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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터키 여행 이스탄불 모스크로 바뀐 아야 소피아에서
    지구별 여행자/튀르키예 (Türkiye) 2022. 11. 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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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포스팅

    터키여행 해질 무렵에 찾은 술탄 아흐메트 모스크와 아야 소피아 대성당

    구시가지에 숙소를 잡았던 우리, 이스탄불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을 하고 비행기에서의 묵은 때를 씻어내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여행 중 제일 설레는 첫

    woona.tistory.com





    이른 아침에 밖으로 나와서 맛난 아침을 챙겨 먹고 술탄 아흐메트 광장 쪽으로 걸어갔다.

    낯선 문화가 스며들어 있는 새로운 도시,
    골목골목 모르는 길들을 돌아다니며 이국적인 풍경들을 하나 둘 눈에 담았다.

    화사한 분홍빛깔 꽃들이 많이 피어나 있었다.


    전날 밤 걸어서 조금은 익숙해진 술탄 아흐메트 광장 길을 지나서 게르만 분수대를 보고 공원 쪽으로 걸어갔다.

    왠지 이곳을 지나가면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를 꼭 눈도장 찍고 가야만 할 것 같았다.

    게르만 분수대
    새파란 하늘 아래 블루 모스크


    8월 말 이스탄불의 아침,
    하늘은 눈이 부시게 새파랬다.

    뾰족하게 솟아오른 첨탑은 하얗고 푸르스름한 돔 위에서 반짝이는 황금빛 조각.

    그리고 몽글몽글 피어난 배롱나무 분홍 꽃까지 아름다운 블루 모스크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블루 모스크


    원래 우리의 계획은 일찍 아침을 먹고나서 곧장 돌마 바흐체 궁전으로 가는 것이었다.
    아야 소피아와 블루 모스크는 내일 아침에 한산할 때 가보기로 했었다.

    돌마 바흐체 궁전에 가려고 술탄 아흐메트 쪽 트램을 타러 가는 길.

    우리는 잠깐 지나쳐가는 모스크들을 눈에 담기만 하려고 했는데...

    아야 소피아


    모스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내일 일찍와도 전혀 소용 없겠구나 싶었다. 온 세상에서 모여드는 이런 명소는 한산할 시간대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이곳에 온김에 모스크들을 둘러보고 가기로 했다.

    아야 소피아의 미나레


    모스크 주위에 뾰족 솟아오른 탑을 미나레(minaret)이라고 부른다.

    하루 다섯번 예배시간이 되면 모스크를 지키는 이가 탑에 올라 예배를 권유하는 '아잔'을 낭송한다.

    이스탄불에 지내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모스크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들이 아마도 '아잔'이었던 것 같다.

    아야 소피아에는 4개의 미나레가 있는데 오스만 제국이 이곳을 모스크로 이용하며 만든 것이다.

    아야 소피아는 '하기야 소피아'로도 불린다


    우리는 길게 늘어선 아야 소피아 입장을 기다리는 줄에 섰다. 모스크가 9시에 문을 여는데 오픈 전부터 이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줄은 몰랐다.

    문이 열리자 금방 줄이 줄어들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줄줄이 다 모스크에 들어갈 수 있다니, 모스크 안은 대체 얼마나 큰 것일까 생각했다.


    모스크에 입장하려면 복장에 유의해야한다. 혹시나 싶어 가방 안에 스카프를 챙겨 왔던 내 자신을 칭찬했다. 스카프를 머리 위에 두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 인생 첫 모스크였던 아야 소피아.

    절과 교회는 많이 다녀 보았는데 모스크 안에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었다. 안으로 들어오니 생각 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이래서 엄청난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스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나 보다.

    실내는 전체적으로 어둑어둑했다. 벽면과 돔에 달린 창문 사이로 아침햇살이 스며들었고 샹들리에에서 노란 빛깔이 은은하게 빛났다.


    최초의 아야 소피아 성당은 로마 제국 콘스탄티누스 2세 황제가 건설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완전히 소실되었다가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의 명으로 다시 지어졌다.


    1453년, 오스만 제국 술탄 매흐매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아야 소피아는 모스크로 바뀌었다. 오스만 제국 치하에서 약 500여년간 모스크로 쓰이다가 튀르키예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박물관으로 개방되었다.

    2020년에 이르러서는 튀르키예 최고 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아야 소피아는 다시 모스크로 바뀌었다.


    모스크 안에 들어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던 것은 아름다운 샹들리에였다. 높은 천장 아래 주렁주렁 매달린 샹들리에가 반짝이며 노오란 빛을 내뿜었다.

    빛바랜 천장 장식들과 대조되어 샹들리에는 더 화려해보였다.


    천장을 살펴보면 커다랗고 동그란 판이 보인다. 검은색 배경에 금색 빛깔로 아랍 글자가 쓰여져 있었다. 검은 원판은 알라, 무함마드 등 이슬람 세계에서 중요한 인물들의 이름을 새긴 것이다.

    얼굴이 보이는 천사
    얼굴이 가려져 있는 천사


    천장에는 검고 파란 깃털같은 날개를 가진 좀 기괴해 보이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천사의 모습과 성경 속 천사의 모습이 다르다고 어디선가 들었는데, 정말 너무 달랐다.

    천사는 4군데에 있었는데 단 하나의 천사만 얼굴이 보였다. 오래 전 모스크로 바뀌면서 얼굴을 가린 것일까?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박물관이었기에 입장료를 내야 했고 모자이크를 가리는 하얀 천막도 없었다.

    그런데 2020년 아야 소피아가 모스크로 전환되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이들의 종교적인 사원이 되었으니 예배할 때 모자이크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돔 천장에 하얀 천막이 드리워졌고 전면 무료로 개방이 되었다.


    처음에는 종교의 화합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이곳이 변질된 느낌이라 그저 부정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 보니 500여년간 모스크로 사용되면서 이미 오래된 이들의 역사가 이곳에 쌓이게 되었다. 성당이면서도 모스크인 이 장소를 어떻게 쓸지는 이 나라 민족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막을 드리웠어도 모자이크가 보이긴 했다. 게다가 모스크로 전환되었어도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하며 완전 무료이니 나로서는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얀 천막이 드리워진 돔
    천막 사이로 자세히 보면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얼굴이 잘 보인다
    화려한 색감의 노란 돔


    오스만 제국 시절 매주 금요일마다 톱카프 궁전에서 아야 소피아까지 술탄의 행차가 이어졌다고 한다. 그 모습이 어찌나 화려했을지 잘 상상이 안갔는데, 모스크에 이어 돌마 바흐체 궁전과 톱카프 궁전을 둘러 보고 나서야 절절히 깨달았다. 오스만은 정말 엄청난 제국이었고 술탄의 행차는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2층 검은 원판 옆으로 성모 마리아와 예수의 모자이크가 얼핏 보였다. 천막으로 드리워진 돔 천장의 모자이크는 예배 방향을 알려주는 미흐랍이 있는 곳이라 천막으로 가린 것이었고 그밖의 다른 모자이크들은 가리지 않아 볼 수 있었다.

    나갈 때 자칫하면 모자이크를 놓칠 수도 있다
    자세히 담아 본 모자이크


    아야 소피아를 나가는 길에 문 위에 아치 모양의 모자이크가 있었다. 황금빛 바탕 위에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다. 두 사람 좌우로 인물들이 무언가 바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 사람은 콘스탄티누스 황제로 콘스탄티노플을 들고 있고, 왼쪽 사람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로 아야 소피아를 들고 있다.

    우리는 모자이크 작품을 마지막으로 해가 쨍쨍한 바깥으로 나섰다.

    무슬림들이 이용하는 몸을 씻어내는 곳


    모스크 주변에는 이렇게 수도 꼭지가 달린 개수대 같은 곳이 있다. 무슬림들은 모스크에 예배를 드리러 가기 전에 손과 발, 코, 귀 등을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고 한다. 우리는 더울 때 손을 씻을 때 한 번 이용해보았다.

    술탄 아흐매트 공원의 분수대와 아야 소피아


    술탄 매흐매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뒤 아야 소피아에 들어서서 감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교도의 건축물이었지만 그는 이곳을 파괴하지 않고 모스크로 바꾸어 썼다. 그 덕에 나는 이곳에 와서 아름다운 이국의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는 생각을 문득 했다.

    아야 소피아는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뒤섞여 있는, 의미있고 재미났던 이스탄불의 명소로 기억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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