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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가포르 자유여행 마리나 베이 샌즈 야경과 레이저 쇼, 머라이언 파크
    아시아 여행기/싱가포르 (Singapore) 2022. 6. 2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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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이나 타운을 나와서 지하철을 탈까 말까 고민하다가 날도 어두워지고 날씨가 선선해졌으니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일단 우리의 목적지는 머라이언 파크, 물을 뿜어대는 사자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높다란 건물들 사이사이를 걸어갔다. 건물의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어찌나 시원하던지, 아무리 날이 어두워져도 더운건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싱가포르의 여름은 만만히 볼 상대가 아니었다.

    걷다가 마침내 마주하게된 마리나 베이 샌즈. 사진으로는 수없이 많이 보았는데 이렇게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니 더 기이한 모습이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오묘한 빛깔의 하늘이 참 아름다웠다. 연푸른 빛깔과 뒤섞인 몽환적인 핑크빛 하늘, 잔잔한 물결 위에 그 하늘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선착장에는 요트들이 여러 대 정박해 있었다. 잔잔한 바다와 유려한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 그리고 몽환적인 하늘. 아직도 싱가포르 여행을 떠올리면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런 장면이다. 마리나 베이 샌즈와의 첫만남이기도 하고 하늘 빛깔이 정말 아름다웠어서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았나 보다. 먼 풍경을 바라보며 한참 서있다가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난간에 기대어 서서 멀리 보이는 마리나 베이 샌즈 건물을 바라 보았다. 마리나 베이 샌즈는 200m에 달하는 높다랗고 길쭉한 세 건물 위에 배처럼 생긴 길쭉한 모양의 구조물이 붙어 있는 모습이었다. 싱가포르 마지막 날 묵으려고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을 예약해 두어서 기분이 남달랐다. 얼마 뒤면 내가 저 안에서 쿨쿨 자고 있을 것 아닌가!

     

    날이 어두워지고 하늘이 캄캄해지자 마리나 베이 샌즈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빛깔로 건물이 반짝였고 꼭대기에서 레이저가 나오기 시작했다. 강렬한 레이저는 물 위를 비추기도 하고 밤하늘을 비추기도 하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레이저의 빛깔도 건물처럼 다양하게 바뀌었다. 번쩍이는 불빛들과 색다른 건축물들의 향연, 마치 내가 미래세계에 온듯한 기분이 들었다.

    레이저 쇼는 정말 멋있었다. 내가 여태 보았던 야경들 중에서 손꼽힐 정도였다. 싱가포르 야경을 칭찬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왜 그런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야경이 무척 화려하면서도 다채로웠다.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싱가포르만의 모습이어서 좋았다. 저 커다란 건물을 우리나라 건설회사인 쌍용에서 만들었다니 괜히 자랑스럽기도 했다.

    레이저 쇼가 끝나고 근처 식당에 들어가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안으로 들어가서 이 흥취가 사라지는게 아쉬웠다. 야경을 좀 더 즐기고 싶어서 근처 식당에서 케밥과 마실 음료를 사왔다. 그리고 엄마랑 작은 계단 위에 앉아 배를 채웠다.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눈앞에는 아름다운 야경이 펼쳐져있으니 무엇을 먹든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배를 채우고 머라이언 파크(Merlion Park)를 향해 걸어갔다. 싱가포르의 머라이언 파크가 유명한 이유는 입에서 물을 뿜어내는 거대한 사자상 때문이다. 이 사자상은 생김새가 좀 특이한데 머리는 사자의 형상인데 몸통은 비늘이 달린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어(Mermaid)와 사자(Lion)를 합쳐 머라이언(Merlion)이라 부른다.

    싱가포르라는 이름은 산스크리트어 '심하푸라(Siṃhapura)'에서 왔다. 심하(Simha)는 사자를 뜻하고 푸라(Pura)는 도시를 뜻하니 싱가포르는 '사자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전설에 따르면 오래 전 인도네시아의 스리위자야(Srivijaya) 왕국의 우타마 왕자 사냥을 다니다가 어느 섬에 닿게 되었다. 이 섬에서 난생처음 어떤 동물을 만나게 되었고, 그 동물이 사자라고 생각해서 이곳을 '싱가푸라(Singapura)'라고 이름을 붙였다.

    이 오래된 전설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라는 국명이 정해졌고, 머라이언상이 만들어져 싱가포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하얗게 번득거리는 사자상에 가까이 다가갔다. 사자상 입에서 시원하게 물이 쏟아져 나왔다. 마치 불을 뿜어내는 용처럼 물을 뿜어내고 있었다. 무서운 맹수인 사자 머리에 물고기 몸통이 달려있으니 조각상이 귀엽게 느껴졌다. 하지만 몸통을 떼어 놓고 사자 머리만 자세히 살펴보면 표정이 아주 살벌했다.

    공원은 사자상과 함께 기념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머라이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물방울들이 잔뜩 튀었다. 물방울이 튀겨도 그저 즐거웠다. 엄마와 나도 사람들처럼 재미난 포즈를 취해가며 여러 사진들을 찍었다. 사자가 내뿜는 물을 받는 포즈, 물을 받아 마시는 포즈 등등 머라이언과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

    머라이언 파크를 기점으로 우리는 이제 일정을 마무리하고 호텔에 돌아가기로 했다. 밤비행기를 타고서 싱가포르에 도착해 아침부터 시작한 여유롭고도 빡빡한 일정, 늦은 밤이 되니 둘 다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내일을 위해서 이만 돌아가야했다.

    아름다운 야경을 뒤로하고서 근처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호텔 근처에서 내려 걸어갔다. 마침내 프레그런스 호텔에 도착한 우리는 침대 위에 완전히 뻗어 버렸다. 하루가 끝났다는 생각이 드니 긴장이 확 풀렸나보다.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 입고 침대 위에 누웠다. 6월의 싱가포르는 꽤나 더워서 온종일 피부가 찐득거리는 느낌이었는데 씻고 나서 시원한 방안에 누워 있으니 피부가 뽀송뽀송했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머릿속으로 상상을 가득 하며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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