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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퓌센 호엔슈반가우 성과 노이슈반슈타인 성
    나홀로 유럽 여행기/독일 (Germany) 2021. 6. 9.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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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뉘른베르크에서 뮌헨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ZOB(Zentraler Omnibus Bahnhof의 약어로 버스터미널을 뜻한다.)로 향했다. 오전 8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예약 해두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서둘렀다. 뉘른베르크에서 함께했던 동행도 나와 같은 버스를 타고 뮌헨으로 가기로 했다.

    2시간여 달렸을까? 뮌헨 ZOB에 도착했다. 우리는 각자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난 뒤 뮌헨 중앙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숙소 가는 길에 마주친 철교



    캐리어를 질질 끌며 구글 맵스를 보면서 길을 찾아갔다. 요상하게 생긴 철교를 지나 겨우 숙소에 도착했다. 체크인 시간 전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얼리 체크인이 가능하다 하더라.

    체크인을 할 때 리셉션 직원이 하루 15유로 추가요금을 내면 화장실이 딸린 프라이빗 룸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겠다고 이야기했다. 분명 예약할 당시에는 내 스스로가 경비를 아끼기 위해 일부러 공용욕실이 딸린 룸을 선택했었다. 그런데 막상 체크인을 하려고 하니 직원 말에 혹해서 업그레이드를 하고 말았다.


    뮌헨에서 묵었던 호텔 싱글룸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와 내 방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여니 환한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은 금새 상쾌한 공기로 가득찼다. 여태 공용 화장실만 쓰다가 나만의 화장실이 생기니 참 편리했다. 추가요금을 지불하긴 했지만 잘했다 싶었다. 그렇게 방구경을 좀 하다가 서둘러 짐을 챙겨 뮌헨 중앙역으로 향했다.

    숙소에서 뮌헨 중앙역까지 10분이 채 안되는 거리라서 열심히 걸었다. 동행과 가르미슈에 가기로 했었으나 그곳에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보려고 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가르미슈를 돌아보고 난 뒤, 뮌헨으로 되돌아오는 기차편이 없는 것이다.

    뮌헨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들렸다가 바로 중앙역으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출발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었나 보다. 첫차를 타고 뮌헨에 왔어야 했구나.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어쩌랴, 고민하다가 퓌센에 가보기로 했다.


    퓌센 가는 기차,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정말 끝내준다.



    퓌센으로 갈 때 이용한 티켓은 '바이에른 티켓 (Bayern Ticket)'이다. 이 티켓으로 하루동안 바이에른주 기차와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1인 기준으로 23유로이고, 1명을 추가하는데 5유로의 요금이 더해진다. 그리고 티켓에는 탑승객 이름을 모두 적어두어야 한다. 나와 동행은 뮌헨 중앙역 매표기에서 28유로를 주고 바이에른 티켓을 끊고 12시 40분경 퓌센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퓌센 가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한국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갓 군대를 전역하고 혼자 배낭 여행을 왔다는 나보다 2살 어린 동생이었다. 그 친구도 퓌센으로 가는 와중이었다. 수많은 날들 중에 하필이면 오늘 그리고 이 장소에서 만나다니 신기한 인연이다.

    그렇게 우리 셋은 어쩌다 보니 같이 다니게 되었다. 퓌센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던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푸른 초원과 새파란 하늘, 퓌센 가는 길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모른다. 셋 다 탄성을 내지르며 열심히 창밖을 구경했다.


    건물들 사이로 산이 보이고 그 위로는 구름이 둥둥, 비현실적이게 느껴지던 아름다운 풍경



    오후 3시 즈음에야 퓌센역에 도착했다. 퓌센 오는 길 차창 밖 풍경이 아름다워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퓌센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인 호엔슈반가우 성(Schloss Hohenschwangau)과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에 가보기로 했다. 퓌센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흔하게 볼 수 있는 높은 산 위에 솟아있는 하얀 성이 바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다. 이 멋있는 장관을 보려면 '마리엔 다리'로 가야하는데 불행하게도 다리는 공사중이었다. 사실 공사를 안했더라도 갈 시간이 없었지만 말이다.



    마리엔 다리에서 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 (출처: 노이슈반타인 공식홈페이지)


    마리엔 다리는 우리와 인연이 아닌가 보다 웃어 넘기고 성으로 가려는데 어떻게 성으로 가야할지를 몰랐다. 퓌센 시내의 어느 기념품 가게에 들어가 스노우볼과 엽서를 구입하며 점원에게 길을 물어 보았으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었는지 우리는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투어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서 성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물어봤다. 알고 보니 우리가 내렸던 퓌센역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성 근처 매표소에서 내리면 되는 것이였다. 길을 헤매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황이었다.




    10분여간 버스가 오르막 길을 헤쳐 올라갔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오후 4시 쯤이었다. 퓌센에서 뮌헨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는 6시 6분. 성에 다녀온 뒤 버스를 타고 퓌센역까지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 가보자는 생각으로 성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가는 길에 보이던 호엔슈반가우 성과 노이슈반슈타인 성. 시간이 없어 성까지 가볼 수 없었기에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높은 암산 위에 자리잡은 성의 모습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필름 카메라로 담은 호엔슈반가우 성
    필름 카메라로 담은 호엔슈반가우 성



    호엔슈반가우 성은 루드비히 2세가 어릴 적 살았다는 성이다. 고딕 양식의 노란빛 성체에 붉은 물결모양 테두리가 눈에 띈다. 손마디 둘 정도의 크기로 아주 조그맣게 보여서 레고로 만든 귀여운 성을 돌 위에 얹어 놓은 느낌이었다. 이 성은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마주보고 있다. 때문에 루드비히 2세는 호엔슈반가우 성에서 지내며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건설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한다.


    멀리 하얀 성이 보였다
    조그만하게 보이던 노이슈반슈타인 성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퓌센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바그너와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던 루드비히 2세는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 나오는 백조의 성을 만들고 싶어 했다. 결혼의 실패와 전쟁의 패배 같은 비극으로 얼룩졌던 루드비히의 삶. 이런 비극들이 성에 대한 광적인 집착으로 이어진 것일까?

    루드비히는 성을 짓는데 막대한 재산을 소비하고 바이에른의 재정은 파탄날 지경에 이른다. 결국 그는 왕위에서 축출되고, 성이 완공되기도 전에 호수에서 익사체로 발견된다. 루드비히 2세가 자살했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은 의문으로 남아있다.




    그의 씁쓸한 마지막은 아름다운 성과 대비되어 더욱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그의 광기 덕분에 성은 만들어졌고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백조의 성을 보러 퓌센에 오게 되었다. 그에게는 비극이었으나 현재를 살아가는 이에게는 축복이 되어버린 알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성. 나는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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