잘 잤는데 아침에 화르륵 더워서 깨났다. 한여름 갓 뜬 아침 태양볕은 아주 뜨거웠다. 왜 사람들이 다리 밑에 자리를 폈는지 알 것 같았다. 무선 선풍기 2대로는 어림도 없었다. 우리는 어쩌다가 한여름에 캠핑을 시작해서 고생이란 고생을 다 해본다.


    우리는 꼬리텐트에 방충망이 아닌 우레탄 창을 쳤다. 그리고 차에 시동을 걸어 에어컨을 최고 세기로 켰다. 이야, 에어컨을 켜고 차 안에 있으니 비로소 무릉도원이었다.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그제서야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더워도 드립 커피 한 잔은 내려 먹어야 제맛이지. 선풍기를 가동하고 차와 드립 커피를 내려서 차 안에 들어가서 호로록 마셨다. 조금만 덜 더워지면 정말 다니기 좋겠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여름 캠핑도 곧 안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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